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적(入寂)한 스님이 남긴 재산이 사유재산이더라도 형제자매가 받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9일 사자(死者)가 남긴 유산 중 상속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 유류분에서 형제자매가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이 성료되면 형제 자매는 유류분 권리대상에서 제외된다.
유류분(遺留分)이란, 일정한 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유보(留保)된 상속재산의 일정부분을 뜻한다.
현행 민법상 자녀 혹은 손자녀(직계비속)과 부인(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만큼 유류분 권리가 인정됐다.
그동안 민법은 부모·배우자·자녀가 모두 없을 경우 형제자매 상속권이 인정되어 왔지만, 개정을 통해 유류분을 받거나 청구할 권리가 지난 1977년 민법에 도입된 후 44년 만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조계종은 종단 소속 승려들이 개인명의로 소유한 재산이 사후 속가 가족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승려법에 승려 사후 개인명의 재산의 종단출연 조항을 신설하고, 관련 령을 만들어 시행해 왔다. 또 유언장 업무 처리절차까지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조계종은 민법이 규정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채택해 시행하고 유언장 집행 시 민법 제1091조에 의거 반드시 관할 법원의 검인을 받고 있다. 조계종 총무부에 따르면 소속 승려 11,263명 중 10,969명이 유언장을 종단에 제출한 상태다. 또 유언장 집행은 2011년 부터 2021년 10월까지 13건이 집행됐다. 예금 동산 부동산이 종단이나 사찰로 유증됐다. 실익이 없는 3건과 자필 유언장이 아닌 것이 확인된 1건은 집행이 중지됐다.
현재 유언장집행과 관련 종단이나 사찰을 대상으로 분쟁이 파악된 사례는 4건이다. 분쟁이 있는 경우 스님의 자필 유언장의 필적을 감정하는 사례도 있다. 또 입적한 스님의 개인명의 부동산은 일정 부분 확인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지만, 동산이나 예금의 경우는 즉시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속가로 이미 상속처리된 재산은 법원의 검인을 받은 유언장울 근거로 유류분을 제외한 삼보정재의 반환 청구를 종단이나 사찰이 국가법령에 의거 행사할 수 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 권리가 사라지면 입적 후 스님 개인명의 재산이 속가로 유출되는 사례는 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자녀 손자녀 배우자, 부모 조부모의 유류분 권리는 그대로 인정돼 재산 분쟁이 완전 해소는 어렵다. 더구나 조계종 소속 승려의 고령화 비율이 높고, 그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어, 입적 후 개인명의 재산에 대한 분쟁은 특정 시점에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지난해 우리 사회 1인 가구 비중은 31.7%에 달하며, 조계종은 올해 기준 출가자 수가 100명을 넘지 못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