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連功)'의 힘, 최초를 최고로 만들다
'연공(連功)'의 힘, 최초를 최고로 만들다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2.01.12 13: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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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 스님 사상 집대성...'탄허학 연구' 쓴 문광 스님

 

한 스님의 20년 열정이 한 학문을 만들었다. 전세계에 불고 있는 'K' 열풍을 예견했던 오대산 성자 탄허 스님(1913~1983)을 연구한 '탄허학'이다. 의상학 원효학은 있었어도 현대 스님의 사상 등을 집대성해 '학'이라 명칭한 경우는 없었다.

문광 스님(조계종 교육아사리)은 11일 조계종출판사(대표 남배현)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탄허학 연구>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탄허학' 탄생을 알렸다.

한국학 새 지평 열 '탄허학'

스님은 탄허 스님 연구를 '탄허학'이라는 이름 붙인 것은 "유·불·도뿐 아니라 기독교 서양철학까지 통섭했던 21세기 한국학을 대표할 인물이 '탄허 스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연학 의상학 원효학은 불교학 분야로, 퇴계학 율곡학 등은 성리학 연구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는 것과 비교해, '탄허학'은 학문간 경계에 갇히지 않고 한국학 테두리에서 한국 사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도 손색이 없다는 설명이다.

문광 스님은 "선학 화엄학을 비롯한 불교학 전반과 유학 도교, 기독교사상과 서양철학, 비교종교학, <정역> 연구를 포함한 미래학 등 다양한 분과의 학문들이 탄허학을 채울 것"이라고 했다.

막혔던 의문들, 탄허 스님 책보고 뚫려

문광 스님은 국내 탄허 스님 연구 1인자이다. 20년 동안 탄허 스님 사상에 천착했다. 

문광 스님은 동양학자였던 선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한학을 익혔다. 5세에 천자문을 떼고, 10대에 사서삼경 등을 두루 읽었다. 20대 중문학을 전공했다. 기독교 학교(연세대)를 다니면서 <주역>을 익힌 뒤 출가했다. 스님은 초서를 다룰 수 있는 드문 한학자이다.

출가 전 기호학파의 면암 최익현 계통에서 유학을 공부했고 노장 등 도학에도 심취했던, '도란 무엇인가' 의문을 풀기 위해 출가했던 탄허와도 닮은 꼴이다.

문광 스님은 우연히 읽은 탄허 스님 책을 통해서 학문과 지식의 갈증을 풀었다. 이는 스님이 탄허 스님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수집 부터 육성법문 청취 정리까지 20년 수행

어려서부터 한학을 익힌 탓에 한문에는 두려움이 없던 문광 스님이었다. 손에 쥔 탄허 스님 책들은 술술 읽혔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문광 스님의 연구는 자료수집부터였다. 월정사, 탄허기념불교박물관 등 각지에 흩어지고 여럿이 나눠갖고 있던 자료부터 모았다. 삼고초려를 뛰어넘는 방문과 간곡한 부탁 끝에 '도서출판 교림' 서우담 대표는 탄허 스님 육성 법문 자료를 문광 스님에게 넘겼다. (관련기사: “스님들 공부 않는데 살 수가 있나”)

문광 스님의 시련(?)은 자료 수집 후에도 계속됐다. 탄허 스님은 20종 80권 저술을 남겼지만 이 가운데 18종 78권이 번역서이다. 번역에 달린 수많은 주석 가운데 대부분은 탄허 스님이 엄선한 타인의 주석들로 탄허 스님이 직접 단 주석은 드물었다. 다만, 탄허 스님은 법문에 당신의 생각을 담았다. 

주석 하나하나 신중했던 탄허 스님, 서문 만큼은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의 육성 법문을 모두 들었다. 오래 전 아나로그식 녹음된 자료들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님 말씀을 한번에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듣고 또 들었다.

탄허 스님 관련 자료들을 살피던 문광 스님은 스님이 각 번역본 서문에 당신의 사상을 요약해 서술했다는 것을 찾아냈다.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이 펴낸 책의 '서문'만을 모아 강의를 했다. (문광 스님은 이 강의를 유튜브 '문광스님 TV'를 통해 공개 중이다.)

스님은 '서문'을 모아 책을 펴냈다. <탄허사상특강>이다. 이는 유튜브 강좌 교재이지만 탄허 사상 골수만 담은 책이기도 하다.
 
한시도 쉬지 않던 참선, 하루도 쉬지 않던 역경

탄허 스님은 평생을 인시(새벽 3~5시) 참선 수행을 했다. 참선을 통한 정진력은 스님이 하루 12시간 번역을 하는 뒷심이 됐다. 

불교 정화가 한창이던 때, 청담 스님 등이 논의를 위해 오대산을 찾았을 때다. 탄허 스님은 오후 9시가 되자 '자러 간다'며 자리를 떴다. 스님은 "나 혼자하는 불사가 있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있느냐"고 했다.

탄허 스님은 병환이 드러난 입적 1주일 전까지 하루도 불사를 쉬지 않았다. 경전 번역을 했고, 늘 원고 보따리를 챙겼다.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은 허투로 말하는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다. 질문을 하면 말했지만 질문이 없으면 늘 선정에 들어 계셨다"고 말했다. 

의역 초래할 오류 경계, 직역했던 탄허 스님

탄허 스님은 의역을 경계했다. 직역만 했다. 말은 시대따라 바뀌는데 의역을 하면 뜻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스님이 '나는 영원히 도매상만 하겠다'고 말한 이유이다.

탄허 스님은 번역한 원고를 상좌들에게 교정을 보게 했다. 원고 하나를 번갈아가면서 6번 교정을 봤다. 종일 교정만 보니 상좌들 어려움이 컸다. 이를 견딘 상좌는 당대 강백이 됐다. '탄허 3걸'로 불리는 무비·통광·각성 스님이다.

탄허 스님의 역주 방식은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 등에서 원전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채용됐다.

누구나 '탄허 스님' 만날 '디지털 아카이브' 꿈

문광 스님은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모두가 한문 등 원문을 다룰 능력을 기를 필요는 없다. 다만 명맥이 끊어져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어서 "정부 지원으로 구축된 AI 활용 고전번역 시스템을 활용하면 탄허 스님 저서들도 쉽게 번역할 수 있는 시대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승가교육도 이원화해야 한다. 스님 모두가 한문 원전을 다룰 필요는 없다. 그 노력을 다른 것에 집중할 시대이다. 기본교육과 전문 불교학 과정의 투트랙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의 저서를 전자책(E-Book)으로 보고, 인터넷으로 육성 법문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전통 불교공부 방식을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구현하고 싶다"고 했다.

탄허 스님 입적 전 사진, 친필 '간산필첩' 번역 등 최초 공개

문광 스님은 <탄허학 연구>에서 탄허 스님 사상을 체와 용으로 나눴다.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의 선사상 등을 체로, 역경과 경세, 인재양성, 민족사상 등을 용으로 구분했다.

책에는 탄허 스님 입적 전 모습이 담긴 사진 등 미공개 됐던 자료가 다수 담겨 있다. 책에 있는 탄허 스님이 출가 전 쓴 <간산필첩>의 탈초와 역주본은 문광 스님이 처음 다룬 귀중한 자료이다.

탄허와 문광 잇는 수행가풍...연공(連功)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 친필인 '화엄학연구소' 현판을 물려받아 내 방에 모셔두고 매일 바라본다. 어떻게 탄허학 연구를 본 궈도에 올릴 수 있을까 고심한다"고 했다.

스님은 "20년 동안 탄허 스님 연구에 천착하면서 조금씩 스님을 닯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는 스님과 유사하게 사유하고, 스님과 비슷하게 말한다. 스님과 동일한 우환의식을 공감하며 산다. 공부하면 할수록 '탄허학'이 21세기 인류의 공통 화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문광 스님은 해인사 원당암에서 각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통도사에서 보성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직지사에서 성수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동국대 선학과·불교학과 학사,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철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통광 스님에게서 전강을 받았다. 법호는 법운이다. 제3회 원효학술생과 제1회 탄허학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조계종 교육아사리,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이다.

탄허학 연구┃문광 지음┃조계종출판사┃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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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 2022-01-14 21:10:52
탄허스님을
존경하는 불자입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한문글이 어려웠었는데...

스님의
화엄경 강의도
잘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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