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승가에 대한 7가지 질문과 답변
[기고] 승가에 대한 7가지 질문과 답변
  • 허정 스님/전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 승인 2022.06.27 12:5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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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스님

‘승가(saṅgha)’는 ‘모임’, ‘무리’라는 뜻으로 부처님 당시에 ‘가나(gaṇa)’와 같이 사용되었던 단어이다. 부처님은 물론 뿌라나 깟사빠 등 육사외도들에게도 승가를 가졌고(saṅghī) 무리를 가졌다(gaṇī)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뿌라나 깟사빠라는 분이 있는데, 그는 승가를 가졌고 무리를 가졌고 무리의 스승이며 지자요 명성을 가졌고 교단의 창시자요 많은 사람에 의해서 사두로 인정됩니다.”(pūraṇo kassapo saṅghī ceva gaṇī ca gaṇācariyo ca ñāto yasassī titthakaro sādhusammato bahujanassa) <사문과경>(D2)

부처님은 이 승가(saṅgha)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셨다. 그래서 승가(saṅgha)는 보다 더 총체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승가(saṅgha)의 어원을 분석해도 그 뜻이 정확하게 드러나지도 않는 단어가 되었다. 이것이 번역가들이 붓다(Buddha) 담마(Dhamma) 상가(Sangha)를 번역하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불타, 담마, 승가라고 음사하는 이유다.(담마는 법(法)이라고 번역되었지만 담마에는 진리, 이치, 현상, 규칙, 가르침, 심리 현상, 사건 등의 뜻이 있기에 법이라는 번역은 부족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경장(經藏)이 붓다와 담마의 주석이며 율장(律藏)이 승가의 주석이라 할 수 있다.

붓다(Buddha) 담마(Dhamma) 상가(Sangha)가 단축되어 ‘불법승(佛法僧)’으로 불리면서 승가의 의미는 다시 변화된다. 승가(僧迦)에서 가(迦)가 떨어져 나가 승(僧)으로 단독 사용되면서 탁발승, 객승, 화주승, 동자승 등 승(僧)이 개인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오늘날 승가=스님 혹은 승가=스님들이라는 착각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착각을 도운 다른 이유는 “사방승가 안에는 재가신도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전재성), “귀의 대상인 승보에는 비구·비구니 승가가 모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네 쌍으로 여덟이 되는 참사람(四雙八輩)을 의미한다.”(전재성), “승가는 좁게는 비구 비구니, 넓게는 사부대중의 모임을 뜻한다.”(각묵)라고 해석한 초기불교 전공자들의 영향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승가를 ‘스님들’, ‘거룩한 스님들’, ‘성인들’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재가자도 포함되는 ‘공동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승가라는 의미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스님들이나 학자들도 막상 승가의 의미를 물어보면 혼란스런 경우가 많다. 스스로가 승가에 대해서 이해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래 질문에 대답해보시라.

첫째, 삼귀의 때 승가에 귀의하는 것인가 승보에 귀의하는 것인가?

둘째, 승가 혹은 승보에 재가자도 포함되는가?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입장에서 각각 설명한다면)

셋째, 대한불교조계종은 현전승가인가? 사방승가인가?

넷째, 경장에서 설명하는 승가와 율장에서 설명하는 승가는 같은가?

다섯째, 현전승가에서는 어떤 일을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가?

여섯째, 붓다, 승가, 백 명의 아라한, 백 명의 아나함, 한 명의 벽지불, 한 명의 무심도인 중에서 보시 공덕이 큰 대상을 순서대로 적어 보셔요.

일곱째, 승가의 화합을 위하여 필요한 핵심 정신은 무엇인가?

위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변과 아래 설명과 비교해 보면서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자.

첫째, 승가에 귀의하는 것인가 승보에 귀의하는 것인가?

답: 승가에 귀의한다. 부처님이 성도 후 초창기에는 승가=승보였다. 오(五)비구와 야사의 친구들, 가섭 삼형제와 천 명의 제자들, 사리뿟다와 출가한 250명의 도반, 이렇게 모인 1,250인의 비구 승가는 모두 아라한이었다. 승수념(僧隨念)이 곧 승보수념(僧寶隨念)이었다. 시간이 흘러 승가에 범부비구가 포함되면서 승가와 승보의 구별이 필요해졌다. <보배경>에서 “승가 안에야 말로 이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Idampi saṅghe ratanaṃ paṇītaṃ)라는 문장처럼 ‘승가 속의 보물’(sanghe ratana, 僧寶)이 되었다. 율장과 경장에 “비구승가에 귀의합니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 것은 승보가 아니라 ‘승가’에 귀의하라는 뜻이다. 현실적으로는 불자들이 범부승가에는 귀의하지 않고 오로지 사쌍팔배인 승보에만 귀의해야 한다면 누가 사쌍팔배의 성인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승가에 귀의하면 자동적으로 승보에 귀의한 것이다.

둘째, 승가 혹은 승보에 재가자도 포함되는가?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입장에서 각각 설명한다면)

답: 초기불교는 재가자가 포함되지 않는다. 대승불교는 재가자가 포함된다.

(ex. 대지문수 사리보살 대행보살....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제대조사 천하종사 일체 선지식(유마거사, 방거사 등) 승가에 재가자가 포함되었다는 더 확실한 증거는 <법망경보살계본>이다. 보살계본으로 사부대중이 같이 포살한다. 보살계본이 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편찬자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 하에서 깨닫고 나서 바로 보살계를 설했다고 썼다. 이러한 설정 때문에 수많은 모순된 문장이 뒤따르게 되었다. 오비구를 만나기도 전에 비구비구니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대승소승, 아비담마가 등장하며, 아함과 니까야를 외도의 견해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등 삼보를 비방하는 보살계본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셋째, 대한불교조계종은 현전승가인가? 사방승가인가?

답: 현전승가인 동시에 사방승가이다. 종헌·종법이 제정되어 단일수계, 단일기본교육, 단일연수교육, 승려대회, 단일포상, 단일징계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종단 자체가 현전승가이고, 본사별로 포살 자자 산중총회 선거를 할 때는 교구본사가 현전승가이며, 동안거 하안거를 할 때는 선원이나 강원이 현전승가이다.

넷째, 경장에서 설명하는 승가와 율장에서 설명하는 승가는 같은가?

답: 같다. 경장이나 율장이나 동시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자주 나타난다.

“저는 이제 고따마 존자께 귀의하옵고 법과 비구승가(bhikkhusaṅgha)에 귀의합니다. 고따마 존자께서는 저를 재가신자로 받아주소서.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esāhaṃ bhavantaṃ gotamaṃ saraṇaṃ gacchāmi dhammañca bhikkhusaṅghañca. upāsakaṃ maṃ bhavaṃ gotamo dhāretu ajjatagge pāṇupetaṃ saraṇaṃ gataṃ.)

율장과 경장에 자주 나오는 “비구승가에 귀의합니다.”라는 표현은 꼭 사쌍팔배의 비구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 범부와 성인이 섞여 있는 승가이다. 율장 대품에는 출가를 원하는 스님과 청년들이 멀리에 계신 부처님을 찾아와야 했기에 수행승들도 피곤해졌고 청년들도 피곤해져서 부처님은 각각의 나라와 지방에서 5인 승가가 구족계 주는 것을 허용하였다. 경장과 율장의 차이점은 율장에는 다섯 종류의 승가, 안거, 포살, 갈마등 승가의 운영 방법이 자세히 설명되고 있는데 경장에는 이러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째, 현전승가에서는 어떤 일을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가?

답: 모든 일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다. 비쟁사 갈마는 현전승가 구성원이 모두 참석하여 한번 제안하고 한번 찬반을 묻는 백이갈마(白二羯磨)로 결정하고, 율을 고치고 불법의 진위를 결정하는 쟁사갈마는 한번 제안하고 세 번 찬반을 묻는 백사갈마(白四羯磨)로 결정한다.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상적인 일(비쟁사갈마)은 다수결로 결정이 되어도 승가의 분열이 되지 않으며, 결정되면 만장일치나 다수결이나 모두 여법(如法)이고 효력은 같다. 역사상에서 나타난 결집과 승려대회 등은 모두 다수결로 결정된 것들이다.
(ex. 라자가하에서 있었던 제1차결집, 웨살리 제2차결집, 1994년 조계종 승려대회, 현재 선거법에 의한 종정 선출, 총무원장 선출, 본사주지 선출 등...초심호계원에서는 전체 7명 중에 4명이 찬성하면 승려를 제적이나 멸빈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여섯째, 붓다 ,승가, 백 명의 아라한, 백 명의 아나함, 벽지불, 무심도인 중에서 보시 공덕이 큰 순서대로 적어 보셔요.

답: 승가> 붓다 > 벽지불 > 백 명의 아라한 > 무심도인 > 백 명의 아나함

위에서 무심도인이 아라한이라고 가정한 경우이다. <웰라마경>(A9:20)에서 자세하게 보시 공덕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스님들께 귀의하는 것과 승가에 귀의하는 공덕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승가라는 용어에는 부처님 제자들의 모임이라는 뜻 외에 의지처, 공유(무소유), 평등, 자율, 자발, 자율, 민주, 화합(육화), 참회를 통한 청정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그래서 승가야중, 귀의불법승 등 음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승가에 포함된 이러한 뜻을 살리려면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는 “승가에 귀의합니다”로 수정되어야 한다.

일곱째, 승가의 화합을 위하여 필요한 핵심 정신은 무엇인가?

답: 전원 참석하고 모두에게 물어 결정하는 현전승가의 평등정신이다. 구성원을 차별하지 않는 이 평등정신이 바로 ‘내가 승가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 평등권이 무너지고 일부가 권리를 독점하면 승가는 화합할 수 없다. ‘수처작주’는 임제 스님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승가의 핵심 정신’이다.

참고로 현대에서는 율장을 해석하는데 예전과 상황이 같지 않다. 예전에는 승려들이 탁발을 했지만, 지금은 탁발하지 못하게 종법으로 정해놓았고, 부처님 당시에는 왕권정치였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체제여서 승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거에 참여하고 승가 안에서도 투표로 지도자를 결정한다. 율장에는 사유재산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재의 승려들은 개인 통장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 숙소, 자가용 등을 가지고 있다. 율장에서는 땅을 파지 말고 초목을 손상시키지 말라 했지만 백장 청규의 전통은 승려들이 농사짓고 사찰요리 하는 것을 장려한다. 이러한 변형된 상황에서 율장의 특정 조목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보다는 승가의 핵심 정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선원, 각 승가대학에서 “갈마를 함께 하고(同一羯磨), 포살을 함께 하는 것(同一說戒)”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1962년 조계종단이 설립되어 종헌·종법으로 종단의 모든 승려를 규율하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종단 전체가 현전승가의 역활을 하고 있다. 이것이 조계종 안에서 승려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승려의 발언 자유가 억압당하고, 부당하게 징계 당할 때 현전승가의 구성원들이 남의 일처럼 구경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현전승가에서 대중공사를 할 때 전원 참석하게 하는 것은 ‘구성원 하나하나를 주인으로 대접하는 것’이고 구성원 모두에게 찬반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구성원 하나하나가 승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승려 개개인이 ‘주인’ 대접을 받고 ‘주인’으로서 사는 평등정신이 화합의 핵심이다. 이토록 중요한 승가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에 승려들은 빈부 차이, 투표권의 차별 등 각종 불평등 속에서 각자도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승가의 문제를 수행자 각자의 문제만으로 인식하는 것은 전도몽상이다. 승려들 각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평등한 승가, 정의가 살아나고 차별이 사라지는 당당하고 화합하는 승가는 ‘승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허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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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 2022-07-13 16:14:07
평균적 시민의 의식수준에 미치지 못한 자들이 수행자 탈을 쓰고 신도 위에 군림하고 자기들끼리는 패싸움, 권력싸움하는데 승려든 승가든 승보든 무슨 차이와 소용이 있겠습니까?

온 불자들이 2022-06-29 07:26:39
목숨바쳐 수지하고 독송하고 실천해야할 올바른 가르침이십니다.

허정스님 화이팅 2022-06-28 10:41:05
더운 날씨에 늘 여여하시고 건강하소서!
근데 좀 서운한 점은
불교계 에 인터넷상 에 불교전법 을 글을 쓰는 스님이 별 로 없다는 사실입니다
뭐 눈에 불을키고 찾아보면 또 있는지 모르겠으나
스님들께서는 돈이 되지 않는 일 즉 주지나 총무원장 이나 등등 이런일 외에는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에 나와 성공 하고 싶어 족보까지 팔아 . 또 블 로그에서 파워블 로그 되고자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
그 뭐 얼굴이 악마 마라 였다가 예쁜 여자였다 한 유부녀와 밤 불꽃놀이를 했다느니 ㆍㆍ
그리 즐기고 나니 감각적 퀘락은 남들이 먹고남은 개뼉다구나 다름

이판도 2022-06-27 15:26:22
옳바른 주장입니다 기본이 기초이며 언제나 두들겨 보아야 할 징검 다리입니다 허정스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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