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73. 언약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73. 언약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2.08.08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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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음성 한 마디가
무거운 약속이었네

말이 무겁다고 말하지만
무거운 말은 말하자마자 흩어져 흔적도 없다
 

말을 믿지 못해 문서로 약속하는 계약을 하지만
빛바랜 사진처럼 일그러진 거울처럼
약속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면 변하여
불에 타버린 숯검정처럼 변해 버린 마음 같다.
 

#작가의 변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 아니 나는 내 귀로 듣고도 믿지 못해 내 귀를 의심했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보는 것을 얼마나 믿을까? 믿음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 아닌 허상이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오래된 영상 또는 구한말의 사진까지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떠나 버린 내 가족,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영상은 결혼식 때 찍은 영상밖에 없다. 내가 어릴 적 흑백 사진도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사를 많이 다니고 이민을 오면서 어떻게 된 것인지 다 없어져 버렸다. 우린 여행을 다니면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사진을 다시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숨결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다.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상대가 이미 듣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아일언중천금’이라면서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도 말한다. 그것은 말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 말을 하지 못하면 후회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가슴에만 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밀려오는 것은 파도 같은 후회뿐이다. 결혼식에서 결혼 서약을 하면서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냐고 질문하고 답변하지만 결혼할 때까지 제대로 된 사랑의 고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서 결혼에 앞서서 질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송이 장미와 화려한 이벤트로 고백을 하지 못하고, 화려한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도 못하고 냉수 한 그릇 떠 놓고 결혼을 약속하고도 알콩달콩 잘 살아 온 부부들도 많았다.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부터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된다. 드라마 촬영은 이미 지난주에 마치고 방영을 하고 영화 촬영은 지난해에 하고 올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한다.

어린 시절 마을에 천막을 치고 오래된 영화도 보여주고 사이사이 약도 파는 약장수들이 있었다. 재동이 아저씨라는 약장수 아저씨가 우리 집 사랑채에 묵으면서 난 방송 차를 같이 타고 마을마다 다니면서 광고 방송을 하는 것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날마다 주는 무료 티켓을 손에 쥐고 깜박 잠이 들어 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영화는 무성 영화에 변사가 대사를 연기하는 영화였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약장수의 코미디도 재미있었다. 줄이 죽죽 그어진 오래된 필름을 돌려도 변사의 구성진 언변이 더해지면 감동도 더해졌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은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 약을 사고 그 재미에 천막 극장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불기 2566년인 현재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씀을 적은 책을 통해 듣고 감동을 하고 기도하고 공부를 하면 정진한다. 당시 부처님이 억겁의 전생 이야기를 해도 그 억겁의 전생으로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시간으로 들어가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10분 전에 말한 말도 공기 중에 묻혀 사라졌고 수천 년 전의 말도 이미 사라졌다. 우리가 마음을 열면 수천 년 전의 말도 다시 살아나고 우리가 마음을 닫으면 누군가 내 앞에서 지금 말을 해도 듣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했던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듣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마음을 닫으면 세상도 닫힌다. 말과 보이는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된다. 믿는 마음이 없고 의심하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말은 말지만 살아 있는 말은 많지 않고 죽은 말들이 허공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말이 흩어져 보이지 않지만, 말이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죽은 언어와 영원히 사는 말은 그래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민초들을 닮았다. 책을 태울 수 있지만, 말의 화형식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묵언수행 말을 하지 않는 수행 중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화두를 잡고 있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화가 나서 살인을 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고마움을 느끼고 감동을 느끼고, 말 한마디에 깊은 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래서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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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음성 한 마디가
무거운 약속이었네

말이 무겁다고 말하지만
무거운 말은 말하자마자 흩어져 흔적도 없다
 

말을 믿지 못해 문서로 약속하는 계약을 하지만
빛바랜 사진처럼 일그러진 거울처럼
약속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면 변하여
불에 타버린 숯검정처럼 변해 버린 마음 같다.
 

#작가의 변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 아니 나는 내 귀로 듣고도 믿지 못해 내 귀를 의심했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보는 것을 얼마나 믿을까? 믿음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 아닌 허상이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오래된 영상 또는 구한말의 사진까지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떠나 버린 내 가족,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영상은 결혼식 때 찍은 영상밖에 없다. 내가 어릴 적 흑백 사진도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사를 많이 다니고 이민을 오면서 어떻게 된 것인지 다 없어져 버렸다. 우린 여행을 다니면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사진을 다시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숨결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다.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상대가 이미 듣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아일언중천금’이라면서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도 말한다. 그것은 말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 말을 하지 못하면 후회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가슴에만 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밀려오는 것은 파도 같은 후회뿐이다. 결혼식에서 결혼 서약을 하면서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냐고 질문하고 답변하지만 결혼할 때까지 제대로 된 사랑의 고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서 결혼에 앞서서 질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송이 장미와 화려한 이벤트로 고백을 하지 못하고, 화려한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도 못하고 냉수 한 그릇 떠 놓고 결혼을 약속하고도 알콩달콩 잘 살아 온 부부들도 많았다.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부터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된다. 드라마 촬영은 이미 지난주에 마치고 방영을 하고 영화 촬영은 지난해에 하고 올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한다.

어린 시절 마을에 천막을 치고 오래된 영화도 보여주고 사이사이 약도 파는 약장수들이 있었다. 재동이 아저씨라는 약장수 아저씨가 우리 집 사랑채에 묵으면서 난 방송 차를 같이 타고 마을마다 다니면서 광고 방송을 하는 것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날마다 주는 무료 티켓을 손에 쥐고 깜박 잠이 들어 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영화는 무성 영화에 변사가 대사를 연기하는 영화였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약장수의 코미디도 재미있었다. 줄이 죽죽 그어진 오래된 필름을 돌려도 변사의 구성진 언변이 더해지면 감동도 더해졌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은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 약을 사고 그 재미에 천막 극장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신 음성 한 마디가
무거운 약속이었네

말이 무겁다고 말하지만
무거운 말은 말하자마자 흩어져 흔적도 없다
 

말을 믿지 못해 문서로 약속하는 계약을 하지만
빛바랜 사진처럼 일그러진 거울처럼
약속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면 변하여
불에 타버린 숯검정처럼 변해 버린 마음 같다.
 

#작가의 변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 아니 나는 내 귀로 듣고도 믿지 못해 내 귀를 의심했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보는 것을 얼마나 믿을까? 믿음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 아닌 허상이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오래된 영상 또는 구한말의 사진까지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떠나 버린 내 가족,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영상은 결혼식 때 찍은 영상밖에 없다. 내가 어릴 적 흑백 사진도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사를 많이 다니고 이민을 오면서 어떻게 된 것인지 다 없어져 버렸다. 우린 여행을 다니면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사진을 다시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숨결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다.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상대가 이미 듣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아일언중천금’이라면서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도 말한다. 그것은 말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 말을 하지 못하면 후회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가슴에만 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밀려오는 것은 파도 같은 후회뿐이다. 결혼식에서 결혼 서약을 하면서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냐고 질문하고 답변하지만 결혼할 때까지 제대로 된 사랑의 고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서 결혼에 앞서서 질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송이 장미와 화려한 이벤트로 고백을 하지 못하고, 화려한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도 못하고 냉수 한 그릇 떠 놓고 결혼을 약속하고도 알콩달콩 잘 살아 온 부부들도 많았다.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부터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된다. 드라마 촬영은 이미 지난주에 마치고 방영을 하고 영화 촬영은 지난해에 하고 올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한다.

어린 시절 마을에 천막을 치고 오래된 영화도 보여주고 사이사이 약도 파는 약장수들이 있었다. 재동이 아저씨라는 약장수 아저씨가 우리 집 사랑채에 묵으면서 난 방송 차를 같이 타고 마을마다 다니면서 광고 방송을 하는 것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날마다 주는 무료 티켓을 손에 쥐고 깜박 잠이 들어 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영화는 무성 영화에 변사가 대사를 연기하는 영화였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약장수의 코미디도 재미있었다. 줄이 죽죽 그어진 오래된 필름을 돌려도 변사의 구성진 언변이 더해지면 감동도 더해졌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은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 약을 사고 그 재미에 천막 극장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불기 2566년인 현재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씀을 적은 책을 통해 듣고 감동을 하고 기도하고 공부를 하면 정진한다. 당시 부처님이 억겁의 전생 이야기를 해도 그 억겁의 전생으로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시간으로 들어가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10분 전에 말한 말도 공기 중에 묻혀 사라졌고 수천 년 전의 말도 이미 사라졌다. 우리가 마음을 열면 수천 년 전의 말도 다시 살아나고 우리가 마음을 닫으면 누군가 내 앞에서 지금 말을 해도 듣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했던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듣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마음을 닫으면 세상도 닫힌다. 말과 보이는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된다. 믿는 마음이 없고 의심하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말은 말지만 살아 있는 말은 많지 않고 죽은 말들이 허공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말이 흩어져 보이지 않지만, 말이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죽은 언어와 영원히 사는 말은 그래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민초들을 닮았다. 책을 태울 수 있지만, 말의 화형식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묵언수행 말을 하지 않는 수행 중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화두를 잡고 있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화가 나서 살인을 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고마움을 느끼고 감동을 느끼고, 말 한마디에 깊은 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래서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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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6년인 현재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씀을 적은 책을 통해 듣고 감동을 하고 기도하고 공부를 하면 정진한다. 당시 부처님이 억겁의 전생 이야기를 해도 그 억겁의 전생으로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시간으로 들어가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10분 전에 말한 말도 공기 중에 묻혀 사라졌고 수천 년 전의 말도 이미 사라졌다. 우리가 마음을 열면 수천 년 전의 말도 다시 살아나고 우리가 마음을 닫으면 누군가 내 앞에서 지금 말을 해도 듣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했던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듣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마음을 닫으면 세상도 닫힌다. 말과 보이는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된다. 믿는 마음이 없고 의심하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말은 말지만 살아 있는 말은 많지 않고 죽은 말들이 허공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말이 흩어져 보이지 않지만, 말이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죽은 언어와 영원히 사는 말은 그래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민초들을 닮았다. 책을 태울 수 있지만, 말의 화형식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묵언수행 말을 하지 않는 수행 중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화두를 잡고 있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화가 나서 살인을 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고마움을 느끼고 감동을 느끼고, 말 한마디에 깊은 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래서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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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약속이었네

말이 무겁다고 말하지만
무거운 말은 말하자마자 흩어져 흔적도 없다
 

말을 믿지 못해 문서로 약속하는 계약을 하지만
빛바랜 사진처럼 일그러진 거울처럼
약속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면 변하여
불에 타버린 숯검정처럼 변해 버린 마음 같다.
 

#작가의 변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는다. 아니 나는 내 귀로 듣고도 믿지 못해 내 귀를 의심했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보는 것을 얼마나 믿을까? 믿음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 아닌 허상이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오래된 영상 또는 구한말의 사진까지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떠나 버린 내 가족,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영상은 결혼식 때 찍은 영상밖에 없다. 내가 어릴 적 흑백 사진도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사를 많이 다니고 이민을 오면서 어떻게 된 것인지 다 없어져 버렸다. 우린 여행을 다니면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사진을 다시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숨결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다.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상대가 이미 듣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아일언중천금’이라면서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도 말한다. 그것은 말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 말을 하지 못하면 후회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가슴에만 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밀려오는 것은 파도 같은 후회뿐이다. 결혼식에서 결혼 서약을 하면서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냐고 질문하고 답변하지만 결혼할 때까지 제대로 된 사랑의 고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서 결혼에 앞서서 질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송이 장미와 화려한 이벤트로 고백을 하지 못하고, 화려한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도 못하고 냉수 한 그릇 떠 놓고 결혼을 약속하고도 알콩달콩 잘 살아 온 부부들도 많았다.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부터 현재가 아닌 과거가 된다. 드라마 촬영은 이미 지난주에 마치고 방영을 하고 영화 촬영은 지난해에 하고 올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한다.

어린 시절 마을에 천막을 치고 오래된 영화도 보여주고 사이사이 약도 파는 약장수들이 있었다. 재동이 아저씨라는 약장수 아저씨가 우리 집 사랑채에 묵으면서 난 방송 차를 같이 타고 마을마다 다니면서 광고 방송을 하는 것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날마다 주는 무료 티켓을 손에 쥐고 깜박 잠이 들어 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영화는 무성 영화에 변사가 대사를 연기하는 영화였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약장수의 코미디도 재미있었다. 줄이 죽죽 그어진 오래된 필름을 돌려도 변사의 구성진 언변이 더해지면 감동도 더해졌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은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 약을 사고 그 재미에 천막 극장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불기 2566년인 현재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씀을 적은 책을 통해 듣고 감동을 하고 기도하고 공부를 하면 정진한다. 당시 부처님이 억겁의 전생 이야기를 해도 그 억겁의 전생으로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시간으로 들어가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10분 전에 말한 말도 공기 중에 묻혀 사라졌고 수천 년 전의 말도 이미 사라졌다. 우리가 마음을 열면 수천 년 전의 말도 다시 살아나고 우리가 마음을 닫으면 누군가 내 앞에서 지금 말을 해도 듣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했던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듣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마음을 닫으면 세상도 닫힌다. 말과 보이는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된다. 믿는 마음이 없고 의심하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말은 말지만 살아 있는 말은 많지 않고 죽은 말들이 허공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말이 흩어져 보이지 않지만, 말이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죽은 언어와 영원히 사는 말은 그래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민초들을 닮았다. 책을 태울 수 있지만, 말의 화형식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묵언수행 말을 하지 않는 수행 중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화두를 잡고 있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화가 나서 살인을 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고마움을 느끼고 감동을 느끼고, 말 한마디에 깊은 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래서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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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사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 학원에 다니며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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