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바이러스 퇴치 운동 선언문
무명 바이러스 퇴치 운동 선언문
  • 만민 스님
  • 승인 2022.04.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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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인류는 바이러스와 대치 중이다. 지구상 어디에도 이 바이러스를 피할 곳은 없다. 이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은 병들고 아프다. 이 바이러스 때문에 태어나고 죽는다. 이 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고통이 일어난다.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명(無明)>이라고 하셨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무명의 최초 발견자였고, 무명의 치료법을 개발한 연구자였으며, 실제로 수많은 무명 감염자들을 치료한 의사였다. 

  인류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번성했으나 인류의 존속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를 자청하는 현재 불교계는 어둠을 물리치는 환한 등불이 되기는커녕 바람 앞의 촛불 신세나 다름없다. 신도는 줄어들고 출가자도 줄어들며 곳간도 비어간다. 사찰들은 입장료나 템플스테이로 간신히 외형을 유지할 뿐, 세상을 치유하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역할은 전혀 하지 못한다. 부처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무명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제조법을 손에 쥐고서는 말이다. 어째서 이런 형국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 문제의 원인은 현 불교계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시하신 길을 축소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다고 비약하는 것은 아니나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불교계에는 축소 왜곡된 불교를 바른 불교라고 믿고, 그렇게 수행하고 그렇게 포교하는 풍토가 만연해있다. 그 양상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불교 수행의 목표는 아라한이다. (개인의 해탈을 지향, 중생 제도는 선택사항)
 2. 무상 고 무아를 깨닫는 것으로 불교 수행은 충분하다. (삼법인의 통찰만으로 불교 수행을 완성했다는 생각)
 3. 12연기는 경전과 주석서로만 이해해야지 세속의 학문과 연계하려 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왜 잘못된 견해인가를 다음을 근거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대념처경 (Maha Satipatthana Sutta, D22)의 안과 밖

 대념처경은 불교 수행자라면 반드시 읽고 연구해야 하는 불교 수행의 핵심 가르침이다. 이 경은 마음챙김의 대상을 신(몸), 수(느낌), 심(마음), 법,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고, 다시 44가지로 세분화하여 정리하고 있다. 

⑴ 몸 (14개) : ① 사대 ② 32가지 몸의 형태 ③ 들숨 날숨 ④ 네 가지 자세 ⑤ 신체의 미세한 모든 움직임 ⑥∼⑭ 아홉 가지 시신의 부패과정
⑵ 느낌 (9개) : ① 즐거운 느낌 ~ ⑨ 세속을 여읜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⑶ 마음 (16개) : ① 탐욕이 있는 마음부터 ~ ⑯ 해탈하지 않은 마음
⑷ 법 (5개) : ① 오장애 ② 오취온 ③ 육처 ④ 칠각지 ⑤ 사성제

 이렇게 44가지의 요소를 관찰할 때, 대념처경에서는 모든 요소에 대해서 빠짐없이 다음과 같은 구절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안으로 (iti ajjhattam va)  [자기의] ...를 관찰하며 머문다. 
 혹은 밖으로  (bahiddha va) [다른 사람의] ...를 관찰하며 머문다. 
 혹은 안팎으로 (ajjhatta-bahiddha va) ...를 관찰하며 머문다. 
 
 자신의 신수심법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신수심법도 관찰하라는 뜻이다. ‘밖으로 bahiddha va’가 다른 사람을 뜻한다는 것은 붓다고사의 중부주석서(MA. Majjhima Nikaya Atthakatha)에서 밝히고 있다. 혹여 붓다고사의 주석서가 ‘밖으로 bahiddha va’의 의미를 다른 사람이라고 밝히지 않았더라도,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메세지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한 자라면 내 신수심법도 관찰하고 남의 신수심법도 관찰하라는 얘기임을 알아야한다. 12처가 일체라고 하시고, 육근과 육경을 조건으로 존재를 설하신 분께서 자신의 신수심법만을 관찰하라고 하셨을리 없지 않은가. 

  법념처의 다섯 번째는 사성제의 관찰이다. 나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나의 외부의 영역에서까지 고통과, 고통의 원인과, 고통의 소멸과 고통의 소멸로 가는 길을 보라고, 경전에서 분명히 말씀하고 계신다. 많은 수행자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이렇듯 불교는 개인의 해탈만을 추구하는 종교가 절대 아니다. 

 2. 숙명통, 천안통, 누진통 

 해탈과 열반의 과정은 모든 경전에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설명된다. 설법의 목적에 따라 생략이 되는 부분도 있으나 순서는 항상 지켜진다. 

8선정 
 초선정 pathama jhana - 이선정 dutiya jhana - 삼선정 tatiya jhana - 사선정 catuttha jhana - 
 공무변처 Akasanancayatana - 식무변처정 Vinnananancayatana - 무소유처정 Akincannayatana - 비상비비상처정 Nevasannasannayatana
 
6통 cha abhinna
 신족통 iddhi-vidha - 천이통 dibba-sota - 타심통 paracitta-vijanana
 숙명통 pubbenivasa-anussati - 천안통 dibba-cakkhu
 누진통 asavakkhaya-nana
 
 8선정의 성취 다음은 항상 6통이 나온다. 신통abhinna는 ‘잘 앎’ ‘지혜’를 의미한다. 누진통은 모든 번뇌가 남김없이 소멸되는 가장 마지막의 경지이다. 누진통은 반드시 숙명통과 천안통이 열린 후 얻게 된다. 숙명통은 자신의 모든 조건을 보는 것이고, 천안통은 나의 외부 - 타인의 모든 조건을 보는 것이다. 

 만약 어떤 수행자의 수준을 판단하려면 조건을 얼마나 세밀하게 볼 수 있는지,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보면 된다. 만약 지금 당장 문제 행동이 있는 개나 어린아이를 데려가면 무슨 조건 때문에 그런 증상이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말하고 문제 행동을 고쳐줄 수 있는 승려가 불교계에 얼마나 있을까. 

 부처님의 제자들이 부처님이 하시던 일을 하지 않으니 현대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사찰에서 방구석 아라한들이 남들은 알 수 없는 경지를 나만 봤다고 착각하는 동안, tv 예능에서는 개 훈련가, 정신과 의사가 중생의 아픔을 실제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이러이러한 조건 때문에 이러이러한 현상이 있었군요. 그래서 조건을 이렇게 바꾸면 그 현상이 없어질 겁니다’ 하고 환멸문을 설한다. 그리고 실제로 고통이 소멸되는 길을 가도록 양육자들을 이끈다. 이 정도면 그들이 진정한 위빠사나 선사들이다. 

 6통은 혼자 선방에서 뭔가를 느껴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세계에 실재하고 있는 것의 조건을 면밀히 보는 것이다. tv 예능에 나오는 조건도 보지 못하니, 신도가 “부부싸움을 했는데 어찌하오리까” 물어 오면 “108배를 해라”, “기도를 해라”, “배우자를 부처님이라고 생각해라” 정도의 조언밖에 할 수 없다. 그러니 절에 오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착한 사람 컴플렉스에 걸려버리거나 현실 도피를 수행이라고 배우게 된다. 

 이런 풍토가 만연하다 못해, 아예 그런 것이 불교라고 모두가 믿고 있는 까닭은 <연기법緣起法>을 연기성緣起性의 측면에서만 이해하고, 연기성緣起性만 알면 불교 수행이 다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기법緣起法>은 연기성緣起性과 연기상緣起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연기성緣起性은 연기의 성품을 의미하고, <삼법인 - 무상, 고, 무아>로 설해진다. ‘제행이 무상’, ‘제행이 고통’,‘제법의 연기성’을 아는 것이다. 

 연기상緣起相은 현상現象의 구조, 조건을 면밀히 드러내는 것이다. 연기상緣起相은  <12연기>로 설해진다. 경전에 나오는 <12연기>의 정형구는 길어야 두세 페이지에 달하지만, 삶의 모든 현상, 모든 분야에서 연기의 구조를 보는 일은 녹녹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구조를 볼 수 있어야만 모든 조건을 볼 수 있다. 
 
 3. 불교와 현대 학문

 현대의 불교 수행자라면 정신분석학이나 상담심리, 언어철학, 마르크스의 경제학, 푸코의 사회학 그리고 그 이후 포스트 구조주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전문가들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한다. 왜냐하면, 그 학문들이 불교 12연기 주석서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2연기는 감각기관에 홀려 잘못 인지된 현상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를 밝힌 최초의 구조주의 철학이다. 

 불교를 받아들여 자신의 철학으로 녹여낸 최초의 서양철학자는 쇼펜하우어이다. 쇼펜하우어 이전의 서양 철학이 [근경식 -> 촉수애취유생사]의 영역만을 다루었다면 쇼펜하우어는 [근경식] 전에 ‘의지’가 있다고 하며 현상 너머의 세계를 보는 문을 열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가 12연기의 2번 ‘상카라’이다. 쇼펜하우어의 ‘표상과 의지’는 이후 실존주의 철학, 구조주의 철학의 출발이 되었다.

서양철학은 “드러나 있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라는 오랜 철학적 질문에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는 힌트를 얻은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 프로이트, 칼 융, 라깡, 언어철학에서 소쉬르, 비트겐슈타인, 경제학에서 마르크스, 알튀세르, 정치학과 사회학에서 푸코,.. 등등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땅 위에 드러나 있지 않은 것을 보기 위해 땅 밑으로 내려갔다. 쇼펜하우어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서. 그리고 들뢰즈, 데리다 등 포스트 구조구의에 이르러 서양철학은 2600년전 부처님의 사유에 은혜를 입은 기반 위에 무명과 행에 대한 풍성한 주석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런 서양 학문의 흐름에서 요즘 tv에 나와 실제적으로 위빠사나를 하는 정신과 의사, 개 훈련가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부처님께서 계셨으면 했을 일들을 실천하며 사람들의 감사와 존경,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부처님의 제자들이 사찰 관리자로 전락해버리는 동안 말이다. 
 
  우리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완벽한 백신과 정확한 치료제 제조법을 받아놓고도 이렇게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한 마디로, 불교관의 왜곡현상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불교 수행의 범주는 개인의 해탈이 아니라 개인, 타인, 전체사회 즉 모든 관계에서의 해탈임을 통찰한다. 
   2. 연기법은 <연기성-삼법인>과 <연기상-12연기>로 이루어진다. 삼법인의 조그마한 이해에 자신의 삶을 외면한 채 도피하지 말고, 그러한 앎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모든 조건들을 보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이르러야 불교의 범주가 온전해지고 실제적인 해탈 열반이 있음을 명백히 통찰한다. 
   3. 불교에서 시작되었으나 서양에서 한 걸음 더 발전시킨 학문들을 겸허하게 다시 배워가야한다. 번뇌장이 <연기성-삼법인>에 대한 무지로 인한 거친 번뇌라 하면 소지장은 응당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여 생기는 미세한 번뇌이다. 응당 알아야 할 것이란 <연기상 - 조건>이다. 그래서 <연기성-삼법인>을 깨달으면 번뇌장은 일단락된다. 그러나 소지장을 해결하려면 나의 삶에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자세히 살피고 알아야만 한다. 이 시대의 불교 수행자라면 쇼펜하우어 이후의 서양학문이 소지장을 제거하는데 더 없이 감사한 불교 주석임을 알아야한다. 그렇기에 불교계에서 더욱 뛰어난 정신과 의사, 개 훈련가, 정치평론가, 경제전문가, 양자역학자가 나와야만한다. 물론 억지로 무언가가 되려고 하는 것은 불교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소지장을 해결하려 치열하게 정진하다보면 어느새 사회에서 그런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선언문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반쪽짜리 불교를 극복하고 온전한 불교로 나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 시대에 다시금 꽃피워, 모든 중생들을 해탈 열반의 세계로 이끌게 되기를 발원하는 외침이다. 이 길을 <무명 바이러스 퇴치 운동>이라 명명하고 다음과 같은 깃발을 세워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며 함께 나아갈 승가 재가 수행자들을 결집하고자 한다. 

   21세기 한국 불교를 이끌어 갈 승가인 연합 
   21세기 한국 불교를 이끌어 갈 재가인 연합 
   
   가장 번성하고도 가장 위험한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불교 수행자들이여, 중생이 병들고 아픈데 나 혼자 해탈하는 길은 없다. 진정한 해탈 열반의 출구는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유일하다. 불교 수행자들이여, 구조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무명을 직시하자. 그리고 무명을 완전히 퇴치하자. 그럼으로써 진짜 부처가 되자. 

 
 2022. 4. 19. 
 마인드풀명상회 주지 만민 
 

21세기 한국 불교를 이끌어 갈 승가인 연합 
(첫째주 셋째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9시 30분, 줌으로 결집) 
6월부터 줌으로 4차례 토론 후, 연합에 뜻이 있는 승가자들이 모여 정식 발족 
줌 토론은 연합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 가능 

21세기 한국 불교를 이끌어 갈 재가인 연합 
(둘째주 넷째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9시 30분, 줌으로 결집)
6월부터 줌으로 4차례 토론 후, 연합에 뜻이 있는 재가자들이 모여 정식 발족 
줌 토론은 연합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 가능 

토론 주제 
* 위 선언문에 나온 불교계의 3가지 왜곡된 불교관에 대하여 
* 선언문 내용 외 현재 불교 쇠퇴 현상에 대한 고찰과 원인에 대한 진단

연락처 : (간사) 지위자 admin@mmeditate.com / 010-3407-5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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