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을 이유로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을 학생 알바로 대체하다시피 하면서도, 인건비 추가 지출이 예상되는 상위 급수 직원 정원을 늘린 동국대(총장 보광 한태식)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탓하는 글을 전체 동문에게 발송했다. 부총장 명의로 발송된 이 문건에서는 "여러 사유로 학교 재정난이 심하다. 청소/경비 용역비가 학교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대에는 청소 알바 학생에 이어 경비 알바 학생도 생길 것으로 짐작된다.
동국대 이관제 대외부총장은 13일자로 동국대 동문들에게 '동문님께 드리는 말씀' 제하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부총장은 "최근 모교의 청소미화원 점거농성 소식에 동문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전후사정을 설명하고자 한다"고 했다.
동국대는 지난달 29일부터 민주노총 소속 47명의 청소노동자가 본관을 점검하고 농성 중이다.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8명을 학교 측이 신규 채용 않고 학생 알바로 대체하려 했기 때문이다.
부총장은 "민주노총 미화원들은 정년퇴직자 미충원을 구조조정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무조건 8명을 신규 충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예를 들어, 최초 100명 미화원을 고용했으면 단 1명도 감축하지 말고 영원히 100명을 유지하라는 주장"이라고 했다.
부총장은 "재정난이 심해진 학교는 매년 급격히 상승하는 청소용역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청소노동자들의)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등록금 9년째 동결, 단계적 입학금 폐지, 2020년 학력인구 급감을 이유로 들었다. 부총장은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청소용역비를 줄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대학 적립금은 용처가 정해져 있어 인건비, 운영비로 사용하면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법의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부총장은 "동국대 청소노동자들 정년은 국내 대학 중 최고인 만71세이다. 청소면적도 타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했다. 이어 "동국대 청소/경비 노동자는 157명인데, 2010년 4500원부터 2017년 7100원, 올해는 7530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은 2010년 4110원,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이다.
부총장은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학교가 그동안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비용을 지급했으면서도 "2017년 청소/경비 용역비로 60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학부 등록금 수입 1060억원의 6%로 학교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고 했다.
부총장은 "학교 당국은 청소노동자들과 상생의 길을 찾겠다. 3월 개강 전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는 오는 20일 동국대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본관에서 시위 중인 청소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진압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나온 관계자 발언이다.
이에 앞선 8일 동국대 이사회(이사장 자광 스님)는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제312회 이사회를 열고 동국대 서울캠퍼스 교직원 중 상위 급수 정원을 조정하는 정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동국대 한 관계자는 "학교 재정이 어렵다. 이번 직원 급수 조정은 장기적으로 볼 때 학교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결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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