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종교 활동의 자유를 외치는 개신교계의 반사회적 행위들에 한국 사회에서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예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성과 성찰이다.
해방신학자 김근수는 <예수 평전>을 통해 종교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예수를 새롭게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00년 전 예수는 인간, 그리고 시대와 역사를 마주보며 치열하게 살았다고 알려준다. 책은 예수가 만난 사람을 보고, 예수가 겪은 사건을 보며 예수의 말씀을 전한다. 예수가 살았던 역사 과거에서부터 오늘날 한반도라는 현실 위에서 예수를 살펴본다.
역사 속에서 예수의 말과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예수 시대의 문제와 현재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00년 전 예수의 발걸음에서 지금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예수는 왜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했을까? 예수의 죽음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광야를 누비며 사람들에게 하느님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가슴에만 품고 살았다면 예수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과 용서와 자비는 말하되 정의는 말하지 않았다면 처형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하느님 나라를 반대하는 세력과 싸웠고 가난한 사람을 선택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했고 소외된 사람들을 끌어안아 하느님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예수는 사람들이 꺼리는 사람들도 만나러 다녔다. 세금 걷는 일을 했던 세리는 당시 사람들에게 죄인 취급을 받는 혐오 대상이었다. 예수는 세리들과 자주 어울리고 마을 공동체에서 소외됐던 장애인, 병자들을 그 자리에 초대했다. 예수는 하느님 나라가 지상에서 실현되려면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한편, 사회에서 제외되고 버려진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자, 세리, 죄인들과 함께 있는 예수는 하느님 뜻이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그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가 다시 예수를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들판에 있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라. 찾아서 다시 무리 안으로 들어오게 인도하라.” 우리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지키기 위해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된,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다교 지배층에게 예수는 사회의 혐오 세력과 어울릴 뿐만 아니라 유다인들이 중시하는 율법에도 충실하지 않았다. 예수는 안식일에 병자를 치유했다. 예수를 반대하는 이들은 예수의 행동을 규정 위반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나 예수는 하느님 나라 관점에서 안식일을 바라봤다. 안식일에도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한 치유 행위가 하느님의 뜻에 위배될 리 없다는 생각이었다. 정결 규칙 또한 유다인들에게는 중요한 종교적 계율이었지만 예수는 연연하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에게 다가가야 했던 예수는 더러운 곳을 피하고 깨끗하지 못한 사람을 가려가며 만날 수 없었다. 예수가 일부러 율법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다교 지배층은 예수에게 분노했다. 한편으로 로마 군대는 지지 세력을 모으는 듯한 예수에게 불안감을 느꼈다.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지만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예수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자마자 예루살렘성전에서 항쟁을 일으키고 성전 파괴 발언을 했다. 예수는 유다교 지배층에게 체포되는 빌미를 주었고 로마 군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예수를 결국 처형당했다.
토론하고 싸우고 갈등하다 십자가에 박힌 예수는 죽음 이후 다시 부활했다. 예수의 족적은 나침반이 되었다. 예수는 유다교를 개혁하고 유다인을 하나로 모으고 싶어 했다. 율법 해석 논쟁으로 유다교 내부 토론에 참여하고 성전 항쟁과 성전 파괴 발언으로 유다교 지배층, 로마 군대와 충돌했다. 예수는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잘못된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가난한 사람을 구원하여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유다교 개혁과 유다인 하나됨을 외치며 분리된 이스라엘을 하나로 합치고자 했다. 21세기 한반도에서도 낯설지 않은 요구다. 이곳 또한 여전히 부자들에게 하느님의 가르침이 더 가까이 있는 듯하고 민족 분단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21세기 한국 그리스도교가 할 일은 명확해진다. 예수와 예수의 메시지를 정확히 알고 잘 따르는 일이다. 지금의 그리스도교는 교리로만 예수그리스도를 따르고 교회 안에서만 그들끼리 어울리려 한다. 그 결과 코로나19 시대에 반사회적 무리가 되어버렸다. 보수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교회와 부자 신도들은 가난한 사람을 돌보지 않고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저자는 예수의 삶을 통해 “우리는 행동으로 예수의 메시지를 실천해야 한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에게 문을 열고 부자들은 가진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야 한다. 민족 분단의 고통에도 더 귀 기울이고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스도교는 십자가를 전하는 종교가 아니라 십자가를 먼저 지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 김근수는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이다. 평신도 신학자이며 가톨릭 인터넷신문 <가톨릭프레스> 초대 편집장을 맡았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대학교에서 신약성서를 전공했다. 로메로 대주교의 땅,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대학교(UCA)에서 해방신학의 대가 혼 소브리노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유일한 아시아인 제자가 되었다.
지은 책으로 〈마르코복음〉 해설서 <슬픈 예수>, 〈마태오복음〉 해설서 <행동하는 예수>, 〈요한복음〉 해설서 <평화의 예수>, 〈루가복음〉 해설서 <가난한 예수>, 개혁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에 관해 쓴 <교황과 나>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스승 혼 소브리노의 대표작 <해방자 예수> 등이 있다. 2014년 8월 교황 방한 마지막 날,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교황을 직접 알현하고, 저서 <교황과 나>를 헌정했다.
예수 평전 ‖ 김근수 지음 ‖ 도서출판 동녘 ‖ 2만5000원
모르는척 외면하는 당신네들이 역겨워요.
교회앞에서 피켓시위라도 하세요.
일부 기독교인들이 저런다고 쉴드치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