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명상, 마음수련…. 번잡한 세상사에서 잠시 놓여나 마음 수양에 나서는 이들이 늘면서, 불교의 선(禪)도 선방을 벗어나 범인(凡人)들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1년 내내 먹고 쓰고 떠들썩하게 웃고 즐길 것을 권하던 TV가, 부처님 오신 날(5일)을 맞아 요즘 말로 ‘웰빙의 정신적 구현’이라 할 만한 선(禪)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안내한다.
KBS 1TV ‘KBS스페셜’은 6~20일 토요일 오후 8시에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禪 이야기’(연출 이장종)를 방송한다. 기획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외국인 수행자들의 눈을 통해 선의 세계에 접근한 것도 새롭고, 구도의 단계를 목동이 잃어버린 소를 찾는 과정에 비유한 ‘심우도’(尋牛圖)를 애니메이션으로 코믹하게 소개하거나 불교의 핵심사상인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의 의미를 3차원 영상으로 풀어놓아 흥미를 끈다.
1편 ‘꽃은 말하지는 않는다’(사진)는 독일인 유학생 디륵스 얀(서울대 대학원 공연예술 전공)의 참선 수행과 한 달간의 행자 체험을 동행하면서 그가 무심 무아 등 선의 지혜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2편 ‘길은 내 안에 있다’(13일)에서는 티벳 승려 출신으로 한국에서 재출가한 보원 행자, 법현(우즈베키스탄) 무상(프랑스) 청안(헝가리) 스님 등 외국인 수행자 4명의 참선과 해외포교 여정을 따라간다. 3편 ‘비워야 채울 수 있다’(20일)에서는 미국인 매튜 듀이와 함께 생활 속에 뿌리 내린 선의 세계를 찾아나선다.
MBC도 7일 밤 11시30분에 일반인들의 참선 수행 과정을 담은 ‘선 수행 7일, 나를 깨치다’(연출 이주갑)를 방송한다. 올 3월 대한불교 조계종과 공동으로 마련한 6박 7일간의 참선 수행에는 갖가지 사연을 지닌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 수행자 22명이 참여했다.
제작진은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 수행의 의학적 효과 분석을 시도한다. 선ㆍ명상 연구의 권위자 허버트 벤슨 교수에 따르면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면 뇌에서 산화질소가 나오고 이것이 엔도르핀 같은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실제 이번 수행에 참여한 일반인 22명의 혈액을 채취해 베타엔돌핀 분비량을 측정한 결과, 초기 62.67pg/㎖에서 71.79pg/㎖로 평균 9pg/㎖ 이상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제작진을 이를 토대로 선 수행과 이를 통해 느끼는 심리적 만족, 그리고 행복간의 관계를 입증해 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 기사제공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