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정신적 외상” 혹은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일컫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후 한국 사회에서 트라우마는 일상어로 쓰일 만큼 널리 퍼졌다.
많은 이가 트라우마는 불행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만 받는 것으로 인식한다. 가족 중 누군가 사고로 죽거나, 어릴 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실수로 누군가를 죽거나 다치게 하는 등의 극단적인 사건이 있어야만 트라우마를 받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은 ‘주관적’이다.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도 어떤 이는 심한 상처를 받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정신치료사인 마크 엡스타인은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트라우마 사용설명서>에서 트라우마를 삶의 걸림돌로 보는 대신 트라우마에 잠재되어 있는 변혁의 힘을 발굴한다. 그리고 그 힘이 인간 정신의 완성을 위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원인만 밝혀내면 트라우마는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고 보는 서구심리학과, 명상을 통해 트라우마를 초연하게 관찰하라고 권하는 동양의 수행 전통을 융합해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 길은 트라우마를 삶의 불가피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정신 훈련의 발판으로 이용하여 정신의 완성에 다다르는 길이다. 불교의 가르침처럼 고통은 완전한 행복으로 통하는 문이며, 고통에서 ‘빠져나가려면 그것을 통과하는 수밖에’ 없다.
저자는 마야부인의 때 이른 죽음이 붓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고, 붓다의 영적 여행은 이 트라우마에서 분출되는 원초적 고통의 표현이라는 독창적인 관점을 이 책에서 선보인다.
이러한 정신분석적 붓다 일대기에 더해, 엡스타인은 자신의 체험과 상담 사례를 소개하여 ‘당신의 트라우마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나아가 마음이 본래 갖고 있는 능력에 눈뜨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더욱 인간적이고 자애롭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돕는다.
트라우마 사용 설명서┃마크 엡스타인 지음┃이성동 옮김┃불광출판사┃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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