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를 구하는 밝은 눈이 필요하다"
"`참 나`를 구하는 밝은 눈이 필요하다"
  • 이혜조
  • 승인 2008.05.20 11:52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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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화사 조실 진제스님 "절에 있다고 다 스님이냐"



▲ 결계 포살법회가 종단차원에서 처음 실시되는 무자년 하안거 법회가 열린 동화사 대불전에서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이 법문에 앞어 주장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2008 불교닷컴.

한국 선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진제 스님을 만난 것은 무자년 하안거 하루전날인 18일 오후8시. 설법전 바깥은 암흑천지다. 환한 불빛을 좇아 설법전을 들어 삼배를 올렸다. 조실 진제스님, 선원장 지환 스님, 주지 허운 스님이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진제 스님은 "한국선종의 맥을 잇는 참선도량을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제 스님은 밝은 눈(法眼)을 가져 '참 나'를 발견하는 것이 이번 하안거 나아가 수행자의 진면목이라고 했다. 그래서 참 스승을 만나 줄탁(啐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했다.

- 하안거에 들어가는 뜻은 무엇입니까
△ 여름 안거는 부처님 당시부터 하던 것이다. 모든 출가자는 여름 안거를 시작으로 몸과 마음이 일치해야 한다. 대도(大道)를 석달동안 깨달아야 한다. 습기를 거두고 화두와 씨름, 시비가 끊어지도록 사생결단 정진에 몰두하는 것이다.

- 동화사 금당선원의 수행 가풍은 무엇입니까
△ 28명이 모여 하루 십여시간 정진한다. 큰 방은 24시간 정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공부하다 의심나면 즉시 간택점검을 받아야 한다. 바른 지도자를 만나는 일은 천고에 드문 일이다. 부처님 심인법을 배워 만인에세 선양할 수 있도록 산승은 후학에게 바른 법을 가르쳐주도록 노력하겠다. 부처님 선법의 유래는 광대무변한 진리의 세계다. 바른 눈을 열어야 보인다. 허공보다 넓은 것이 진리의 세계다. 동쪽 하늘 일부를 보고서 진리를 봤다고 못한다. 깨달은 선지식의 도움을 받아서 전체를 바로 보는 눈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만 사람의 눈이 멀지 않게 한다.



▲ 금당선원에서 수좌들과 무자년 하안거에 들어간 진제 스님. ⓒ2008 불교닷컴

- '나를 비워라' '나를 죽여라'라고 하는데 광대무변의 세계에서 아(我)는 어디 있습니까
△ 중생의 눈, 육안의 눈으론 볼 수 없다. 진리의 눈, 법안을 가진 자만이 볼 수 있다. 자재하고 주고 뺐고하는 자재의용을 갖춰야 한다. 광대무변의 세계에서 '나'는 없다. 표현하자니 '나'다. 우주가 생기기 전부터 참 나(진아)가 있었다. 우주가 멸해도 시종이 없다.

- 이번 하안거부터 조계종단 차원서 시행하는 결계와 포살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 부처님 때부터 해오던 수행 가풍이다. 총림서는 오늘날까지 하고 있다. 작은 절은 하기가 힘들었다. 반여를 다 끊고 도량에 모이는 것이다. 비구 25계 대목을 외워가며 미진한 데를 서로 탁마하고 참회하는 것이다.

- 미얀마 사이클론에 이어 중국 지진으로 무수한 희생자가 났습니다.
△ 과거 전생의 악업으로 동타지옥(同墮地獄.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의 변란을 맞는다. 항시 선한 마음을 닦아 착한 행동을 해야 동타지옥을 면한다. 이번 사태는 비참하고 안타깝다. 유정 무정이 한 몸이다. 대자대비심으로 이들의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
 
- 평소 후학 지도는 어떻게 하십니까.
△ 내 마음에 드는 제자를 두지 못했다. 법신변사(法身邊事)나 여래선(如來禪) 단계는 한 둘 있다. 구경법(究竟法)의 최고의 향상일구(向上一句)는 보지 못했다. 눈이 열려야 일을 다해 마친 것이지. 태산이 가려있음을 알아야 한다. 염화실에 찾아오는 이가 많다. 도처서 스님이고 보살이고 처사고 간에. 와서 땡강부리고 간다. 더러는 항상일구만 앞둔 이도 있다.

스님은 잠시 향곡스님에게 인가받은 얘기를 했다. 진제스님은 21살 때 석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조계종 초대 종정 석우스님이 열반한 뒤 향곡스님을 찾아갔다. ‘향엄상수화(香嚴上樹話)’‘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 화두를 타파하고 33살 때 오도송을 읊었다. 향곡스님은 몇차례의 선문답으로 진제스님을 시험한 뒤 깨달음을 인가했다. 이로써 진제 스님은 경허-혜월-운봉-향곡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이어받았다. 당시 받은 인증서에는 "불조의 큰 산진리는 전할 수도 받을 수도 없나니 산진리를 그대에게 붙이느니 펴거나 거두거나 그대에게 맡긴다"고 적혀있더라고 스님은 회상했다. 스님은 14년간 금당선원에 주석하고 있다.



▲ 금당선원서 무자년 하안거를 맞아 참선수행중인 수좌스님들. ⓒ2008 불교닷컴

- 33세에 깨달은 안목으로 본 세상은 어떠합니까.
△ 처처가 불국토요 화장세계요 반야다.

스님은 이번 하안거 법문에서 조주 선사의 적양화(摘楊花) 이야기를 인용했다.

해재일에 조주선사에게 한 학인이 찾아와 "삼개월간 선사님의 지도를 잘 받고 갑니다"하고 삼배를 올렸다. 조주선사는 "부처가 있는 곳에도 머물지 말고, 부처가 없는 곳에도 급히 달아나서 삼천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든 그릇 들어 말하지 말라"고 일렀다. 이에 학인은 "이러한 즉은 가지 않겠습니다"고 하니 조주 선사는 "버들잎을 따고 버들잎을 땀이로다.(摘楊花摘楊花)"라고 했다.

- 버들잎은 어떤 맥락인가요.
△ 그게 비전의 관문이다. '눈'이 열려야 한다. 여러분은 던져줘도 모른다.
적양화적양화(摘楊花摘楊花)
천리오추추부득(千里烏騶追不得)

버들잎을 따고 버들잎을 땀이여,
천리 오추말이라도 따라가지 못함이로다.

- 흔히들 남진제 북송담이라고 합니다. 이 소리를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오직 성철 향곡 스님만 안다. 향상일구에 떨어지는 사람들 얘기다.

- 요즘 불교계 내부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많습니다.
△ 그건 여러분이 더 잘안다. 불교계 내부나 세상살이에 있어 바른 눈이 중요하다. 그래야 모든 허상이 초연해진다. 시비와 헛것, 사리사욕이 있어선 안된다. 모든 인류는 부모가 나기전(부모미생전본래면목 父母未生前 本來面目) 참 나가 뭔가를 알아야 한다. 서양의 지식인들도 하느님이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 불교의 선을 해보니 근심걱정이 없어지더라는 거다. 그러니 한국의 선이 위대하다.

옷만 입고 절에 산다고 스님이 아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많은 상(像) 속에서도 진리를 지키지 못한다. '참 나' 가운데 모든 진리가 있다. 절에 앉아 좌정만한다고 수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나오나 앉으나서나 어떤 것이 '참 나'든가 참구해야 한다. 석가모니나 도인은 '참 나'를 안다. 예수님 부처님이 '참 나' 가운데 있다. 몸을 천번만번 받아도 변하지 않는 것이 진아다.

- 화두를 타파하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 일념삼매(一念三昧)에 들어라. 요 앞 계곡에 흐르는 물은 끊이지 않고 한 모양으로 흐른다. 무르익으면(깨치면) 감각이 없어진다. 모든 사물까지 다 잊어버리는 순간 화두가 박살난다. 뚜렷한 지혜가 일어난다.

- 나라가 여러가지로 스끄럽습니다.
△ (치정자들의)용심에 달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출마전 여기 왔었다. '큰 자리에 오르면 시사심을 버리는 것이 대인의 용심이다. 그러면 만사람이 따른다'고 말해줬다. 덕을 쌓으면 만사람이 따른다.

-끝으로 덕담한말씀 해주십시오.
△'어떤 것이 참 나던고?' 이 화두를 들면 편안한 여생이 올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버들잎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동나무들 사이로 벽오동 하나가 검푸른 빛을 머금었다.



▲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이 무자년 하안거 결제법회에서 대중들에게 법문하고 있다. ⓒ2008 불교닷컴

▲ 진제스님

1934년 경남 남해 출생. 1954년 해인사에서 석우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1967년 향곡선사에게 법을 인가받아 경허-혜월-운봉-향곡 선사로 전해내려온 법맥으로 석가여래부촉법 제79법손. 1971년 해운정사를 창건, 시민선방을 열었다. 1991년 선학원 이사장과 중앙선원 조실을 지냈다. 1999년 경주 금천사를 창건했다. 현재 해운정사·동화사·조계종립 기본선원 조실. 조계종 원로의원. 대종사. 법어집으로 ‘돌사람 크게 웃네’ ‘염화인천’ ‘선 백문백답’ ‘바다 위 맑은 바람 만년토록 새롭도다’ '고담녹월' 등이 있다.

/ / 팔공산 동화사 = 이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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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개 2008-05-20 13:46:01
남진제??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ㅋㅋㅋㅋ 수좌승 흉내쟁이일 뿐....

2008-05-20 12:50:36
- 미얀마 사이클론에 이어 중국 지진으로 무수한 희생자가 났습니다.
△ 과거 전생의 악업으로 동타지옥(同墮地獄.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의 변란을 맞는다.

공허하다 2008-05-20 23:39:34
작금의 불교계를 보면, 큰스님들의 저 헐리웃 액션조차 황당해 보인다.
저게 한국불교와 무슨 상관있으랴~~, 괜한 똥폼일 뿐...

이번 부처님오신날은 언론에서 완전 개무시하더군.
특집 영화도 불교와 암 상관없는 것이고...
별도로 제작한 프로그램이 없어. 이제 관심이 없다는 것이지.

큰중이던 작은 중이던,,, 한국 불교 좀 살려내라.
이제 세상이 한국불교를 대우해 주지 않는다.
알아서 미화해주고 꾸며주고 팔아주던 호강의 시대는 끝났다.

왜 그런줄 아시나?? 싸가지없는 것들이 받기만하고
사회와 세상을 향해 아무것도 주는 게 없는 집단이거든.

이제 대가리 빠개지도록 머리 굴려서 컨텐츠 개발해야된다.
안그럼 불교는 몇년 사이에 주저앉는다. 빠르게 망한다.
산중에서 작대기들고 쌩쇼하는 짓거리 고마하고
지혜로운 안목으로 세상을 봐라.

총무원장 시님처럼 뻘짓에 입만열면 허언으로 불교계 망신
고마시켜라.

음냐 2008-05-20 13:00:58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버들잎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동나무들 사이로 벽오동 하나가 검푸른 빛을 머금었다. ... 라는 기자의 마지막 멘트가 의미하는 뜻을 진제 스님은 알겠죠. 미얀마와 중국의 지진이 전생의 악업 탓이라... 한국선맥을 이어가신다는 큰 스님의 법문입니다. 더욱 어움이 짙어질 수밖에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인가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할!

2008-05-22 01:51:12
조즐 까세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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