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적법 절차…재단 몰래 유치원 27억 처분"
청화사도 개인재산 미증여, 이중등록 논란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 스님)가 오는 11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선학원의 무자비한 행위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소속 비구니사찰 보호를 위해서라고 공지했다.
비구니회는 소집 공지문에서 "진주 총림선원의 땅을 마음대로 매도하더니, 대전 청화사를 사고사찰로 지정하고 재산관리인의 파견을 통보했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적었다.
그러면서 "선학원 분원들이 처하게 될 어려움이 점차 불을 보듯 분명해지고 있다"며 "선학원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니기에, 비구니 모두가 힘을 모아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공원 수용' 공문, 분원에 발송·방문설명했는데 몰래 매각?
총림선원 창건주 탁명 스님은 교계언론에 "사찰주지조차 모르게 매각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고 밝혔다. 진주지 망경동 산18-1번지 얘기다.
선학원의 설명은 다르다. 공문을 보내고 직접 방문해 설명도 했다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토지의 소유주가 총림선원이 아니라 재단이라고도 했다.
진주시가 발송한 '망경공원 조성사업 보상(1단계) 계획 통지의 건'을 선학원이 접수한 것은 2019년 6월 5일. 등기부상 토지소유주인 선학원은 해당공문을 분원인 총림선원에 보냈다.
선학원은 그 해 8월 9일 진주시가 개최한 '망경공원 조성사업 감정평가'에 참석했던 자문위원이 총림선원을 방문해 분원장 스님에게 공원 조성사업과 토지 수용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선학원 측은 "자문위원의 설명에 분원장 스님은 '알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공문과 출장보고서 등이 선학원에 보존돼 있다.
매각대금 13억원? 산18-1 소유주는?
총림선원 측은 교계언론을 통해 "선학원이 사찰 몰래 매각한 토지 대금은 13억원"이며 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선학원은 수용대금은 3억3,888만4,000원이고, 이 금액은 재단계좌에 들어 있는데, 사용시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학원은 재단직할토지여서 총림선원이 관리하는 토지가 아니므로 보상대금을 분원과 공유해야 한다는 보도는 허위라고 했다.
교계언론은 문제가 된 산18-1번지 토지가 총림선원 소유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선학원은 재단기본재산이며 직영토지라고 밝혔다. 등기부상 해당임야 1만3832㎡는 선학원이 김모씨로부터 1979년 매매해 등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매도증서에는 구체적인 금액도 기재돼 있다. 또 전 창건주이자 현 분원장 스님과 재단이 이 땅을 재단에서 직영관리키로 합의했다. 이후 재산세 등을 재단에서 직접납부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산18-1 임야 명의신탁 논란
총림선원의 토지는 △원래부터 선학원 소유였던 토지 △선학원이 매수한 토지 △총림선원으로부터 증여받은 토지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총림선원은 산18-1은 증여해 명의신탁한 토지라며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선학원은 매매한 증거들이 존재하고, 소유주 김모씨가 종교단체에 증여하면 면세되는데 굳이 매매를 가장할 이유가 없다며 부인했다.
명의신탁 주장과 관련, 선학원은 "분원의 재산을 재단에 증여하면 문체부의 승인을 얻어 재단의 기본재산이 된다"며 "분원이 재단에 증여한 재산을 명의신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반박했다.
창건주 개인의 재산을 재단에 증여하는 것을 명의신탁으로 본다면, 창건주가 사망하면 민법상 법정상속 순위에 따라 속가의 상속인들에게 그 재산이 돌아가게 됨으로 재산을 증여한 창건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18-1의 경우 2000년대 들어 관리의 편의를 위해 총림선원이 직접 관리하기 불편하다며 재단직할토지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는 선학원 직할토지목록에도 등재돼있고, 실제 선학원이 재산세 등 세금도 직접 납부하고 있다.
전통사찰보존법 적용 여부 논란
총림선원은 이 땅이 전통사찰보존지이므로 전통사찰보존법에 따라 주지인 분원장의 신청과 문체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진주시와 선학원이 이런 절차를 생략해 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 토지는 전통사찰보존지에 해당하나, 전통사찰보존구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선학원은 진주시의 토지수용에 따라 이사회 결의와 문체부의 기본재산처분 허가를 받았다.
문체부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총림선원과 일부 교계언론의 주장은 틀린 셈이다. 전사법 적용여부는 총림선원이 진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등기말소 소송 과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총림선원, 선학원 정관·규정 잘 지켰나?
토지 수용 논란의 이면에는 총림선원 운영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탁명 스님은 2010년 창건주가 된 이후 토지를 개인명의로 사들여 합병·분할하거나, 어린이집을 건축해 자신의 명의로 등기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에 담보대출까지 했다.
선학원 측은 "단 한건도 보고되지도 재단이 승인한 사실도 없다"며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에 따라 재단명의로 등기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 매매예약가등기하라고 요청했는데, 약정사까지 작성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탁명 스님이 어린이집을 재단 몰래 제3자에게 27억원에 매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선학원은 어린이집 설립에 상당한 총림선원 삼보정재가 투입된 증거와 정황들을 확보했다.
총림선원은 2019년 임기가 만료된 분원장 품신도 하지 않고 있다. 분원장이 창건주의 은사인 특이한 형태다.
선학원, 또 다른 토지 추가 매각 강행, 조속재결신청까지?
주약동 155번지 수용과 관련해 선학원은 진주시의 요청에 따라 재결신청청구서에 동의했다.
이를 두고 총림선원 등은 '조속재결신청"을 했다거나 총림선원 '몰래 추가로 토지 매각'을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이 토지는 소유주가 겹쳐 있어 관련 공문이 선학원 뿐 아니라 총림선원에도 발송됐다. 총림선원은 무상임대 등을 시와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시가 발송한 '망경공원 조성사업 1단계 추가분 보상 협의 요청' 공문을 선학원이 2020년 5월 6일 접수하고, 그 날 총림선원에 발송했다.
교계언론의 주장처럼 선학원이 '신속재결신청'을 진주시에 한 것이 아니라 진주시의 요청에 따라 재결신청을 했으나, 총림선원이 매각 반대의사를 전달해온데다 진주시를 상대로 산18-1번지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는 등 수용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선학원은 "경남개발공사의 손실보상 협의 촉구에 따라 재결신청청구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나, 요청에 응한 것일 뿐 토지 매각을 원해서 한 것은 아니고. 이 점은 경남개발공사에 직접 방문해 설명도 했다. 협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공문도 발송했다"고 말했다.
총림선원은 왜 두차례 거액 돈봉투를 건넸나?
선학원에 따르면 2020년 7월 20일 창건주 탁명 스님과 분원장 스님이 정법사 법진 스님에게 찾아왔다. "좁은 소견에 욱하는 성격에 법진 스님 마음을 상하게 해서 죄송하고, 진심으로 참회한다"며 "요사채 천불전이 걸려 있으니 놀래서 그랬다. 시와 영구임대방식 논의해왔는데 신도 딸이 원칙대로 하는 바람에 진척이 안됐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법진 스님은 "요구사항을 공문으로 보내라. 진주시에 땅 팔아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공원 편입을 진주시가 우리와 협의하지 않았다."며 "내가 남의 땅을 팔아먹다니. 은혜를 원수로 갚느냐. 스님들이 그만큼 얘기했다는 데 시에서 재단에 수용, 보상공문이 오면 되느냐"라고 응수했다.
두 스님이 떠난 뒤 녹차통에 현금 1천만원이 든 것을 발견하고 창건주에게 전화로 물었으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법진 스님은 이 돈을 재단에 보내 밀린 분담금 등을 납부토록하고 영수증을 총림선원에 발송했다.
지난해 3월에도 두 스님이 선리연구원으로 찾아와 법진 스님에게 거액이 든 검정비닐봉투를 내밀었다. 법진 스님은 거절하며 직원들을 불렀다. 그러자 두 스님은 재단발전기금이라고 둘러댔다. 법진 스님은 "발전기금은 재단에 내야지 여기에 가져오면 안된다"고 재차 거절하자, "매년 1천원만원 씩 5년동안 내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총림선원은 다음날 재단 계좌로 1천만원을 송금했고, 재단은 이 돈을 총림선원에 되돌려줬다.
청화사 조계종이중등록, 개인명의 재산 미등록
전국비구니회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두번째 이유는 청화사 문제다.
이곳도 토지 편입 논란이 있다. 선학원에 따르면 총림선원과 달리 청화사 창건주 겸 분원장 심원 스님이 직접 재개발측과 협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사찰재산을 재단에 증여하지 않은 점도 총림선원과 동일하다.
선학원은 "1989년 창건주 겸 분원장이 사찰재산을 재단에 등록키로 약정했으나 여전히 토지와 건물들을 개인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며 "심원 스님이 2009년 창건주와 분원장을 위임받을 당시 분원재산을 선학원에 무상증여한다는 동의서와 사찰의 모든 재산은 창건주, 분원장 또는 대표임원 개인 명의로 보존할 수 없다는 약정서까지 제출하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분원관리규정에 따라 창건주의 권한정지에 해당한다. 현 분원장이 재임당시 취득한 재산들도 있어 분원장 해임사유에도 해당한다는 게 선학원의 설명이다.
선학원은 분원 운영과 재개발에 대한 감사를 위해 올해 2, 4월 두차례 분원을 방문했으나 "청화선원은 명의신탁한 것이어서 재단의 감사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출입문을 걸어잠궜다.
이 스님은 200일 넘게 종로경찰서 맞은편 등 대로변에서 법진 스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 중이다. 대전에 있는 분원관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에도 등록해, 이중등록사찰이 된 사실을 선학원이 적발했다. 이 역시 창건주 권한정지에 해당한다.
총림선원, 청화선원 측에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취재내용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으나 8일 현재 응하지 않고 있다. 전국비구니회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11일 전국비구니회 긴급회의에서 어떤 점이 선학원의 '무자비한 행위'인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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