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작품 같이 한 지 오래됐다"·박 "캐스팅 거절만 하지 말아 달라"
(칸[프랑스]=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20여 년 전부터 작품을 함께해온 충무로의 대표적인 '명콤비'다.
이들의 인연은 박 감독이 연출한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동경비구역에 있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사이에 둔 남북 초소 군인들 사이에 벌어진 비극을 다룬 이야기로, 송강호는 조선인민군 육군 중사 오경필을 연기했다.
전국 관객 약 580만명을 동원한 이 작품은 박 감독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라고 평가되는 영화로, 박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JSA'는 송강호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흥행력 있는 '주연 배우'로 존재감을 각인했다. '초록물고기', '넘버3', '쉬리'에서 잇따라 명품 조연으로 활약하던 그는 'JSA'를 통해 대종상, 디렉터스컷어워즈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비로소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송강호는 박 감독의 바로 다음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에도 출연하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박 감독의 이른바 '복수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로, 지금의 박찬욱 색깔을 만든 시작점에 있는 작품이다.
송강호는 딸을 죽게 만든 유괴범들을 쫓으며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아버지 동진 역을 소화했다. 이전에 보여준 캐릭터와 달리 광기에 사로잡혀 극단으로 치닫는 남자를 연기해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오랫동안 한 작품을 하지 않던 두 사람은 '박쥐'(2009)에서 다시 한번 재회했다.
박 감독이 '올드보이'(2003)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새 작품을 낼 때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때였다.
송강호는 피를 갈망하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을 연기한 이 작품으로 박 감독과 함께 제62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에 이어 두 번째 경쟁 부문 초청이자 주연작으로는 처음이었다. '박쥐'는 당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박 감독이 이번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두 사람은 다시 조명을 받으며 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각각 다른 작품을 들고 칸에 참석한 덕분에 한날한시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칸영화제는 원칙적으로 감독상과 주연상을 한 작품에 주지 않는다.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송강호가 호명되자 멀찍이 있던 박 감독은 재빨리 뛰어와 그와 포옹하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은 시상식 후 국내 취재진과 한 인터뷰에서도 함께 자리했다. 송강호는 외신과 인터뷰하는 박 감독을 수십 분간 기다렸다가 같이 프레스센터로 들어섰다.
박 감독은 송강호와 다시 한번 작품을 함께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송강호에게 "(캐스팅을) 거절만 하지 말아 달라"고 했고, 송강호도 "우리 작품 한 지 너무 오래됐다. 13년이다"라며 박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rambo@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