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대종사 신축년 동안거 해제법어
[전문]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대종사 신축년 동안거 해제법어
  • 김원행기자
  • 승인 2022.02.11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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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밀암함걸(密庵咸傑)선사께서 안거를 마친 해제 일에 법좌에 올랐습니다.

“90일 전에는 노끈도 없었는데 스스로 묶여 있다가 90일 이후에는 다리가 파리해지면서 짚신이 헐렁해졌다. 그리하여 비로소 해제 이후에 하늘이 사사롭게 만물을 덮지 않고, 땅은 사사롭게 만물을 싣는 일이 없으며 바람은 나뭇가지를 울리지 않고 비는 흙덩이를 깨뜨리지 않게 된다는 이치를 알게 되었다. 결제대중이 안거를 회향하면서 태평스런 해제시절을 향해 길을 떠나게 되었으니 설사 동쪽으로 가다가 뒤집어지면 뒤집어지는 대로 서쪽으로 오다가 뒹굴면 뒹구는 대로 모든 것을 무심(無心)히 할 일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뒤에 할()을 하시더니 법상에서 내려 오셨습니다.

어느덧 삼동안거가 지나고 해제가 되었습니다. 동안거 동안 산중의 안팎으로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총림의 대중들이 애써 수행 정진해서 어느새 해제에 이르렀습니다. 흘러만 가는 시간에 미련을 두거나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해제 기간에도 우리 본성의 바탕에서 힘 따라 애써 정진하고 생활할 때 우리는 여러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공부가 순일할 것입니다.

무심의 경지가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야 비로소 해제 길에 들어서면 초목과 산천은 거듭거듭 본분의 소식을 드러낼 것이며 또 객승으로 잠시 머무는 암자에서 종과 북이 울리는 것이 때로는 해탈의 소리로 펼쳐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고 머무를 때 정해진 장소가 따로 없으며 또 숨고 드러남이 자유자재한지라 설사 범부라고 할지라도 범부가 아닌 것입니다.

광교 성(廣敎 省)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길이 끊어지고 안개먼지가 낄 때는 어떻습니까?”

이에 선사는 대답했습니다.

()이 없는 사람은 등불을 빌리지 않는다.”

설사 땅에서 둘러 쓴 먼지라고 할지라도 그 먼지는 하늘까지 뽀얗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는 자기가 어리석다는 생각에 묶여서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무심은 목석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천고(天鼓)가 비록 무심하지만 자연스럽게 여러 종류의 미묘한 법음을 내어 중생을 교화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여의주가 비록 무심하지만 자연스럽게 여러 종류로 변화하여 나타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우둔한 새는 바람을 거스르며 날아갑니다. 무심을 잘못 알아듣고서 혹여 있는 것을 없다고 부정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본성의 바탕에서 애써 정진할 때 진정한 무심공부인(無心工夫人)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복덕이 매우 깊어 큰 바다와 같을 것이며 지혜는 막힘이 없기 때문에 허공과 다름이 없을 것이며 또 신통변화가 세간에 충만할 것입니다.

흑마답설원부적(黑馬踏雪元不跡)이요.

백어음수료무성(白魚飮水了無聲)이로다.

검은 말이 흰 눈을 밟더라도 본래 검은 발자취를 남기지 않았고

뱅어(흰 물고기)는 물을 먹어도 마시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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