팔공총림 방장 진제스님 임인년 하안거 해제법어
팔공총림 방장 진제스님 임인년 하안거 해제법어
  • 김원행 기자
  • 승인 2022.08.1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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順水使船猶自可 逆風把柁世間稀

雖然好箇擔板漢 到頭未免落便宜

什麽人 恁麽來

흐르는 물에 배를 띄움은 오히려 쉬움이나 바람을 거슬러 키(柁)를 잡음은 세간에 드묾이라. 비록 이 좋은 담판한(擔板漢)이나 마침내 편의(便宜)에 떨어짐을 면치 못함이로다. 어떤 분이 이렇게 옴인고?

금일은 임인년 하안거 해제일입니다. 산문을 폐쇄하고 삼복의 무더위 속에서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석 달 동안 앉아 정진하는데도 화두가 순일(純一)되지 않는 까닭이 무엇인가? 그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화두를 챙기지 않고 이 생각 저 생각의 번뇌망상과 혼침으로 시간을 다 빼앗겼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전생의 모든 업장의 습기가 태산처럼 높고 바다의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어닥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업식이 마음가운데 자리 잡고 주인노릇을 하여 귀중한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부처님의 대도(大道)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이 공부는 한 번의 발심이나 얕은 신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게으른 생각이나 방일한 생활을 떠나 매일 매일, 시시각각으로 발심하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고 또 다져야 할 것이다.

화두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챙기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하고 이 화두를 앉으나 서나, 가나오나, 자나 깨나 일체처(一切處) 일체시( 一切時)에 화두를 챙기고 의심하기를 하루에도 천 번 만 번 하여 흐르는 시냇물처럼 이어지게 하여야 할 것이라.

중국의 당나라 시대에 임제(臨濟)선사와 덕산(德山)선사는 부처님 견성법(見性法) 문중(門中)에 근본의 정안(正眼)을 갖추신 분들이고, 천추만대(千秋萬代)에 종문(宗門)의 귀감이 되는 분들이다. 덕산스님은 중국 북방지역 사찰에 거주하면서 일생을 <금강경>을 독송하고 금강경 주(註)와 소(疎)로 일관하여 금강경에 달통한 스님이었다.

하루는 덕산스님이 “남방(南方) 선지식들로부터 들려오는 말들이,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 곧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서 성품을 보고 부처를 이룸이라 하니, 이러한 말이 어찌 있을 수 있느냐? 내가 남방에 가서 모든 남방 선지식들을 일봉(一棒)으로 때려서 벙어리가 되게끔 하리라” 굳게 다짐하고 북방을 출발하여 남방으로 향하였다.

여러 달을 걷고 걸어서 남방의 용담사(龍潭寺) 부근에 이르니, 점심때가 되어 요기(療飢)를 하려고 사방을 살피던 중 노변(路邊)에 빵을 구워 파는 노보살이 있기에 다가가서, “점심 요기를 좀 합시다”하니, 그 빵 굽는 노보살이 물었다. “스님 바랑 속에 무엇이 그리 가득 들어 있소?” “금강경 소초(疎秒)입니다” 그러니 노보살이 말하기를, “내가 금강경의 한 대문(大文)을 물어서 답을 하시면 점심을 그냥 대접할 것이고, 만약 바른 답을 못하면 다른데 가서 요기를 하십시오”하니, 덕산스님이 자신만만하게 물으라고 하였다.

노보살이 금강경 한 대문을 들어 묻기를, “금강경에 이르기를, ‘과거심(過去心)도 얻지 못하고, 현재심(現在心)도 얻지 못하고, 미래심(未來心)도 얻지 못한다’ 하니, 스님은 과거심에다 점을 치시렵니까(點心), 현재심에다 점을 치시렵니까, 미래심에다 점을 치시렵니까?”하니, 그 물음에 덕산스님이 벙어리가 되어 답을 못하고 멍하게 서 있었다. 이에 노보살이 말하기를, “약속과 같이 바른 답을 못했으니 다른데 가서 요기를 하십시오. 그리고 10리쯤 올라가시면 용담사(龍潭寺)라는 큰 절이 있으니 용담선사(龍潭禪師)께 가서 불법(佛法)을 물으십시오” 하였다.

그러면 이 보살은 어떤 보살이냐? 큰 용기와 신심으로 남방 마구니들을 한 방망이 때려서 벙어리로 만들겠다는 북방 덕산스님의 그 용기와 큰 그릇됨(器)을 아시고 문수보살이 빵 굽는 보살로 나투시어 접인(接引)한 것이다.

(덕산스님이) 요기도 못하고 노보살에게 방망이를 맞고는 곧장 용담사를 찾아가 용담선사 방문 앞에 이르러 말하기를, “용담이라 해서 찾아왔더니, 못(潭)도 보이지 않고 용(龍)도 나타나지 않는구나!”하니, 용담선사께서 그 말을 듣고 문을 열고 나오시면서, “그대가 친히 바로 용담(龍潭)에 이르렀네”하고 방으로 맞으셨다.

밤이 늦도록 대담을 나누다가 덕산스님이 객실로 가기 위해 방을 나오니, 밖이 칠흑(漆黑)같이 캄캄하여 한 걸음도 옮길 수가 없으므로 다시 방에 가서, “사방이 칠흑 같습니다. 불을 좀 주십시오” 함에 용담선사께서 용심지에 불을 붙여 주니, 덕산스님이 그것을 받는 순간 용담선사께서 입으로 불어 불을 꺼버리셨다. 불을 끄는 이 찰나에 덕산스님이 소리를 질러 말하기를, “이후로는 천하 도인의 언설(言說)을 의심하지 아니하리라”하니, 거기서 크게 진리의 눈이 열린 것이다.

뒷날 아침에 용담선사께서 대중방에 이르러 말씀하시기를, “우리 대중 가운데 이빨은 칼날과 같고 입은 피를 담는 항아리와 같은 이가 있나니, 그가 몽둥이로 때리면 머리를 돌이키지 못하느니라. 이후에 고봉정상(孤峰頂上)에서 나의 가풍(家風)의 도를 세워 가리니,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조심하고 조심하라!”하셨다.

그런 후에 덕산스님이 법당 앞뜰에서 금강경 소초에다 불을 댕기면서 말하기를, “모든 현현(玄玄)한 웅변으로써 진리의 법을 설한다 해도 한 터럭을 허공중에 날리는 것과 같음이요, 모든 세상의 요긴한 기틀을 다하더라도 한 방울 물을 큰 골짜기에 던지는 것과 같음이라”하고 금강경 소초를 불살라 버리고 용담선사께 예배하고 떠났다.

시회대중(時會大衆)은 덕산선사를 알겠는가?

萬仞峯頭坐 呵佛罵祖

脚下數三尺 會也麽

만 길이나 되는 높은 산봉우리에 앉아서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꾸짖음이나

다리아래 두 자, 석 자가 됨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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