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하안거 결제법어]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임인년 하안거 결제법어]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 김원행 기자
  • 승인 2022.05.15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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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보운(魯祖寶雲)선사는 평소에 납자가 찾아오기만 하면 얼른 벽을 향해 돌아앉았습니다.

 어떤 납자가 조산본적(曹山本寂)선사에게 "이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산선사는 손으로 귀를 막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노조면벽(魯祖面壁)' 공안에 대하여 선가(禪家)에서 이러쿵저러쿵하며 많은 문답이 오고 갔습니다. 달마대사의 구년면벽 이후에 한동안 뜸하더니 노조선사의 면벽이 등장하자 선문의 많은 선지식이 '달마면벽'까지 들먹이며 이런저런 자기 살림살이를 늘어놓았던 것입니다.

 달마의 9년 면벽과 노조가 벽을 향해 돌아앉은 것이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하며 또 다른 시시비비를 다투었습니다. 노조의 속마음을 제대로 아는 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귀신 굴속에서 어림짐작으로 이런저런 말을 내뱉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기야 계교(計較)와 사량(思量)으로 ‘안다’라고 하여도 노조는 벽을 향했을 것이고 '알지 못한다.'고 하여도 노조는 벽을 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담담하여 아무 맛도 없는 가운데 또 맛이 있는 것이니 이미 사량 분별을 넘어 섰기 때문입니다.

 달마의 면벽과 노조의 면벽은 면벽 그대로가 법문입니다. 다시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부처와 중생이 나누어지기 전의 소식을 들어낸 것입니다.

어떤 존숙(尊宿)에게 납자가 물었습니다.

 "조사가 벽을 향해 9년 동안 앉았던 것은 이 뜻을 아는 이를 찾기 위한 것입니까?"

 이에 존숙이 말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알고 있다면 장차 무쇠방망이를 얻어맞을 날이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노숙(老宿)에게 납자가 물었습니다.

 "조사가 9년 동안 벽을 향해 앉은 것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리요?"

 이에 존숙이 말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알고 있다면 다시 짚신 살 돈을 마련하여 30년 동안 더 행각해야 하리라."

 길고 길었던 코로나도 이제는 한풀 꺾인 듯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이제 다시금 본래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일상의 회복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 본성의 회복입니다. 총림 좋은 도량에서 애써 정진해서 공안을 타파하도록 합시다. 그러할 때 달마와 노조가 면벽한 뜻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인빈지단(人貧知短)이요. 마수모장(馬瘦毛長)이라.

부혐천구소(富嫌千口少)요. 빈한일신다(貧恨一身多)니라.

사람이 가난하니 지혜가 짧고, 말이 여의니 털이 길 구나.

부유하면 천 명 식구도 부족하고, 가난하면 한 몸도 많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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