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탄원은 자비가 아니라 폭력 방조”
“이재용 사면 탄원은 자비가 아니라 폭력 방조”
  • 이창윤 기자
  • 승인 2021.04.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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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평화불교연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탄원서 제출 비판 성명 발표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회장 경우)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정의평화불교연대(상임대표 김광수, 이하 정평불)가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평불은 ‘이재용 부회장 탄원은 촛불과 사법정의,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라는 제목으로 4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구본사 주지들이 이 부회장의 탄원을 요청한 것은 사법 정의와 촛불, 더 나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라고 지적하고, “국민이 요청한 개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사법정의를 구현하였던 이 부회장의 구속마저 사면으로 귀결시키려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평불은 성명에서 삼성을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과 ‘삼성공화국’으로 만든 주범”으로 규정했다.

“삼성은 정치, 사법부, 언론, 학계, 문화예술계에 굳건한 카르텔을 형성했다.”고 지적한 정평불은 “(삼성이) 촛불 이후에도 변화가 없는 것은 ‘정권-재벌-사법부-보수언론-종교권력층-전문가 집단과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지배동맹 카르텔의 핵심고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평불은 또 삼성을 “건전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로 보았다. 참여연대가 이 부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꼽은 6대 범죄 혐의와 백혈병 등 산업재해를 11년 간 모로쇠로 대응한 것, 노조 파괴 공작 등을 일일이 거론한 정평불은 “삼성이 경제 발전에 일정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경유착을 강화하고 국가 예산과 정책을 재벌과 삼성에 집중하게 하여 경제를 왜곡시키고 건전한 경제발전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정평불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이 회장을 사면시키라는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논리도 “한화, SK, CJ, 태광의 총수와 이 부회장이 구속당한 시기에 모든 해당 기업에서 설비투자, 순이익,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며 비판했다.

정평불은 또 “(이 부회장이) 참된 참회를 한다면 사면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삼성과 이 부회장은 반성은커녕, 숱한 범죄 혐의에 대해 끊임없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참회의 진실성을 의심했다. 정평불은 그 예로 준법감시위를 들었다. 정평불은 준법감시위원 대다수가 삼성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진 것이나, 준법감시위가 불법과 비리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형식기구의 의혹이 짙다.”고 혹평했다.

끝으로 정평불은 교구본사주협의회의 탄원을 “자비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방조”라고 비판하고, “약한 중생의 편에서 사태를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정평불은 “촛불의 명령은 적폐청산인데, 삼성은 적폐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어떤 경전의 어떤 말씀을 근거로 중대한 범죄를 범하고 최소한 100명이 넘는 노동자를 산업재해로 죽게 한 데 책임이 있는 자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하는가.”라며 한탄했다.

《대방편경》에 수록된 선원 499명을 죽이려는 한 선원을 죽이고 그의 업을 대신 받은 부처님 전생 이야기를 언급한 정평불은 “교구본사의 주지들이 이 부회장의 탄원을 요청한 것은 사법 정의와 촛불, 더 나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라고 비판하고, “스님이든, 종단이든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말씀에 따라 권력과 자본이 아니라 약한 중생의 편에 서서 사태를 바라보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이재용 부회장 탄원은 촛불과 사법정의,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요로에 제출했다. 협의회는 탄원서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참회를 위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가르침을 받들어 청원을 올립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탄원서에서도 명시한 대로 “법질서를 어긴 행위는 차별 없이 단죄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6억 원의 뇌물을 주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된 것이지만, 그가 범한 범죄는 이밖에도 너무도 많다. 그동안 삼성은 정치, 사법부, 언론, 학계, 문화예술계에 굳건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과 ‘삼성공화국’으로 만든 주범이다. 촛불 이후에도 변화가 없는 것은 ‘정권-재벌-사법부-보수언론-종교권력층-전문가 집단과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지배동맹의 카르텔이 굳건한 때문인데 이의 핵심고리가 바로 삼성이다. 게다가 삼성은 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산업재해로 죽어서 농성을 하여도 11년 동안 모르쇠로 일관하였으며, 노조파괴공작을 지속적으로 자행했다.

이 가운데 참여연대가 이재용 부회장이 관여한 6대 범죄 혐의로 꼽은 것만도 “제일모직 가치 상승을 위한 에버랜드 공시지가의 비정상적 급등, 바이오젠과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계약 공시 누락을 위한 조직적 방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한 경영진의 비정상적 경영 행태, 삼성물산 부당 합병비율의 적정성 정당화 보고서 작성과 승인,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의 부당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의 국민연금 전달, 삼성물산 합병 불공정성 수습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자본잠식 위기 해결을 위한 회계기준 변경” 등에 이른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들 범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조 원이 좌우되는 사업이 실질적인 총수인 이 부회장의 재가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삼바 건만 하더라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보다 3배의 자산가치와 영업이익을 갖고 있음에도 2015년 5월의 합병 결의 이사회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거꾸로 1 : 0.35로 결정되었다. 작년에 서울중앙지검은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두 회사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 일환으로 진행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삼성 미래전략실 문건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된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혹자는 코로나 위기 사태를 맞아 삼성이 잘 되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주장한다. 삼성이 경제발전에 일정 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경유착을 강화하고 국가의 예산과 정책을 재벌과 삼성에 집중하게 하여 경제를 왜곡시키고 건전한 경제발전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이기도 하다. 더구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체제로 인하여 삼성이 버는 수익의 70∼80% 가량은 외국 자본으로 흘러간다.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약 2조 9천 억 원의 부당이익을 얻게 한 대신에 이로 국민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인 국민연금에 끼친 손실만 약 4,868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한화, SK, CJ, 태광의 총수와 이 부회장이 구속당한 시기에 모든 해당 기업에서 설비투자, 순이익,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였기에 경제 위기 극복을 이유로 이 부회장을 사면하라는 논리는 근거가 없다.

백보 양보하여 이재용 부회장이 범한 죄가 아무리 위중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불자로서 그가 참된 참회를 한다면 사면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회의 진실성도 의심된다. 그동안 삼성과 이 부회장은 반성은커녕, 숱한 범죄 혐의에 대해 끊임없이 증거 인멸을 시도하였다. 2019년 12월에 재판부는 삼바 회계사기 의혹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전자 임직원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8년 7월에는 전직 경찰 정보관이 삼성의 노조 파괴 공작에 가담한 혐의를 감추려고 망치로 자신의 전화기를 파손한 죄로 구속되었다. 준법감시위는 대다수가 삼성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워졌으며, 불법과 비리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준법감시위의 목표이자 존재이유인데 그동안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형식기구의 의혹이 짙은 것이다.

촛불의 명령이 적폐청산인데 삼성은 적폐의 핵심이다. 촛불에서 국민들이 요청한 개혁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사법정의를 구현하였던 이 부회장의 구속마저 사면으로 귀결시키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교구 본사 주지 스님들께 묻고 싶다. 종교는 법을 넘어서서 더 강력한 도덕과 윤리를 요청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인천의 사표가 될 주지 스님들이 어떤 경전의 어떤 말씀을 근거로 중대한 범죄를 범하고 최소한 1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산업재해로 죽게 한 데 책임이 있는 자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하는가. 이는 자비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방조다. 한 사람의 노동자가 죽으면 그 순간에 가족들의 삶은 멈춘다는데, 죽어가는 노동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대한 자비심은 어디로 갔는가. <대방편경>을 보면, 한 선원이 499명의 선원을 죽이려고 하자 선장은 세 차례나 그 선원을 설득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자 그를 죽여 499명을 살리고 그의 업을 대신 받는 선택을 한다. 그 선장의 이름이 대자비 선장이며, 그가 바로 전생의 부처님이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교구본사의 주지들이 이 부회장의 탄원을 요청한 것은 사법 정의와 촛불, 더 나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으로 규정한다.

작년 6월 26일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안을 의결하였을 때, 우리 정의평화불교연대가 제안하여 민교협, 교수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한국작가회의, 꿀잠, 노동자 변혁당 등과 함께 7월 2일에 서울검찰청 앞에서 그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이후 당시 상임대표가 언론에 기고도 하고 검찰의 이재용 수사팀의 자문에도 응하였다. 부처님의 정의와 자비를 구현하려는 우리 정평불의 노력이 만 분의 일이나마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보탬이 된 것이기에, 정평불은 앞장서서 이를 물거품으로 돌리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 스님이든, 종단이든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말씀에 따라 권력과 자본이 아니라 약한 중생의 편에 서서 사태를 바라볼 것을 촉구하며, 그럼에도 계속 강자의 편에 서서 불교의 정의를 거부하고 자비를 왜곡할 경우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

불기 2565(2021)년 4월 25일
정의평화불교연대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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