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정책 선거 실종·대의민주주의 후퇴 우려
[취중진담] 정책 선거 실종·대의민주주의 후퇴 우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2.08.03 13: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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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선거를 실종시키는 ‘후보 단일화’ 그만 하자. 1차전, 2차전 깨끗한 승부를 위해,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라.”

제20대 대통령 선거 기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 ‘단일화’에 이런 비판이 많았다. ‘후보단일화’는 선거 때마다 나온다. 대선, 총선, 교육감 선거 등 모든 선거에서 보인다. 대체로 ‘후보단일화’는 인물이나 정책을 비교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경우 ‘담판’으로 ‘단일화’된다. 단일화는 후보 간 정책 우위를 확인할 수 없다. 결국 후보단일화가 정책 선거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단일화’는 시한이 있다고들 한다. 대선과 총선 등에서는 투표용지 인쇄 전을 단일화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언론은 투표 인쇄 전 단일화에 성공해야 사표를 막는다는 기사를 쏟아낸다. 예를 들어 윤석열로 단일화하면 안철수에 투표한 사람 표는 무의미하고, 안철수로 단일화하면 윤석열에 투표한 사람 표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투표는 기술적인 차이일 뿐이다. 유권자의 마음은 사표에도 담겨있으니 말이다. 국민 마음 하나하나가 여론이고 표로 대의가 표출된다. 그래서 ‘후보단일화’는 정치판에서 사라져야 할 구태로 읽힌다.

선거는 유권자의 여론을 읽는 가장 좋은 제도다. 후보의 정책의 중요성은 한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정책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책 선거가 어떻게 가능한지 논의고 정책 선거의 중요성에서 나온다. 우리 제도는 정책 선거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해 왔다. 그래서 ‘선거공약서’를 법적으로 보장한다. 유권자가 정책을 알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후보자는 정책 선거를 위해 ‘선거공약서’를 인쇄해 유권자에 배부한다. 후보는 12면 이내로 제작해 처음 도입된 것으로 기초 단체장 후보는 12면 이내로 제작해 유권자에게 직접 배부할 수 있다. ‘선거공약서’에는 각 사업의 목표, 우선순위, 이행 절차, 이행 기간,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유권자에게 공약을 제시한다. ‘선거공약서’ 외에도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새로운 여론 전달 도구로 전파해 정책선거를 할 수 있다. 정책 선거는 후보자 자질 검증과 정책검증을 모두 이룰 수 있다.

‘후보단일화’의 문제는 또 있다. 민의를 읽을 수 없다. 정치학에서는 선거 방법에 따라 선거 결과, 선거운동의 효과, 민주주의의 질이 달라진다. 선거제도는 후보자 사이 경쟁을 규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다. 당선 후 정책 등에 영향이 크다. 후보자의 자질과 매력, 정책은 유권자의 선택 폭을 규정하고 표의 유효성을 좌우한다. 선거제도로 민주주의의 의미가 달라진다.

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는 ‘단일후보’로 투표 없이 선출하려는 분위기다. 막판 변수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경쟁이 있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그만큼 선거는 조용하다. 유력 후보가 누군지,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는 늘 관심이어야 하는데, 세간의 풍설은 무의미하다. 후보자 등록 일주일 앞이지만 웅성댐이 적다.

총무원장은 종단 내 정치력과 내부 조정 능력만 필요한 건 아니다. 단순히 종단 행정을 이끌겠다거나 정도로는 부족하다. 총무원장은 ‘감투’만은 아니다. 정치적 의욕만으로는 매우 아쉽다. 종단의 행정수반으로 교단과 사회에 ‘어른’이어야 한다.

총무원장 후보단일화를 특정 집단이 주도하면 사달이 날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간선제다.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한 240명(교구별 10명)과 중앙종회의원 81명 등 모두 321명의 선거인단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과반수 득표로 총무원장을 선출한다. 2인 이상 후보자일 때 그렇다. 지금은 종법이 바뀌어 단독후보자일 경우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후보자 자격심사만 ‘이상 없음’ 결정이 내려지면 당선이다. 중앙선관위는 당선자를 결정하고, 원로회의에 통지한다. 원로회의에 선출된 총무원장 인준권이 있다.

단독후보면 간선제조차 작동하지 않는다. 선거인단 선출은 무의미하다.

단, 후보자가 1인(단독후보)인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단독후보면 중앙선관위 자격심사만 이상 없으면 무투표 당선한다. 만약 후보자 등록 마감일까지 단독후보일 경우 교구종회는 선거인단을 선출할 필요가 없어지며, 9월 1일 예정된 투표 역시 시행되지 않는다. 만약 투표 당일인 9월 1일 오후 1시 이전에 후보자가 1인만 남는 경우 투표는 시행하지 않고 당선인을 결정한다. 2019년 3월 27일 개정된 선거법 73조 1항 규정 때문에 그렇다.

간선제에서 유권자는 교구본사 선거인단과 중앙종회의원이다. 단독후보면 유권자들은 선거권을 발휘할 기회를 잃는다. 최근 교구본사주지 대표, 중앙종회 종책모임 대표, 각 본사의 막후 실력자들이 모여 차기 총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현재 종책모임 등은 차기 총무원장 후보자를 누구로 할지 의견과 동의를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종회의원과 교구선거인단에 영향력이 큰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의 의견과 동의가 모이면 차기 총무원장 후보를 추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다. 그간 총무원장 선거는 단독후보로 진행되지 않았다. 늘 경선했고, 경쟁했다. 

조계종은 ‘대의민주주의’를 채용했다. 종도 전원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교구와 직능별, 비구니 중앙종회의원을 선출해 의회를 구성한다. 종헌 기구 구성원도 그렇다.

단일후보는 장단점이 있다. 앞서 얘기처럼 종도의 민의를 읽을 수 없고, 정책을 알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장점은 안정과 화합이다. 그런데 장점은 종단 정치적 관점에서의 안정과 화합으로 읽힌다. 과열 선거나 돈 선거를 막는 장점도 있다. 과열 선거와 돈 선거는 정치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교권 수호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단독후보는 교단의 ‘활발발’함이 가려진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물에 비친 달빛처럼 활발발한 정책 대결이 없어 아쉽고, 종도의 마음을 읽을 기회가 없어 아쉽다. 교권을 지키고 사회를 이끌 어른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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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2022-08-05 09:37:48
그랴
권승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는 지도자 다운 종단의
어른이 선출됐음 바래본다.
불교가 번성하려면 종단의 어른 역할만으로는 안된다.
종파를 뛰어 넘어 국민 모두가 존경할 수 있는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법정스님 같은분이 종단의
지도자로 선출이던 추대던 출현 하길 바래본다.

그려야 2022-08-08 14:50:45
선거는 선거법으로
추대는 추대법으로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의 의결 결과로
선거의 과열과 혼탁이 생길 수 있지만
이는 민주주의 주인이 지혜로워야 한다.
몇 사람의 밀실 단일은 권력 집중과 주권은 침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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