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외제승용차, 고급 한정식... 이른바 사회의 상류층을 연상케 하는 단어다. 불행하게도 조계종 일부 승려도 예외가 아니다.
오죽하면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골프와 고급(외제)승용차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했을까. '결계포살법'에 관한 담론이 본격화하면서 기강해이를 다잡으려는 총무원장 스님의 뜻이 들어있는 듯하다.
총무원 관계자의 말을 빌면 '총무원장 스님은 골프도 운동이긴 하다. 하지만 수행자가 즐기기엔 비용 등 여러가지 면에서 적절히 않다'고 지관 스님이 최근 발언했다. 사실상 '골프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고급승용차에 대해서도 몇차례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계포살법은 부처님 당시의 수행정신으로 되돌아가자는 정화운동의 일환이다. 시행착오와 일방적인 추진 등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 총무원장이 초선의원에게 돈봉부를 돌렸고, 가산불교문화연구원에서 최초 기획했다는 설도 있는 등 개운치만은 않다.
하지만 장자 종단인 조계종 스님들의 현실을 돌아보면 이 법 시행의 필요충분조건이 속속 드러난다.
지난해 <불교닷컴>서 '6.25 한국전쟁 발발일'에 몽골서 단체로 골프를 친 스님들과 평일 부산의 모 골프장을 예약한 스님들을 기사화한 적 있다. 기사의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이를 빌미로 불교닷컴은 종단출입정지 및 출입언론사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골프를 친 장본인인 한 스님은 총무원 청사에서 <불교닷컴> 기자에게 막말까지 했다. 불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백명의 불자들이 해당기사의 댓글을 통해 스님들을 질책했다.
중앙종회에서도 갑론을박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들은 직영사찰 주지, 본사 주지, 수말사 주지를 임명받았고, 중앙종회의원직이나 총무원 종무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단 한 차례도 참회의 언행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심각하다. 1980년대 중반 현대사회를 분석하는 틀로 ‘위험(risk)’ 이라는 요소를 제시한 ‘위험사회 이론’을 발표, 명성을 얻었던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64) 런던정치경제대 교수가 최근 서울대에서 ‘위험에 처한 세계 : 비판이론의 새로운 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사찰에도 들렀다.
'위기'와 '위험'을 상정하지 않으면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늘 위기와 위험을 염두에둔다. 조계종단도 위기와 위험을 늘 두려워해야 한다. 외부의 공격와 내부의 예기치 못한 불상사로부터 불법을 수호하기위해서는 늘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은 위기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기독교 목사들이 자정을 촉구하며 펴낸 두권의 책은 신선한 충격이다.
호주 선교공동체인 GCN(Go Christian Network)의 한국 담당목사로 15년간 활동하다 2005년 호주로 돌아간 조엘 박 목사가 지은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박스북스 펴냄)은 한국 개신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개(個)교회주의나 교단우월주의, 파벌, 술과 담배 규제, 성전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교회건축, 잘못된 설교와 기도, 목회자와 신자들의 감투 의식, 헌금, 기복화 현상 등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정태현 목사는 '제2 종교개혁을 하려면'(신의나라 펴냄)을 통해 성경의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짚고 있다.
정 목사는 "기독교 선교가 확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기독교 신앙을 알리는 최상의 소재로 활용됐다"면서 "그러나 사실 성경 어디에도 십자가의 도를 믿으라는 말은 없다"고 밝힌다. 그는 "십자가의 도는 기독교를 전파하는 것일 뿐 복음을 전파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참된 복음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기독교가 살고 교회가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모 방송사가 빠르면 이번 주에 문화재관람료 사찰들을 중심으로 스님들의 부적절한 형태를 고발한다. 소재는 역시 골프와 고급승용차다. 문화재 보호를 빌미로 국민들에게 입장료를 받아 스님들이 호식호식한다는 주제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방영된다면 그동안 중앙종회 종책모임과 총무원, 문화재사찰위원회 등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쉽상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게릴라식 시위를 비롯한 관람료 납부 저항 운동이 재연될 우려가 높다.
'위기가 기회다'. 총무원은 지금이라도 현황을 파악하고 지침서를 내려보내야 한다. 종단 백년대계를 고려해 '포살결계법'을 시행하려 한다면, 율장의 가르침을 되살려 수행정진하는 조계종을 염원한다면 '지금이 기회다'.
이 참에 한마디 하겠는데 소위 법난이 한번 ㄷ노도와 같이 일어나 종교로서 아니 양심의 보루로서 다시 태어나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