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용문사, 천년 역사 묵묵히 지켜본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 천년 역사 묵묵히 지켜본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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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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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최대·최고령 유실수… 천년고찰의 내력 말해줘

“세상에, 이렇게 큰 나무가 있다니!”

양평의 진산인 용문산(1,157m) 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용문사(龍門寺)로 들어서는 숲길은 신록이 한창이다.

시원한 계류와 맑은 새소리에 넋을 빼앗기듯 짙은 숲길을 20여 분 걸었을까. 파란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두 눈을 가득 메운다. 용문사보다 더 유명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다.

1,1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

나무의 둘레 14m, 높이 60m, 가지는 동서로 27m, 남북으로 28m나 퍼져 있는 이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서 가장 큰 나무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1,100살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나무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셈이다. 또 이처럼 고령임에도 가을마다 은행을 열다섯 가마 이상 거둘 수 있다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유실수 가운데에서는 동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이라 한다.

누가 언제 심은 것일까?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그의 스승인 대경대사를 찾아와서 심은 것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에 이곳을 지나다가 심은 것이라고도 한다.

역사의 물길을 좀더 거슬러 오르면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가 내려 자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이 은행나무는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떤 징후를 보였다.

고종이 승하하였을 때는 커다란 가지가 부러졌고, 8·15광복과 한국전쟁 때도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천왕목(天王木)으로도 불렸다. 조선 세종 때는 정3품인 당상관이란 품계를 받을 만큼 소중히 여겨져 왔다.

나무와 역사를 같이한 용문사는 913년(신라 신덕왕 2)에 대경(大鏡)이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일설에는 원효가 세운 뒤 도선이 중창하였다고도 하며, 경순왕이 직접 이곳에 와서 지었다는 설도 있다.

‘양평군지’에 따르면 용문사 창건 당시 당우가 304칸에 스님이 300명쯤 머물렀다 한다. 절터로 보아 300칸이 넘었다는 당우는 규모가 부풀려진 것이라 해도 양평 지역에 기대 살던 수많은 민초들을 위로해주던 대찰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1907년 의병의 근거지로 사용되자 일본군에 의해 불에 타는 수난을 겪는다. 2년 뒤 취운 스님이 큰방을 중건하고, 1938년 태욱스님이 대웅전·어실각·노전·칠성각·기념각·요사채 등을 중건하였으나 한국전쟁 당시 인근에서 벌어졌던 용문산전투 중에 큰 피해를 입고 만다.

용문산 전투 당시 불에 타버린 용문사

그래서 용문사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절집임에도 환란을 겪은 탓에 아쉽게도 천년고찰이 갖는 세월의 더께를 느낄 수 없다.

현존하는 대웅전·산신각·종각·요사채·일주문 등은 모두 20세기 중반 이후에 새로 지은 것들이다. 그나마 돌로 된 덕에 남은 정지국사부도(보물 제531호)만이 우람한 은행나무와 함께 용문사의 내력을 증거하고 있을 뿐이다.

절 오른쪽의 ‘정지국사 부도 200m’라는 팻말을 따르면 호젓한 숲길 끝에서 정지국사 부도를 만나게 된다. 환란의 와중에도 비교적 보존이 잘된 부도는 팔각원당형의 기본틀에서 많이 변형된 편이지만 주위의 산세와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 부도비는 부도에서 50m쯤 아래쪽에 있다.

정지국사는 1395년(태조 4) 천마산 적멸암에서 입적하였는데, 찬연한 사리가 많이 나오자 태조가 이를 듣고 정지국사를 추증하였다고 한다.

이 부도와 부도비는 정지국사의 제자 조안스님이 용문사를 중창할 때 정지국사의 사리를 모셔다가 건립한 것이다. 비문은 당대의 명신이며 학자인 권근의 찬(撰)이다.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 기사제공 주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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