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은 유감 표명이 ‘유감’이다
때 늦은 유감 표명이 ‘유감’이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2.03.25 02:07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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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단체 상임대표에게 “상임대표 면전·당돌·젊은 여자”라니
교계 대표 시민단체가 언어폭력에 둔감, ‘내로남불’ 지적도

불교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연대단체의 여성대표를 비하해 두 달째 시끄럽다.

지난 1월 참여불교재가연대 한 운영위원은 성평등불교연대 임지연 대표를 “상임대표 면전에서”…“당돌하게”…“젊은 여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었다. 문제 제기에도 박광서 상임대표는 오히려 “우리 나이 때는 그럴 수 있다”는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 부적절한 말에 사과하면 끝났을 일은 논란에 논란이 더해져 이 사건 관련 ‘조사보고서’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언어폭력의 당사자는 시민사회단체의 운영위원이었고, 피해자도 참여불교재가연대 운영위원이자 연대단체인 성평등불교연대의 공동대표였다. 말리고 타일러야 할 단체 대표는 ‘그럴 수 있다’는 안이한 태도로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고, 연대단체의 대표는 한순간 ‘당돌한 젊은 여자’가 됐다.

“상임대표 면전”에서는 “감히 스님에게”라던 일을 떠올렸고, 윤석열 후보자 몸을 잡는 지지자에게 감히 어딜 만지냐는 듯한 태도에 내쳐진 한 지지자의 모습도 떠올랐다.

“젊은 여자”에서는 경험 없고 미숙한 여자 내지는 어쩌어쩌한 여자로 부르는 것 같아 놀라웠다.

“당돌”에서는 연대단체 대표이자 한 신행단체의 대표자에게 ‘설마’ 그렇게까지 말했을까 싶었다.

마지막 충격은 이런 언어폭력에도 “우리 나이 때는 그럴 수 있다.”는 말로 사과조차 없던 이가 불교계 재가불자들의 신망을 받아온 분이란 점에서다.

'외람되지만' 이 같은 발언은 민주적 토론문화 원칙에 저해한다. 연대단체의 대표성을 훼손했고, 남성중심의 권위적 표현은 젠더 이슈를 부른다.

나이 많은 남자 어른들에 둘러싸인 ’젊은‘ ’여성‘은 나이 든 사람에게 지적하거나 의견을 낼 때 두려움을 느낀다. 감히 어른에게 다른 의견을 낸다고 고까워하는 사람이 꽤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럴 때 젊은 여성은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상한 여자가 된다. 그래서 여성들이 당하는 문제는 개인적이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인정된다.

공적 공간에서, 공적 장소에서 소수 또는 약자의 목소리를 탄압하고 짓밟는 행위는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물리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언어폭력이나 차별적 언행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씨앗이 된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라면 더욱 어떤 형태의 폭력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불교계 가장 오래된 재가불자들의 모임체이며, 연대체이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에서 중심역할을 한다. 더욱이 우리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연대한 단체다. 차별금지불자선언은 "어떤 자리에서건 누구에게든지 차별의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차별에 저항할 시민단체 내부에서 여성차별과 연대단체 대표 비하 등의 언어폭력은 우리 불교시민사회의 현주소를 의심케 한다. 피해자는 여성연대체인 성평등불교연대의 공동대표다. 그런데 연대단체 관계자들의 적극적 대응도 보이지 않아 의아하다.

불교시민사회가 누구를 향해, 어디를 향해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 시민사회 내부의 이런 모습은 ’내로남불‘로 취급될 게 뻔하다. 많은 이들이 불교시민사회에 더는 웃어주지 않을 것 같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26일 새 상임대표를 선출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한다. 두 달 넘던 논란에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새 상임대표 선출이 목전인 때인 24일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유감”이라는 공문과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임과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과 회원들이 소중한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입장을 임지연 대표에게 전달했다.

“미안합니다. 부적절한 발언을 상임대표로서 사과드립니다.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두 달 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렇게 사과했으면 끝났을 일인데, 논란은 논란대로 키우고, 상처는 상처대로 주고는 상임대표 선출이 코앞에 공문을 보냈다.

때 늦은 유감 표명이 참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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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2022-03-25 11:00:48
청정재가 안에서 이런 범계행위가 벌어졌고 당사자 참회는 커넝 오히려 피해자를 해종취급 하다니 이럴수가 있나요?

똑같아 2022-03-25 14:55:04
노욕이구만요. 이제 그만 놓으실 때도 된듯한데요.
그리고 불교 여성단체도 이름값하셔야겠네요.

사랑이 2022-03-25 22:00:44
이럴수가 있나요
재가연대는 무엇하는곳인가요
짜승이 키우는 곳인가요.
성불연대는 오히려 감싸고 돌고
있으나 마나@@@@@
성찰할 때입니다~~~

가관일세 2022-03-25 07:24:37
에고~~~

재가연대나 바불재 2022-03-26 08:28:52
별반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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