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꽃 한 송이 제대로 보고 싶다
온전히 꽃 한 송이 제대로 보고 싶다
  • 이희선/출판인
  • 승인 2017.04.18 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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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선] 깨달음에서 자비로 (7) 5.9 ‘촛불 대선’
▲ 이희선/출판인.

4월 17일, 오늘부터 19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언론은 이번 대선을 ‘장미 대선’이라고 부른다. 얼핏 시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장미에는 가시가 있듯이 이 표현에는 진실을 가리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이번 대선은 촛불의 힘으로 조기에 이뤄진 것이므로 ‘촛불 대선’이라 불러야 한다. 촛불시민은 단계적으로 네 가지 목표를 제시했는데, 박근혜 탄핵과 구속,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이다. 앞의 두 가지는 이뤄졌고 이제 세 번째 목표인 정권교체 단계에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남북관계의 회복이 적폐청산과 동시에 이뤄져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장미 대선’ 아닌 ‘촛불 대선’

이번 대선이 ‘촛불 대선’이고, 연인원 1,600만 촛불시민이 평화 시위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우리 사회의 적폐청산이라고 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 적폐청산을 제대로 잘 할 수 있겠는가가 이번 대선의 투표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다수 불자들이 보수 성향이어서 그동안 보수 후보에게 투표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왜 다수 불자들이 지역정서에 붙들려 보수적 투표를 해왔는지는 학자, 전문가의 연구 영역인 것 같다. 적폐청산을 잘 할 후보로 정권교체가 되지 않는다면 촛불시민의 평화적 변혁운동은 좌절될 것이고, 이른바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을 잘 뽑아 적폐청산을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공정한 사회, 인권과 비판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정경유착이 없는 건전한 사회, 정부 정책에서 종교적 편견이 없는 사회를 만든다면, 21세기 초반에 일어난 한국의 ‘촛불시민저항운동’은 세계 역사에 ‘한국촛불명예시민혁명’으로 장엄하게 기록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사회는 다시 정부와 민간의 협치가 이뤄지는 사회, 재벌의 중소기업 착취가 없는 사회, 노동삼권이 보장되는 사회, 노동과 교육과 휴식이 적절하게 보장되는 사회, 소득 불평등의 차이를 좁혀가는 사회, 대형 안전사고가 없는 사회, 보육·교육·주택 문제의 해결로 출산율이 상승하는 사회 등등 이전과는 확실히 차별되는 새로운 사회가 이뤄질 것이다.

나는 지난 세기 초 민족 종교를 창시한 분들이나 탄허 스님 등이 말씀한 우리나라가 세계 정신문명의 종주국이 될 것이란 말을 믿지 않았는데, 이분들의 말씀을 종교적 측면에 국한해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촛불명예시민혁명이 성공하면, 세계가 우리를 존경하게 될 것이고, 단지 K-pop의 한류가 아니라 민주주의 한류가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가슴 벅차고 멋진 일인가?

세월호 진상 규명, 한일위안부협정 파기, 사드배치 철회

오늘은 비가 와서 벚꽃이 많이 떨어졌다. 며칠 전 화창한 날에 눈처럼 흰 벚꽃이 만개한 것을 보고 잠시 황홀한 기분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꽃을 자세히 보았다. 봄이 왔다고 꽃이 피었다고 봄을 느끼고 꽃 하나 제대로 보았던 때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이명박이 없는 봄, 박근혜가 없는 봄이라서 참 좋다. 마음에 여유도 덩달아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아직 내 마음이 온전히 계절의 변화를 환희롭게 볼 수만은 없겠다. 내가 마음의 짐을 덜고 홀가분해질 수 있으려면 적어도, 적어도 세 가지는 해결되어야 할 것 같다.

첫 번째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다. 어제(4/16)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 째 되는 날이었다. 세월호 그 이름만 들어도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린 학생들이 대명천지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구조되지 못하고 수장되는 모습을 눈물 흘리며 지켜본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겨놓은 것 같다. 물론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하는 유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했던 사람들, 그들을 사주했던 세력, 이제 그만하라고 비판 기사를 쏟아내었던 보수 언론 등은 빼고 말이다. 304명의 희생자, 이제는 뼈만 남아 있을 아직 유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홉 분, 하루라도 빨리 찾아서 3년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아홉 유족의 품으로 돌려주길 바란다. 세월호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리기 위한 조사는 박근혜 정부의 공작적 방해로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새로운 대통령은 반드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여 구천을 떠돌고 있을 가여운 어린 넋들과 세월호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집단 트라우마도 치유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두 번째는 한일위안부협정 파기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꽃다운 우리 딸 20만 명을 일본군 성노예로 끌고 가서 패전에 이르러 그들의 만행을 가리려고 잔인하게 죽였다. 겨우 수백 명만이 고국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모진 세월을 이기고 살아온 이분들은 이제 세상과 작별하고 이제 서른여덟 분만 생존해 계신다. 그동안 돌아가신 분과 함께 서른여덟 분의 할머니들이 요구해온 것은 일본 정부의 사과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덜컥 소위 한일위안부협정이라는 것을 맺어버렸다. 그 이면에는 잘 아는 대로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강화를 서두르는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 새로운 대통령은 이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 진정 한일 간의 협력을 바란다면 반드시 위안부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 획기적 변화 이끌 대통령 나와야

세 번째는 사드 배치의 철회다. 지금 성주 주민들이 사활을 걸고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사드는 성능이 아직 검증이 덜 끝난 무기체계라고 한다. 한반도는 종심이 짧고 북한의 미사일이 천 발이 넘는 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드의 요격 가능성이나 효용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서둘러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는 것은 단지 북한의 핵 때문이 아니다. 특히 중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굴기(崛起)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인데, 중국의 핵공격을 막을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핵도 포함될 것이지만. 핵이란 실제 전쟁에서 쓸 수 없는 것으로 상호확증파괴로 두 나라가 모두 공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나라가 핵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면 핵 무력의 균형이 깨져 다른 나라는 핵전쟁에서 참혹하게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대국은 군비를 증강시켜 이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즉 사드는 동북아시아에서 군비를 증강시키는 촉매제라는 것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몇 년 전부터 반대해왔음은 새삼 말할 거리도 못되지만, 현재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국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핵으로 고조된 안보 위기는 사드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6.15, 10.4 성명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조기에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경제협력을 즉각 재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안보 위기를 해소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재구축할 수 있는 방도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는 물론 주변국들의 합의로 북핵을 동결하고 단계적으로 비핵화에 이르게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후보가 19대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북한 폭격론으로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핵을 가진 북한을 폭격한다는 것은 한반도에 전면적인 핵전쟁을 불러오는 것이고 미국조차 북한의 핵 공격에 안전할 수 없는 것이므로 결국, 미국의 그러한 태도는 한반도에 안보 위기를 불러와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한국의 주권과 한국인의 생명을 무시하는 백인 우월주의의 산물이라고 볼 것이다.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아직 언론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는 아닌데,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도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겠다고 하는 것을 세 번이나 강력하게 반대하여 막았다고 한다. 이제 한 가지 더 중요한 새 대통령의 조건이 추가되었다. 미국의 북한 폭격 시도를 강력하게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계 신문이니 꼭 불교 공약을 잘 실천할 대통령 후보를 뽑자고 주장하고 싶지 않아서 불교 정책에 대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와 정의의 가치를 수호하고 실천할 후보라면 불교 정책도 합리적으로 잘 하지 않겠는가. 반대로 불교계에 예산을 많이 지원한다고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원오 스님은 “온전히 살고 온전히 가라(生也全機現 死也全機現)”고 하셨다. 나는 온전히 꽃 한 송이 제대로 보며 살다 가고 싶다.

이희선/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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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2017-04-18 17:25:31
“온전히 살고 온전히 가라(生也全機現 死也全機現)”좋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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