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대회를 하지 않으려면
승려대회를 하지 않으려면
  • 김경호/지지협동조합 이사장
  • 승인 2017.05.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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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승가 스스로 바로 서길 재가자들은 바란다”
▲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불교닷컴

처자식이 있어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자칭 승려지만 타종단이라면요.
점치고 부적 팔아도 괜찮습니다. 점쟁이 무속인이라면 그게 생업일 테니까요.
치고 박고 싸울 수도 있지요. 조폭이라면, 혹은 세속인이라면. 아직 철이 덜들었으니까요.
도박도 할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지요. 혹은 사기 치는 일은 없겠습니까? 중생들이니까요.

그러나 조계종이라면, 정화운동을 통해 청정승가로 우뚝 선, 94년 종단개혁을 성취한 개혁종단이라면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처승도 아니고 점바치(점쟁이)도 아니고 조폭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중생으로 살지 않고 깨달음을 지향하는 수행자가 되고자 발심 출가하였다기에 한국불교 1700년의 사상전통과 문화유산의 계승 관리자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니까. 그를 신뢰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이 조계종단을 한국불교의 적통을 이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승가직선제를 이루라는 사부대중의 열망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제가 ‘직선제’가 아닌 ‘승가직선제’라는 말을 쓰는 것은, 현재 우리의 직선제 논의 수준이 사부대중의 공의가 아닌 승가 이부중의 공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승가직선제를 하면 인품과 능력이 출중한 종교 지도자가 선출될까요? 아닐 것입니다. 이명박 박근혜도 직선제로 선출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십시오. 국민은 자기 수준의 지도자를 가진다는 격언처럼 포퓰리즘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왜 종도의 참종권을 보장하는 직선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유일한 방안도 아니고 일각의 말처럼 만병통치도 아닌데 말이지요.

직선제는 혹 잘못된 지도자를 선택하는 실수를 범했더라도 대중이 이를 고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집니다. 때문에 직선제로 선출되는 지도자는 대중의 뜻을 고민하고 반영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직선제에는 담겨 있습니다.

대중 뜻을 반영하는 직선제

지금 조계종은 81% 대중이 직선제를 지지하여도 그 뜻을 관철시킬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종단권력을 위임받은 총무원장은 자신의 선거공약이었던 직선제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종도들의 대의기구인 종회는 직선제 제도 마련을 미루고 또 미루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10월로 예정된 35대 총무원장 선출은 결국 종도들의 직접선거로 이루어지지 못할 듯합니다. 이처럼 대중의 뜻을 거부하여도 탈이 없는 것이 조계종단의 현실입니다. 권력을 가진 기득권은 법과 제도를 사익을 위해 왜곡하고 대중이 공분하는 각종 비리와 부패를 처리하지 않습니다.

쌍둥이 자녀를 두었다고 의심받는 자가 용주사 교구장을 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친자확인절차를 밟으라고까지 하였으나 종단은 몇 년째 침묵하고 있지요. 청정승가라는 종단정체성이 훼손당하는데도 침묵하는 종단권력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사적 패거리에 불과합니다.

선수행의 상징과도 같았던 송담스님이 종지종풍이 달라 함께 할 수 없다며 탈종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총무원은 스승을 붙잡는 아무런 노력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송담스님은 틀린 말을 했습니까? 묻겠습니다. 송담스님은 현재 조계종 소속 승려입니까 아닙니까?

94년 종단개혁의 결과 서황룡(법명 의현)은 체탈도첩되었습니다. 은처 및 각종 비리가 세속법정에서까지 확인된바 있습니다. 그런데 멸빈조치를 무효화한 호계원의 심판결과로 인해 종단이 소용돌이에 빠져 대중공사가 벌어지고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묻겠습니다. 서황룡은 현재 조계종 승려입니까 아닙니까?

6교구본사 마곡사의 선거는 세속법정에서 돈선거임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법원은 종교 내부의 일이라 내부에서 처리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듭니다. 그 일은 올바로 처리되었습니까? 돈선거의 당사자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징계를 받았습니까? 교구장의 직에서 해임되었나요?

종단권력은 공적인 작용을 멈춘 채 사적인 이익을 위한 폭력수단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자기편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종단 법이 정적을 제거하는 데는 가혹합니다. 영담스님이 종회의원에서 제명당하고 공권정지 10년을 받았습니다. 명진스님이 제적을 당했습니다. 반면 천년 전통사찰을 사유화하여 개인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 이들은 종단 권력의 정점에 서서 사회의 지탄을 받아도 무사한 몰상식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립대학의 총장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여 동국대학교를 아수라장을 만들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은 비극중의 비극입니다. 백주대낮에 기자회견을 하려던 적광사미가 호법부에 끌려가 백색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이 집단에 희망이 있을까요?

그래서 직선제가 아닌 현재의 간선제 –321명의 선거인단이 1만3천명의 승가를 대신하는 방식 –으로는 강고한 이익의 카르텔을 깰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교구선거와 총무원장 직선제는 다르다

조계종단은 사실 많은 직선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다는데서 승가 내부의 주저함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떤 직선제냐고요?

이미 교구본사 차원에서는 많은 일들이 직선제 투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교구본사주지 선출, 종회의원 선출, 총무원장 선거인단 선출, 나아가 총림의 방장 선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직선제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교구본사 수준의 선거제도에서 많은 부정적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유권자 매수, 주요 정치세력간의 야합, 수말사 거래. 그리고 거대파벌이 손잡아버리면 소수의 의견은 묵살되곤 하던 경험이 쌓여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진 스님도 개인으로서는 무력합니다. 은사와 사형사제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지요. 또 자신이 속한 소문중의 생존을 위해 말사 하나라도 확보하려면 집단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치적 선택을 표로 나타내야 합니다. 선원 수좌도 공부하는 학인도 한 표를 행사하는 한 이 구조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작게는 개인과 소문중의 생존권, 나아가서는 주요 수말사 주지 인사가 전리품으로 굴러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이긴 측에서는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받을지 몰라도 패배한 측에서는 거처하던 절에서 쫓겨나 동가숙서가식 해야 하는 노숙자 신세로 내몰립니다.

‘승가공동체?’ 선거과정에서 날선 대립으로 상할 대로 상한 감정은 서로를 용납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들어버립니다. 때문에 본사 단위의 직선제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하신 분들이 종단 전체로 넓혀지는 총무원장 직선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질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직선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경청할 지점이 있습니다. 세속적 이해관계에 자칫 매몰될 수도 있다는 걱정, 출가정신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타당합니다. 화합하는 승가가 아니라 표로 대결하는 승가공동체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옳습니다.

또 현재의 종단 선거법은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문제지 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라는 항변도 일리가 있습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된 경우가 한 번도 없다는 현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운용의 문제라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교구본사 차원의 직선제에서 벌어진 잘못된 경험은 직선제라서가 아니라 유권자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입니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소수이고 소집단의 요구가 명확하다면 관리 매수가 쉬워지는 것이지요. 즉 교구본사 직선제에서 벌어지는 각종 선거문제는 총무원장 간선제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총321명의 선거인단만 관리하면 되는 총무원장 선거는 교구본사 선거규모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전체 관리도 필요 없지요. 81명의 종회의원과 24명의 본사주지만 관리하면 됩니다. 본사의 10명 선거인단은 선출할 때부터 본사주지의 영향력 하에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승납10년 이상의 승려 8천5백 명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전종단 규모의 승가직선제를 교구본사의 선거와 같은 위치에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거대 이익집단이 손잡으면 막을 길이 없다,’ ‘거대문중이 손잡거나 혹은 비구니회와 손잡는 후보가 무조건 된다.는 견해는 사실은 왜곡된 공포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더 이상 이익집단이기 어렵습니다. 비구니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종책이나 인물이 있을까요?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머지 대중들이 손 놓고 바라만 볼까요? 또 거대문중의 구성원들 전부에게 돌아갈 전리품이 있나요? 조계종의 전통사찰은 775개에 불과합니다. 그 가운데 탐낼만한 곳은 150여개라고 합니다. 게다가 대부분 연고권자가 있습니다. 당선이 될 만큼 거대문중이 힘을 모았다고 하면 나중에 무엇으로 보상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일정 규모 이상으로 거대해진 유권자수가 되면 더 이상 매수도 관리도 어려워집니다.

승려대회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직선제

반대하시는 분들에게 묻습니다. 승가직선제가 아닌 어떤 방안이 현재의 기득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지금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킨 정치승들의 야합 때문에 대중들은 자신의 뜻을 묵살당하여 급기야는 종단 원로의 입에서 초법적 ‘승려대회’를 일으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지 않습니까?

승려대회는 직접 참여민주주의의 최고봉입니다.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이 방식은 불가 전통에도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승려대회를 열어야 할까요? 양측이 승려대회의 권위와 결의에 승복한다면 모르지만 이미 몇 차례의 승려대회 경험을 볼 때 이는 기대난망입니다. 세가 불리다고 여기면 마을사람들로 위장한 어깨들이라도 동원하던 것이 여태까지의 패턴입니다. 무력충돌을 불사함은 물론 세속법정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법정공방은 명약관화합니다.

지루한 대치와 폭력사태는 불교 혐오를 확산시키고 최종적으로는 공권력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결론 내려집니다. 경찰이 어느 편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진다는 희극 같은 비극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불교의 자주성은 결정적으로 훼손되지요.

대중의 자신의 뜻을 주기적으로 공론화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필요합니다. 대의제로는 부족하지요. 승가직선제를 제도화하는 것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대중의 의견수렴 결과 승랍10년 이상의 대중들에게 선거권을 주자는 의견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덧붙여, 본사주지 등 사판이력만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현재의 출마자격을 완화하여 선거권자라면 누구나 출마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정 수 이상의 추천을 받은 이만 출마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후보 난립의 폐해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직선제를 시행하는데 결계와 포살 자리를 활용하면 됩니다. 종단의 모든 승려는 이미 연 2회 정기적으로 모여 부처님의 전통에 따라 포살을 합니다. 이 자리를 전통에 따른 대중공사, 직접민주주의의 자리로 만들면 됩니다.

승가가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 서기를 재가자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수행자를 존경할 수 없는 현재의 한국불교는 재가자들에게도 비극입니다. 승가 스스로 주인 되는 선거제도를 만들어내서, 존경받는 지도력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경호/지지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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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2017-05-09 13:29:52
조계종새롭게 변해야합니다 세속은 엄청나게하루하루가 달라지게변화는데 절집은 아직변화가없다 25개본사마다 보이지안는 주인이있어면 이분들의 손에 우지자지하고있다 총무원또한 자기사람만 각종 직할내지 특별사찰 자신에 입에맞는사람만 써는것이현실속에서제대로된문중없고 줄없어면 조용히살아야한다는것이 현실이다 수행하는데 문중이란게 뭔없이있을까요 수행하지않고 사판승으로 살고자하면 문중이필료하게지요 지선제가대어던 간선제가대엇던 사회처럼 능력있고 포응력있는사람이 어디던지 주지도할수있고 종단 일도할수있어야게지요 민주적으로는 투표가 현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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