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연등행렬…희망 꽃피는 일상 불자·시민 한마음

30일 연등회 수만 명 거리 나와 환호…외국인 대거 관람
공작등·거북선등·쿵푸팬더등 등 200여 장엄등 종로길 수놓아

3년 만에 돌아온 연등행렬에 수만 인파가 몰렸다. 연등회 때면 찾아온 외국인들도 대거 돌아왔다. 거리는 박수와 환호로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을 반겼다.

30일 오후 7시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불자들과 불교문화의 대중적 축제인 ‘연등회 연등행렬’을 보러 온 일반 시민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멈췄던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동국대운동장에서 어울림마당과 연등법회를 개최하고, 참석 대중들과 각 사찰과 불교단체들이 서울 흥인지문을 출발 종로5가, 종로3가, 종각사거리를 거쳐 조계사까지 수만 개의 다양한 등을 선보이며 행진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연등회의 깃발을 앞세우고 인로왕번과 오방불번이 연등행렬을 이끌었다. 취타대의 연주에 범천등, 제석천등, 사천왕등, 연, 육공양등 이 조계사를 향해 행진했다. 동자동녀, 그리고 정반왕과 마야부인이 거리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주악천인 등 전통등 행렬이 이어졌다.

봉축위원장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도진 정사 등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대표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포교원장 범해 스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봉행위원단이 선두에서 연등행렬 대오를 이끌었고, 중앙승가대 학인 스님들과 동국대 석림동문회 스님들이 뒤를 따랐다. 연합합창단,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동대부고와 은석초 등 종립학교 학생들, 한국스카우트불교연맹 회원들, 승가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등이 형형색색의 등을 들고 행진했다.

금강선원, 구룡사, 총지종, 불광사, 대원정사 봉은사가 갖가지 장엄등과 특색있는 등을 들고 거리를 걸었고, 도선사 화계사, 개운사, 진각종, 길상사가 뒤를 따랐다. 태국불교, 베트남불교 원오사, 네팔불교, 미얀마불교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동남아 지역에서 온 불자들이 각국의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한국불자들과 시민들에게 손 흔들었다. 총지종, 진각종, 태고종, 관음종 등과 영화사, 호압사, 국제선센터, 한마음선원, 수국사, 소림사 선무도, 조계사의 신도들이 연등행렬을 더욱 장엄케 했다. 직장직능불자연합회,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 전국금융인불자연합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와 동국대학교가 연등행렬 후미를 장식했다.

연등행렬에서 ‘장엄등’을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예년과 다름없었다.

올해 선두 장엄등은 ‘육법공양등’이었다.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가족 3대가 처님께 육법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대금과 장구를 든 주악비천등(奏樂飛天燈)이 평화의 메시지를 연주했다. 주악비천은 옛 벽화와 범종 등에 등장하는 상상의 인물이며 하늘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천녀를 말한다.

연등회 마다 대형 장엄등으로 관심을 모았던 천태종 ‘용등’과 진각종 ‘공작등’ ‘반야용선등’, ‘거북선등’, 총지종의 ‘쿵푸팬더등’을 비롯해 호랑이등, 코끼리등을 비롯해 200여개의 장엄등이 시민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연등행렬 동참 불자들은 손을 흔들고 합장하며 코로나 팬데믹에 멈췄던 일상의 이제 회복하려는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종로 거리는 오후 5시께부터 전면 통제됐으며, 거리 관람객을 위해 24개국 30여 명으로 구성된 글로벌 서포터즈와 함께 연등회 율동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실외 마스크 착용도 해제를 앞두고 시민들은 종로 거리를 가득 채웠다. 불자들이 등을 들고 손을 흔들자 박수와 환호로 응원하고 연등행렬과 장엄등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과 휴대폰을 손마다 들었고, 영상을 촬영하며 소중한 일상을 기억에 담았다.

7시께 흥인지문을 출발한 연등행렬은 밤 9시께 대부분 조계사에 도착하면서, 보신각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와 종각 네거리는 회향한마당을 함께하는 불자와 시민들로 채워졌다.

여현아 한유리 공동 사회로 진행된 회향한마당은 좋은친구들이 대형북을 두드리며 ‘미니어 타악’을, 마이다스 엑스가 ‘밝히세’와 ‘힘내라 한국’으로 희망을 노래했다. 이소원이 ‘초파일 아리랑’과 ‘연등 뱃노래’로 참가자들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었고 흥을 돋웠다. 좋은벗 풍경소리의 최연아가 ‘우린 꽃이다’를, 좋은벗 풍경소리 여성회원 3명이 ‘연등을 밝히는 날’을 불렀다.

회향한마당의 하이라이트인 강강술래와 기차놀이로 대동 한마당을 연출했고,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춤추고 노래하며 한껏 흥을 발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