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필자의 4대강반대운동에 보수언론의 기자치고는 비교적 호응을 잘해준 합리적 풍모의 모 기자가 오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2000억 짜리 기사, 그리고 언론중재법>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서 작은 수치 하나를 발견했고, 그걸 바탕으로 취재했다. 업체에 반론할 기간을 열흘이나 줬지만, 업체 측에서 제대로 반론을 못했고, 그래서 배출총량에 대해서는 100% 확신은 못했지만 기사화했다. 기사에서 보듯이 포스코는 이 기사를 계기로 환경 개선에 200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시간을 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찾아서 읽어봤다.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다시는 이런 기사 못 쓸 것 같다. "기사가 나가게 되면 수천억원 손해를 보게되는데, 확실한 증거가 있느냐"고 업체 측에서 따진다면, 언론사는 대응할 수가 없다.
당시엔 다이옥신 한번 측정하는 데 수백 만원이 들었다. 검사비만 수천만~수억원, 업체가 현장 시료 채취에 협조할 리도 만무하다. 그리고 기사가 나가기 전에 손해액의 5배인 1조원을 물어낼 걸 각오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움찔할 수밖에 없다. 2005년 그때 포스코 회장이 이 취재 때문에 우리 회사를 찾아왔지만, 기사는 그대로 나갔고, 그때 그 회사에서 어려움을 당했던 분은 부사장까지 승진한 뒤 퇴직하셨다.~
이 기자를 필자는 인간적으로는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공익을 다투는 대의 앞에서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기사를 쓸 때 자세를 바로 잡고 쓰면 된다. 이런 상황에는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 취재한 내용을 설명한 후 “조사 결과 이런 객관적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니 해당업체는 사실관계를 밝힐 의무가 있다.”라는 식으로 쓰면 된다.
그렇지 않고 기사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폭로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고 언론이 주인행세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적을 한 후 의혹당사자가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면 독자가 주인이 되는 것이다.

위글 후반부에 보면 포스코 회장이 신문사에 방문하는 대목이 나온다. 바로 언론이 주인 행세를 한 결과다. 그 바쁜 대기업 회장이 왜 신문사를 방문해야 하나? 포스코가 진실을 밝혀서 알리면 되는 것이지. 방문하도록 권세를 부리는 게 언론이라는 인식이 언론인들 뇌리에 박혀 있다. 환경학박사학위까지 받은 학구파 기자의 의식속에도.
그러니까 주인도 아닌 자가 주인행세 하다가 잘못되면 혼나는 게 맞다. 언론은 하인일 뿐이다. 이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작지만 본질적으로는 매우 큰 차이다. 우리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주인인데 왜 언론 너희가 주인행세 하느냐 하는 것이다. 칼자루는 국민이 쥐고 있다.
일찌감치 독일과 싱가폴에서는 질 나쁜 언론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고, 우리 국회도 2014년에 여야의원 모두 필요성을 제기하여 2015년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제시되었고, 2016년에 개정안이 홍보물로 발행된 바 있다. 이 정부가 들어선 2019년에도 이 주제로 국회에서 본격 토론이 있었다. 졸속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개정안을 냉큼 통과시킬 일이다. 그동안 주인행세 해온 언론인들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개정후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면, 그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재개정안을 주인인 국민에게 보이고 설득할 일이다.
그게 주인의 명령이다.
/ 이원영 (수원대 교수,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글 잘 보았습니다
명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