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이해다. 아니다’를 두고 수많은 논쟁을 낳았던 현응 스님(조계종 교육원장)의 <깨달음과 역사>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책은 지난 1990년 8월 첫 출간됐다. 2009년 12월 1차 개정판 후 조금의 내용을 더해 이번이 2차 개정증보판이다.
이번 증보판에는 스님이 지난 2010년 <불교평론>에 게재한 ‘기본불교와 대승불교’, 2005년 ‘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 ‘대승불교와 조계선풍, 그 현대적 계승과 발전을 위해(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에 반론에 대한 답변)’이 추가됐다. 기존 판에 담겼던 스님의 에세이들은 모두 빠졌다.
저자는 “개정증보판을 다시 낸 것은 책의 내용에 평소 적극적인 지지를 밝혀 온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고 서문에 적었다.
책은 저자가 1980년대 중반부터 30년 넘게 불교와 한국불교에 대해 천착한 사유물을 정리한 것이다. 글들은 깨달음(Bodhi, 연기적 관점)과 역사(Sattva, 인생과 세상)라는 일관된 문제의식과 주제를 담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깨달음은 ‘역사를 연기적으로 파악하는 시각’이다. 역사란 ‘깨달음으로 비춰보고 실현하는 현실적 삶’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불교는 세속 가치를 벗어나 출세간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통념을 넘어서 ‘불교는 역사를 잘 이해해 제대로 살아가도록 하는 가르침’으로 해석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불교를 ‘가난한 불교’라고 표현한다.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에 어떻게 합일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만 있을 뿐,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는 까닭에서다.
저자는 “가난한 불교로는 현실 역사 속에서 불교의 정신과 가르침을 펼치고 작동하게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불교를 역사화해야 한다는 말은 불교가 역사현실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신이자 행위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호흡을 헤아리고 ‘진정한 참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반복해 묻는 일 등으로는 결코 지혜와 자비를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깨달음과 역사를 결합하는 일은 대승불교의 핵심 정신이다. 이 책은 새로 출발하는 불교를 제안하고 있다. 기존 불교를 재정립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불교의 통불교 정신은 가장 현대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초기불교, 대승불교, 선불교를 현대문명에 회통해 현대적인 불교로 재정립하는 일은 한국불교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라고 예측한다. 그 실현은 깨달음과 역사의 변증적 통합이라는 구상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깨달음과 역사┃현응 지음┃불광출판사┃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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