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소유물 사적 관리 남용 안 돼"
"공적 소유물 사적 관리 남용 안 돼"
  • 김광수/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한양여대 교수
  • 승인 2017.03.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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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다시 ‘깨달음’ (7) 절은 스님 것인가요?

절은 스님 것인가요?

김광수/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한양여대 교수

1. 팔도행각

▲ 김광수 공동대표.(불교닷컴 자료사진)ⓒ불교닷컴

책을 읽다보면 스님들의 팔도만행이나 행각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민국 시절 중국의 허운 스님은 3년 동안 걸려서 상해 앞바다 보타낙가사에서부터 문수보살 성지인 산서성 오대산까지 3000 Km를 걸어가셨다. 서울-부산의 10배 거리이다. 스님은 그것이 당신을 낳아주신 부처님과 어머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셨다. 물론 몇 번의 죽을 고비도 넘겼다. 3년동안 허운 스님은 어디서 밤을 지내셨을까? 물론 당연히 절이나 암자에서 머무셨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여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허 스님께서 동학사에서 과천 청계사로 가실 때에도 어디서 묵으셨을까. 당연히 절이나 암자에서 묵으셨을 것이다. 수많은 스님들이 금강산 유점사, 장안사, 성불사에 가실 때에도 당연히 절이나 암자에서 묵으셨을 것이다.

끔찍하게 가난했던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스님들이 주무실 곳이 없어서 길거리를 헤매지는 않았다. 요즘 스님들이 다니실 때는 절에서 재워주지 않기 때문에 모텔이나 호텔을 이용하신다고 한다. 모텔이나 호텔은 보통사람들이 이용하기에도 좀 주저된다. 그곳이 그만큼 비도덕적인 목적으로 많이 이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할 때에 자녀들 데리고 모텔에 들어가는 일이 매우 주저되었다. 그런 곳을 수행자인 스님들이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스님들을 매우 존경하는 우리들로서는 참으로 안타깝다. 절에서 재가 신도들을 재워주지는 못할망정 스님들이 묵는 것을 거절한다면 그 절이란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가. 그 절이 왜 존재하는 것인가. 이 논의는 당연히 사찰 사유화라는 주제로 연결된다.

2. 사찰 사유화

우리나라 절들이 거의다 개인 소유나 다름없이 되었기 때문에 스님들이 다른 절에 묵을 수 없다고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사방승가(四方僧家)라는 말이 뭔가 했는데, 승가의 소유물, 사찰 음식, 의복 모든 것은 승가의 공동소유라는 것이다. 그렇겠지. 그러니까 승가지. 그렇지 않다면 그게 속인들의 살림살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승가가 속인들과 다르지 않다면 출가스님 집단이 존경받을 근거는 또 무엇인가.

우리 동국대학교에 나와 함께 다니는 학인 스님들이 많이 계신데, 거의 대부분 스님들이 묵을 곳이 없어서 방을 따로 얻거나, 혹은 어떤 스님은 속가(俗家)에서 다니거나, 속가에서 돈을 타서 방을 얻거나, 혹은 심지어는 학교 자습실에서 기식을 하시는 스님들도 계시다. 재가불자가 출가스님 살림살이를 말하는 게 좀 뭣하지만, 그럴라치면 왜 출가했나 싶다. 출가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나도 한때 출가할 생각을 했었지만, 출가 생활이 이런줄 알았다면 더욱 쉽사리 출가 생각을 접었을 것이다. 그건 그런데, 정말 사찰이란 스님 개인의 소유인가?

3. 절은 스님 것이다?

나는 출가스님들의 생활은 잘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스님이 자기 절이 없으면 나이가 들어서 아주 괴롭다고 한다. 더구나 아프기라도 한다면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스님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자기 절”을 가지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수입을 챙겨야 하고, 일찍 독립해야 하고, 재력이 있는 보살님들을 거느려야 한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먹을 것 입을 것 재화를 모으지 말라는 얘기와는 전혀 반대의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신도님들에게는 무소유의 법문을 하셔야 하는 스님들의 괴로움도 크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승가공동체가 살아 있다면 네절 내절이란 개념부터가 없을 것이고, 서로 나누어 먹고, 서로 돌보아주고, 서로 병을 치료해 주고, 서로 병원비를 부담하고, 작고하시면 절에서 다비식이건 화장이건 치러주고 49재도 잘 치러주실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안된다는 것은 승가가 살아있지 않다는 이야기인가? 나는 삼귀의례를 할 때마다 주저되는 것이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인데, 이렇게 “살아있지 않은 승가”에 귀의를 하자니까 그게 좀 어려워 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스님들이 자기 절을 갖겠다는 데 집착하는 현상을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옳은 현상은 아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상 자체가 심각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객승(客僧)을 재워주지 않고 문전박대하는 그 절은 주지스님 개인의 소유인가? 자기 것인가? 물론, 조계종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주지스님을 임기가 지나면 교체하기도 한다. 또 그 때문에 신성한 절에서 싸움박질과 살인이 나기도 한다. 그 정도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주지가 되면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인가? 그 절의 수입은 주지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인가? 그것을 주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수많은 종단 비리가 되고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 종단이 정화되려면 이런 문제를 자꾸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4. 소유권

스님들은 다른 생업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부처님 법의 원칙이다. 종단도 다른 돈벌이를 해서는 안된다. 생수 장사를 한다든지, 상가분양을 한다든지 하는 돈벌이를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면 출가비구가 속가 속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템플스테이는 장사 아닌가? 그건 아니다. 목적사업이다. 조계종 출판사는 장사 아닌가? 아니다 그건 목적 사업이다. 돈을 벌기위해서 하는 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사찰 재정이 어려워져서 조계종 출판사가 상업성이 있는 인기 도서를 출판한다면 그건 부처님 법에 어그러지는 일이다. 돈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어쨎든, 현재 조계종의 재산은 속인, 재가신도들의 희사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아, 물론 스님들이 일부 스스로 벌어서 땅을 사고 절을 마련한 것도 있다. 일부가 그렇다. 그 방법에는 속인다운 방법도 있었고, 재(齋) 지내주고 축원 드려줘서 모은 돈일 수도 있다. 어쨎든 대부분은 신도님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아 물론 스님들께서 놀고먹고 거져 얻었다는 뜻은 아니다. 노력 많이 하셨다. 그렇더라도 그것이 자기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소작농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땅이 자기 것이 되지는 않는다. 학교나 군대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학교나 군대가 자기 것이 되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 토지소유의 공개념(公槪念)을 말하는 것이고, 공조직은 사유화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태고종은 좀 나은 편이다. 왜냐. 태고종의 절들은 스님과 공양주보살님(많은 경우 자기 부인)이 함께 평생 노력해서 가꾸고 모아온 절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지기 절이라는 정당성이 있다. 그런데 공적소유의 개념이 강한 조계종은 그렇지도 않다. 어째서 공적 소유라는 개념이 더 강한 조계종에서 객승(客僧)이 잘 곳이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이건은 결국, 공적 소유물을 사적 소유처럼 사용하는 직권남용, 권한 오용의 경우 아닌가. 나는 객승의 잠자리만을 예로 들었지만, 이러한 사찰의 사유화경향은 모든 부분에서 만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더더욱 스님들은 자기 절을 가지려고 애쓰고, 결국 출가해서도 금전에 탐착하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 아, 사유화 경향이야말로, 우리 “청정 승가”가 무너지는 판도라의 상자구나.

5. 정화(淨化)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서, 조계종의 수많은 사찰들, 전통사찰들이 원래 조계종 것이었던가? 그것들이 원래는 대부분 현재의 태고종 스님들이 차지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자료를 보면, 여기에 관해서는 수많은 자료들이 있는데, 이승만 대통령의 교시 하나로, 이른바 정화(淨化)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조계종 스님들이 대부분의 사찰을 강탈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1950년대 이야기니까 불과 70년 전의 이야기이다. 현재 태고종에는 당시 자기 절을 빼앗겼던 스님들이 아직도 많이 살아 계시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안되니까 소수의 조계종 스님들은 많은 깡패를 동원했다고 한다. 나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수많은 자료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훌륭하신 스님들과 재산 얘기를 하기가 정말 송구스럽지만, 과연 진정으로 그 절들이 스님들 소유의 절, 총무원 스님 몇몇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절들인가 말이다.

굳이 조계종의 연원을 따지자면 일제 당시 1937년 조선불교총본산이라는 곳이 될 터인데, 즉 조계종의 역사는 100년이 채 안 되었다. 그나마 당시 스님들의 대부분은 나중에 태고종 소속이 되었다. 그리고 당시 총본산의 중심본부는 태고사였다. 그러니 그걸 조계종의 역사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 그 이전에는? 한국에는 종단이라는 것이 없었다. 과거 신라 고려 시대에 교종 종단으로 열반종, 원효종, 천태종 이런 것들이 있었지만. 조선 시대에 선교 양종으로 통합되고, 그나마 나중에는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전통사찰이 조계종 것이라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구태여 말하자면 정화 당시 스님들의 것을 일부 비구 스님들이 강압적으로 빼앗았을 뿐이다. 조상들이 물려주신 수쳔년되는 고찰들이 어째서 조계종 스님들만의 것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그건 매우 부당하다.

또한 절의 주인이 사부대중이라면 스님 뿐만이 아니라 신도회나 유마회나, 마야부인회도 스님과 동등하게 절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전통사찰의 경우, 조계종 뿐만 아니라, 디른 종단과도 공동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땅의 불자는 조계종 소속만 있는 것도 아니고, 조선시대 스님들이 다 조계종이었던 것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문화부의 전통사찰관리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6. 다시, 사방승가

사방승가(四方僧伽)란, 승가에서 개인소유의 재물은 없고, 의식주의 모든 면에 걸쳐서 모든 재화는 승가 공동의 소유라는 뜻이다. 그것이 승가정신이고, 승가 존립의 근거이다. 여기서 구태여 승가가 사부대중이라는 이유로 언감생심 재가(在家)까지 넣어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제발 스님들끼리 만이라도 네것 내것 싸우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스님 만이라도 절에서 좀 재워 주셨으면 좋겠다. 이젠 더 이상 스님들이 모텔에서 자야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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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가 2017-03-14 13:34:04
정말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개신교도 그렇지만 불교 역시 사유화가 심각합니다.
무소유 청정 비구니들인 조계종이 객승 잠조차 재워주지 못하고 몇달 쉬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무슨 객승이 수백명씩 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천주교의 노후보장 제도를 본받아야 하는데요 조계종은 중앙집권이라 충분히 가능한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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