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강서구 화곡동에 소재한 에밀레미술관(관장 조자룡박사/현 충남 보은으로 이전)에서 산신도등 한국의 민화와 고미술품을 대대적으로 수집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몇 번의 전시회도 개최했다. 수집된 산신도를 보면 산신탱화의 정형으로 산신할아버지가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형국들이다. 대부분 호랑이 한 마리이나 드물게 두 마리의 쌍호도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산신은 누구인가? 산신신앙에 대하여 이설이 많다. 상고시절 마지막 단군이 고조선의 멸망을 앞두고 나는 죽어서 이 국토를 지키는 신 즉 산신이 되겠다하여 그 시초라는 설도 있으며, 열녀 충신 효자가 사후 산신이 된다는 설, 토착 신앙으로 과거 이 땅에서 백수의 제왕으로 군림한 호랑이가 산신의 화신으로 생각한 경우도 있으나 산신 할아버지가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신도를 보면 좀 아이러니 하다.
불교의 가람배치에 있어서 대웅전 뒷편 하단에 산신각을 세우고 산신탱화를 봉안하여 공양을 올린다. 유독 우리나라는 호랑이를 산군(山君), 산왕(山王), 산지킴, 산주인, 산영감 등으로 호칭하며 신격화 했다. 때로는 산신의 상징인 호랑이를 ‘까치 호랑이’ 그림으로 유머러스하고 친근감 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과거 축원문을 보면 호랑액사라 하여 호환(虎患)의 예방을 기원한바 요즘 교통사고와 맞먹을 정도로 호랑이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여간 산이 있는 곳엔 산신이, 바다엔 용왕이, 큰 나무엔 목신이 있다 믿었으니 과히 범신론적 토속신앙이다. 큰 명산일수록 그 산신의 위용이 대단하다. 또한 옛날에는 매년 정초가 되면 궁중을 위시하여 일반 민가에서 호랑이 그림을 그려 대문이나 중문에 붙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벽사(辟邪)를 위한 것으로, 호랑이의 용맹성을 빌어 사귀(邪鬼)를 물리칠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감에서 나온 것이다. 불교적 근거에서 산신은 부처님께오서 오도 후 화엄경을 설 하실시 운집한 39위 신중 중 주산신(主山神)이 그 한분이니 불법을 옹호하는 산신은 104위중 당당한 한 위치라 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명산이든 아니든 산신을 세움으로서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인간의 오만방자함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생각이다. 한국의 수행자들은 산에 들어가 수행을 했다. 그래서 출가를 입산이라 하는 것이다. 적당히 바위와 수목 그리고 계곡이 어우러지며 사계절 독특한 매력이 있는 우리의 산들이다. 이 산이 정기를 받아 수행을 함에 당연히 그 산에 감사를 해야 함에 산신이 탄생된 연유일 것이다.
백두대간이 훼손 된지 이미 오래며 여러 단체에서 보호운동을 하나 별 효과가 없다. 개발로 인하여 우리의 명산 허리가 잘려 나가고 터널을 굴착하고 쓰레기로 산을 덮고 있다. 산신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세상이다. 산을 파괴하여 산신의 거처를 없애니 산신들이 집을 잃게 되자 급기야 그보복으로 인간에게 벌을 주니 산사태요 산불이라 할 것이다.
어제 아는 어느 스님이 산신제를 올리려고 지방에 출장 갔다고 한다. 우리 전래의 토속 신앙인 산신제를 의미 있게 봉행하여 그야말로 금수강산을 자손만대에 물려주는 큰 방편으로 했으면 한다. 국민들이 산신을 좀 두려워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어제 공양을 받은 산신령님이 흡족해 했을 것이다. 이 기회에 백두대간의 적당한 곳에서 대규모 산신제를 한번 봉행하여 애산(愛山)심을 고양 했으면 한다.
- 산왕경 -
대산소산 산왕대신 대악소악 산왕대신 대각소각 산왕대신 대축소축 산왕대신 미산재처 산왕대신 이십육정 산왕대신 외악명산 산왕대신 사해피발 산왕대신 명당토산 산왕대신 금궤대덕 산왕대신 청룡백호 산왕대신 현무주작 산왕대신 동서남북 산왕대신 원산근산 산왕대신 상방하방 산왕대신 흉산길산 산왕대신
/ 法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