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정체성 부정에 ‘법원’ 탓하는 조계종
정통성·정체성 부정에 ‘법원’ 탓하는 조계종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6.08.0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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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선암사 특위 3차 회의 ‘몰상식 판결’?, ‘주지 법원’에 책임론
▲ 비구승들이 '불법에 대처없다'는 알림천을 치켜 들고 경무대(청와대)로 향하는 모습(<한국불교100년 캡쳐, 민족사 발행>

순천 선암사 소유권 재판에서 패한 조계종이 ‘법원’을 성토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선암사정상화를 위한특별위원회(위원장 만당 스님)는 2일 오후 2시 총무원 청사 중앙종회 분과회의실에서 3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특위는 최근 패소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청구소송(원고 태고종 선암사) 현황보고를 주요 안건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특위 간사이자, 조계종 선암사 주지 법원 스님은 이번 재판의 패소 이유를 ‘법원’의 몰상식한 판결이라고 밝혀, 재판에 지고서도 그 결과에 위기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계종 선암사가 패소한 이번 재판은 법원이 국가권력과 법률(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인정된 조계종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찰 구성원의 총의가 없는 행위는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재산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민법’ 체계를 적용한 것으로 ‘사찰 소유권’ 역시 역사성과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뜻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자칫 비구종단인 조계종의 정체성과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조계종단의 주장이 법률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교계 언론에 따르면 법원 스님은 “지난 7월 14일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면서 “자체적으로 소송 대응을 평가할 때 적절하게 잘 대응해왔다고 평가했는데 재판부가 상식과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이 패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보고했다. 패소의 원인을 법원 탓으로 돌린 셈이다.

법원 스님은 또 “재판부가 관청과 국가기관과의 관계 및 기존의 판례를 고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었느냐 하는, 최근 신설교회와 사단법인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사안에 무게를 두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태고종이 제출한 당시 대중의 명부 등은 법적 증거가 될 수 없는데도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 스님의 말과 다르게 이번 재판은 1997년 ‘조계종 안정사’와 ‘법화종 안정사’ 사이에서 진행된 소송의 판례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안정사의 경우 태고종 스님들이 점유한 순천 선암사와 마찬가지로 법화종 스님들이 점유해 왔다. 점유권까지 확보한 사찰이 불교재산관리법 절차에 따라 종단 등록 과정에서 사찰명단이 제출된 것만으로 소유권을 확보했다고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어 법원 스님은 “7월 28일 항소장을 제출하고 법률 변호사 보강을 위해 여러 군데 접촉하고 있다”며 “패소 이후 두 번의 실무자 미팅을 갖고 원장 스님께 보고를 마쳤다”고 말했다. 총무원 기획실은 “항소심 재판부가 배당되면 변호사 선임 등 관련 전략을 수립하고 종단 기록관과 국가기록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증거자료를 수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다수의 특위위원들은 법원 스님의 ‘책임론’을 거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계 언론에 따르면 특위 위원장 만당 스님은 “차 체험관 소송에서 이기니까 방심한 게 아닌가 싶다. 안일한 대응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스님은 “소송은 주지 스님과 변호사들만 참여하고 특위는 할 일이 없었다. 첫 회의는 구성 후 상견례 자리였고 두 번째 회의는 기채승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필요한 때만 열리고 결과만 보고 받는 특위는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각림 스님은 법원 스님에게 판결 결과에 대한 준비 부족과 무대책 무방비를 질책하면서 패소 결과에 책임을 지고 특위위원 사임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각림 스님은  “특위 위원장과 주지 법원 스님에게 따끔한 충언을 못한 것에 대해 책임으로 위원 사임을 해야 한다. 소송에 대해 위원장도 모르고 위원들도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 이 특위 진행이 상당히 불투명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주지 스님은 패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제대로 해야 한다. 준비를 못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고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위 위원장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선암사 특위 위원장은 소송 과정에서 회의를 열지도 않았다. 소송 경과를 수시로 체크하고 대응을 면밀히 살폈어야 할 특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도 선암사 주지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특위는 이날 회의에서 선암사 관련 소송을 “선암사에 대한 등기권자를 확실하게 가를 수 있는 소송으로 승소의 경우 선암사의 재산권이 법적으로 재확인된다”고 의의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의는 1심 재판 이전의 평가에 불과한 상황이다. 2심 재판은 종단 정통성과 정체성이 자칫 부정당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인식조차 회의 자료에 담아내지 않는 태도를 보여 우려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특위는 판례 분석과 지역 정서를 고려한 철저한 소송 준비를 하도록 하고, 소송 대신 합의조정 등 대응 방안 전환의 필요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조계종 선암사 주지와 기획실 종단변호사 등에게 1심 소송 자료와 판결문을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3차회의에는 위원장 만당 스님, 간사 법원 스님, 각림 정수 원경 스님 총무원 재무부장 등이 참석했다. 4차 회의는 오는 1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4차 회의에서는 소송 자료를 검토한 후 ‘선암사 정상화를 위한 계획 및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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