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결을 경영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교텔레비전의 경우 사찰의 협찬으로 (주로)운영되므로 우리의 의결이 (미칠 영향이)크다"
17일 첫 회의를 가진 불교미디어관리위원회(미디어위)의 한 위원 스님이 던진 말이다.
회의를 공개하면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다며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불교미디어관리위원회는 목적, 범위, 방안 등 활동 계획을 결정하고 위원장에 일문 스님을 선출했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언론을 '관리'하나
미디어위는 명칭부터 문제다. 5공화국 이전시대에 있을 법한 미디어관리위원회는 한마디로 '언론통제' 냄새를 풍긴다.
의연 스님은 "'관리'라는 단어때문에 생긴 오해다. 절대 언론을 컨트롤하지는 않는다"며 "오늘 회의서도 명칭 논란이 있었다. 필요하다면 바꾸겠다"고 말했다. 명칭은 중앙종회 결의사항이므로 미디어위에서 쉽게 바꿀 성질의 것은 아니다. 장적 스님은 "미디어위 결정이 구속력을 가지지도 않을 것이고 언론을 '관리'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출입기자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스님은 "경영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찰의 협찬으로 운영되므로 우리의 의견이 크다"고 말했다. 불교텔레비전의 예를 든 것이다. 우리의 결정에 따라 사찰의 협찬 광고를 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미디어위의 구성 목적을 의심하는 이유다.
"라디오(bbs)·방송(btn)·기관지(불교신문)를 통폐합 또는 구조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종립학교관리위원회는 종법에 의해 운영되지만 미디어위는 종법도 없지 않느냐"며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을 부연설명했다.
구체적인 활동방향이나 지침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불교관련 기사를 쓰는 매체들이 발전하고 윈-윈하고,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 답변은 역으로 특정 언론에 대해 불이익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종단이 주식회사에 간섭하는 것은 어불성설
종단이 출자하거나 지분 참여를 한 언론과 불교신문과 같은 기관지의 경우 종단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이날 위원장 일문 스님은 미디어위 활동계획에 총무원에 출입하는 14개 모든 언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주식회사나 개인 회사에 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발상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위배하는 행위다. 일문 스님 표현대로 불교계 미디어의 활성화를 꾀한다면 굳이 중앙종회와 총무원 집행부가 동참하는 특위를 구성할 이유가 없다. 중앙종회내 의원 연구모임이면 족하다.
총무원은 이미 여러차례 스님들의 비리를 폭로한 '괘심죄'를 물어 <불교닷컴> 종단출입 정지를 단행한 적이 있다. 그 후속 조치로 총무원 출입 불교계 언론사 규정을 급조하다 종단 출입 전체 언론사들로부터 비난받은 적도 있다.
이날 미디어위 회의는 마치 총무원 기획실의 총무원 출입 불교계 언론사 내규를 연상케 했다. 조계종단에 출입하는 전체 언론사 가운데 불교계 언론사만 대상으로 삼은 것과 불교미디어에 영향을 주겠다는 발언도 닮았다.
미디어위는 향후 언론전문가를 초빙해 방송통신 융합과 신문의 방송 겸업 가능 등 미디어의 트랜드에 대한 강연을 듣기로 했다. 종단 출입언론사의 협조를 구해 언론사들을 방문할 계획도 세웠다. "사주가 일방적으로 폐간을 결정해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현실을 봤기 때문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설명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연구와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진정 불교언론 발전을 위한다면 첫 날부터 '비공개 회의'를 고집한 부분에 대해서도 명징하게 해명해야 한다. 부처님도 비공개로 설법하진 않았을 터다. 언론은 독자들의 알권리에 충실하려는 의무를 지녔다.
구속력도 갖지 못한 위원회를 굳이 꾸려나가려는 이유에 대해서 미디어위는 설명해야 한다. 위원들의 설명대로 불교계 언론 발전과 진흥이 미디어위의 지상과제라면 기관지인 불교신문의 주1회 전환 시도, 종단서 심혈을 기울여 설립한 불교텔레비전의 개인화, MBC <뉴스 후>와 대구MBC 보도 등 외부 언론공격에 대해 무기력한 방어기제 등을 먼저 파악하고 해결할 지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