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주지 대성스님이 경내 찻집 운영권을 넘겨주겠다며 지인으로부터 5억원 이상의 도자기와 그림 등을 받아챙긴 혐의로 고소당했다.
마곡사 전 주지에 이어 또다시 본사주지의 실정법위반 여부가 불거진 경우 불교계의 위상 추락이 우려된다.
대성 스님은 "고소인과는 절친한 사이인데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해운회사 회장인 권모씨는 12일 대성 스님을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4년 4월 범어사가 직영 중인 경내 찻집을 주지로 취임하면 운영권을 넘겨주겠다는 대성 스님의 약속을 믿고 유명 도예가 작품 6점을 건넸다. 같은 해 추석 직전에 권 회장은 다시 유명 도예가 작품 13점, 같은 해11월 석주 스님 열반 이후 유명화가 작품 등 169점을 건네는 등 3차례에 걸쳐 5억여원 상당의 도자기와 그림을 전달했다고 한다.
권 회장이 대성 스님에게 전달한 도자기와 그림의 작가들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기라성 같은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권 회장은 고소장을 통해 "대성 스님이 권 회장을 재무국장에게도 소개하며 범어사에서 한자리를 주겠다고 말했으나 현재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성 스님은 "도자기와 그림들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도 범어사에 그대로 있다"며 "20년을 넘게 사제지간처럼 지내 온 사이인데 주지직을 맡아 바쁘다 보니 잘 못 챙겨줘서 생긴 오해이며, 몇몇 스님들이 권 회장을 달래는 중이다"고 해명했다.
고소인인 권 회장은 "비록 25년을 알고 지낸 사이지만 거짓말만 하면서 현재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고소에 이르게 됐다"며 "찻집 운영권을 약속하지 않았다면 고가의 작품들을 왜 줬겠냐"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비단 도자기와 그림 뿐 아니라 자연산 전복 160Kg, 발렌타인 30년산 34병, 자연산 송이 14Kg, 한 통에 130여만 하는 태반영양제 9통 등도 추석 설 등 명절날에 상납했다"며 "나 뿐만 아니라 경주의 또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한 수법으로 도자기 등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