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으면 된다고? 이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민중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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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향림
  • 승인 2019.01.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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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배출 국제소송 준비토론회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100만톤 육박'

2019년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 뜨악한 기사 제목이 눈을 사로잡았다. 일본 정부가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할 것을 고려한다는 내용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정부 차원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일부 금지하자 2015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였고, 2017년 12월, 日 원자력 규제위원장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낳기도 하였다. 이에 2018년 10월 2일, 이낙연 국무총리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대로 원전 오염수 방출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일까? 다행히 민간 차원에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14일 준비토론회에서 오고간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배출 국제소송 준비토론회 발표자 (왼쪽부터) 이원영, 김해창, 이정윤(원자력 안전과 미래), 김형남(변호사),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성상희(변호사), 신옥주, 이진섭, 장정욱 ⓒ이승은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배출 국제소송 준비토론회 발표자 (왼쪽부터) 이원영, 김해창, 이정윤(원자력 안전과 미래), 김형남(변호사),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성상희(변호사), 신옥주, 이진섭, 장정욱 ⓒ이승은

토론회를 준비한 이원영 교수(수원대 도시부동산학과)는 "국무총리 발언 이후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어 민간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일본 위안부 소송과 강제징용 소송을 맡았던 최봉태 변호사와 논의를 했고, '생명평화아시아'에 몸 담았던 성상희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진행하기 전에 기초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 필요하다 느껴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길 확률이 1%라고 해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소송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일본은 왜 오염수를 방출하려고 하며 오염수의 양은 왜 계속 늘어날까?

토론회에 참가한 장정욱 교수(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는 "후쿠시마는 1966년 건설 때 부터 양수를 퍼내는 57개 우물이 있을 정도로 원래 지하수가 많이 흘러들어오는 지형이다.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되었다. 거기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빗물까지 합하니 오염수의 양은 엄청날 수밖에 없으며 2014년부터 이미 원전 내 우물물 등 오염수를 바다로 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운동연합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당시 녹아내린 원자로의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매일 냉각수를 퍼붓고 있다. 이렇게 쏟아 부은 냉각수는 핵연료와 직접 닿아 고농도 방사성오염수가 된다.

장정욱 교수가 보여준 10월 1일 탱크로 꽉찬 후쿠시마 원전 부지(사진) 오염수 약 108만톤 저장탱크 약 930여 개. 환경운동연합 자료에 따르면 핵연료와 직접 닿은 냉각수는 고농도 방사성오염수가 되는데 도쿄전력에서도 방사성핵종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그 중에서 스트론튬90은 몸에 들어오면 뼈에 잘 흡착되는 성질을 가진 핵종으로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유발한다고 한다. ⓒ수피아
장정욱 교수가 보여준 10월 1일 탱크로 꽉찬 후쿠시마 원전 부지(사진) 오염수 약 108만톤 저장탱크 약 930여 개. 환경운동연합 자료에 따르면 핵연료와 직접 닿은 냉각수는 고농도 방사성오염수가 되는데 도쿄전력에서도 방사성핵종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그 중에서 스트론튬90은 몸에 들어오면 뼈에 잘 흡착되는 성질을 가진 핵종으로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유발한다고 한다. ⓒ수피아

장 교수는 이어 "오염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도쿄전력 계획상 저장탱크는 2021년 이후 증설계획이 없다. 그 전에 쌓인 물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화 시설이라는 것도 오염수 정화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화 시설의 목적은 (물을 정화한다는 개념보다) 최대한 물의 유입이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진행을 맡은 성상희 변호사는 덧붙였다.

'작은 동네에 암환자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건강권 소송을 제기했던 이진섭(균도아빠)님도 자리했다. "고리원전에서 반경 5km안에 살고 있다. 아들은 자폐장애 1급이고, 같이 모시고 사는 장모님도 위암수술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우리 가정의 불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도 터지고, 나와 아내도 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네 병원에 가보니 암 환자들이 너무 많았다. '작은 동네에 암환자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한수원과 병원에 물었더니 개인 정보법 위반이라고 딱 한마디로 거부하였다. 알고 싶으면 소송하라고 하더라"

이후 그는 혼자 소송을 준비했다.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제기했던 소송은 방사능 피해를 입은 주민이 원전을 상대로 한 최초의 도전장이었다. 왜 여태껏 문제제기를 한 피해자가 없었을까. 2014년 1심에서 승소를 하였다.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샘암 발병에 대한 한수원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 싸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한수원은 불복하여 항소를 했고, 다가오는 9일 항소심 선고에 대한 변론이 있을 예정이다.

이진섭님은 "소송이 진행 될수록 한수원이 국민들한테 너무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전(원자력발전소)이 아니다. 원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핵융합 해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니 핵발전소다. 우리나라에 있는 핵발전소를 전부 없애는 것. 그것이 제 목표다. 해산물 안 먹으면 된다고? 이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민중의 싸움이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아시아에 대한 환경침략”

<원자력발전의 사회적 비용>의 저자인 김해창 교수(경성대 환경공학과)는 "지금 우리가 위자료 받자고 소송을 준비하는 게 아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오염수 방출은 아시아에 대한 환경침략 행위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려야한다. 오염수 방출에 대해 한국 정부도 외교상 칼을 꺼내기 힘든 지점이 있으며 국내도 원전관련 입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토론회 발표를 들었던 장신환 교수(前 원광대 디지털대학)는 "일본에서 공부를 해서 함께 할 일이 있을까 해서 참석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해서 일본 정부에서도 감추고 있는데 일본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해수뿐만 아니라 내륙으로도 많이 배출된 상태라고 했다. 후쿠시마에서 200km 떨어진 지역에서 검사를 해도 원자력 연구실에서 피폭되는 수준이다. 더 이상 방출 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치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경고성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황민수 책임연구원(한국전기산업연구원)은 "내륙, 해양, 공산품, 먹거리, 대기, 그리고 후쿠시마 물고기도 오사카에서 출항하면 오사카산이 된다. 그런 걸 조사하고 근거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앞으로 소송 준비를 하려면 근거 자료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옥주 교수(전북대 법대)는 "피해 입증을 하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소송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원전 사고의 위험성,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점을 알릴 수 있고, 탈핵 운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한국, 일본,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원전 감시를 할 수 있을까. 민간이 주체가 되는 한중일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배출 국제소송에 대한 문의: 이승은(생명 탈핵 실크로드 간사) 010-8971-0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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