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극심한 우울증을 겪은 저자가 자신만의 통찰과 깨달음을 시적으로, 때로는 선사처럼 선(禪)적으로 표현한 에세이다.
실제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절박했던 심정을 이제는 담담히, 아니 약간 장난스럽게 써내려간다. 그 중에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같이 울어줬고 나보다 더 울어준” 가족에 대한 구절도 있다.
이런 심각한 내용도 툭툭 밀어내는 듯한 문장으로 편하게 읽어가게 한다. 하지만 한줄 한줄 읽다보면 저자가 겪었을 괴로움이 어느새 눈앞에 와있고 내가 겪었던 언젠가의 아픔과 비슷함을 깨닫는다.
제목 때문에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인생은 아름답고 희망적이라고 하는 류의 글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인생이 너무 버거워 마음의 병까지 얻었던 그는 이제 비스듬히 눈 내리깔고 “자살하지 말자. 얼마나 산다고.”라고 웃는 듯 싸늘한 듯 말한다. 또 통념과는 다른 생각을 내놓는다. “삶의 주인은 삶이고 나는 그의 기생충일 뿐”이라면서 영 다른 해석으로 “삶이 무너지더라도 나는 무너뜨리지 말자”고 한다.
책은 《벽암록》의 형식을 본 따서 구성했다. 선사들의 말씀이나 일화가 저자의 글과 어우러지며 마지막은 ‘할’처럼 짧은 시구가 강렬하게 배치되었다.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저자 장웅연은 가장 불교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장웅연’이란 필명과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불교는 왜 그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길 위의 절》 등 10권을 출간한 바 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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