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의 경우) 종단은 가난한데 사찰은 부자, 사찰은 가난한데 스님은 부자인 것은 승단이 정신 공동체가 아닌 구성원 이익을 매개로 한 이익공동체인 까닭이다.”
한국불교태고종(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22일 한국불교전승관에서 ‘한국불교태고종의 미래 지향성 탐구’ 주제 제3차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서 조기룡 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는 ‘태고종 사회복지사업의 현 단계와 과제’를 통해서 태고종의 사회복지 역량 강화를 촉구했다.
태고종은 3526개 사찰과 7691명의 승려를 갖고 있다. 사찰 3185개, 1만3327명 승려를 가진 조계종과 비교해 크게 약하지 않은 교세이다. (2018년 기준) 반면, 사회복지는 한국불교 사회복지법인 전체의 2.5%, 전체 시설의 1.3%에 불과하다.
조 교수는 “태고종 사회복지 최우선 과제는 종단 사회복지법인과 시설 확대에 있다. 종단 사회복지 성장을 위해서는 중앙기구와 교구 종무원, 단위 법인과 시설간 유기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고종 종헌 기구인 사회복지원을 명실상부한 사회복지 중앙기구로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사회복지는 인간애의 사회적 표현이다. 이는 종교의 본질적 과제이자 태고종 종지 실현의 길이다. 사회복지 강화는 태고종 종지인 ‘견성성불 전법도생’ 가운데 전법도생 실천”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태고종 사회복지 중앙기구가 부실한 이유를 종단 공동체 의식 미약에서 찾았다.
조 교수는 “승가가 이익 공동체가 아닌 정신 공동체가 되려면 정신을 기반으로 한 경제 원칙이 존재해야 한다”며 ▷승가의 공평한 분배 ▷승려 개인의 최소한의 소유 ▷승려 개개인의 인식 변화를 해법으로 꼽았다. 이어서 “이 세가지 원칙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지켜지고 있지 않다면 구성원들의 종단 공동체 인식이 깨질 수 있다. 공동체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화합을 깨뜨리는 강력한 요인”이라고 했다.
법우 스님(용월사 주지)은 ‘한국불교태고종의 출가제도와 승가교육 체계에 대하여’ 주제 발표를 통해 태고종 출가제도와 교육체계 개선을 제안했다. 스님은 “▷법계제도 세분화 ▷전법사 권한과 의무 강화 ▷승려 재교육 강화 ▷교육부 인가 기존대학 활용 승가교육 필요 ▷승려 가족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방룡 교수(충남대)는 ‘태고종의 나아갈 길’ 주제발표를 통해서 태고종의 나아갈 길을 ▷태고종학 정립 필요 ▷보살불교 ▷태고종의 미래 포교 방향으로 나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태고종은 분종 후 지금까지 종권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돼 왔다. 갈등의 방식을 정당한 경쟁으로 바뀌도록 태고종 육부 대중이 모두 승복할 수 있는 법과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이어서 “태고종에 많은 사암이 소속됐지만 강한 귀속감을 지닌 사암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승려 전법사에 대한 양질의 교육을 통한 자질 향상이 관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법도생 사명 완수는 포교에 있다. 태고종은 세대별 교화방식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태고종이 가진 전통의례 자산을 현대 불자 신행 속에서 확고히 뿌리내릴 의례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앞서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세미나는 오랜 내홍과 분규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이젠 본종의 모든 종도가 안정된 가운데 한마음 한뜻으로 종단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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