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정빛나 기자 = 북한이 24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기어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는 북한 스스로 선언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시사한 지 두 달 만에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후 "북한의 이번 발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간 신뢰를 유지하는 상징적인 조치였던 모라토리엄이 4년 4개월 만에 깨졌다.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은 2018년 4월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말한다.
남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기에 선언됐지만,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표류하고 남북관계가 악화한 가운데서도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하되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ICBM·핵실험과 같은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이후 4년 넘게 ICBM을 발사하지 않은 것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 1월 20일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하면서 사실상 ICBM 발사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커져 왔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정치국 회의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명분 삼아 준중거리 궤적으로 신형 ICBM을 발사했다.
한미 군 당국은 두 번의 발사가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의 성능 시험발사라고 평가했다. ICBM 최대 사거리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북한이 줄곧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명분으로 든 것은,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기 위한 장거리 로켓은 ICBM과 기술이 거의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6일에도 신형 ICBM 추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초기에 공중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드레만인 이날 다시 동해상으로 ICBM을 고각 발사했으며,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금까지는 정상 각도(30~45도)보다 높여 쏘는 고각 발사를 해왔지만, 다음번에는 정상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다음 수순은) 정상 각도로 일본 열도를 넘겨 태평양에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4월 행사 전에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eeva@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