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는 동아시아의 문화유산.

풍수에 종사하는 사람이 건 학문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건 간에 풍수는 중국의 것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풍수가 지금 중국의 땅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이견이 없으나 그것이 어떤 민족이 만들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풍수문화의 원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비롯된 것이며, 고분과 주거양식에서 이미 반영된 것이다. 풍수의 경구를 보면 동아시아의 지형과 기후를 근거로 만들어 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사상의 90%가 동이족의 산물임을 볼 때, 그리고 단군의 고선도를 바탕으로 한 도가사상이 풍수의 근간임을 볼 때, 풍수경험의 집적과 체계화는 동이족임을 추정할 수 있다. 역사는 영역을 중심으로 하는지 민족을 중심으로 하는지에 다라 달라진다. 동이족은 한족이 우리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풍수는 산지지형에서 발달한 형기론과 평야지대에서 발달한 이기론으로 나누러진다.

형기론은 산과 물의 형상을 통해서 땅의 기운을 추측하는 방법이고, 이기론은 산에 의지하고 싶어도 산이 없는 광활한 평야에서는 방위를 적용하여 무덤과 건물의 터를 잡는 방법이다. 풍수학에서 형기론이 원류인 것은, 인류는 천재지변에서 보다 안전하고 야생동물이나 다른 종족들로부터 공격위험도가 낮은, 산에 기대어 살아 왔으며, 산의 지형에 의지하여 생명을 보전하였다고 생각한다. 이기론은 경험적 지형기후학과 나침반에 의한 방위론이 엮어져서 발달한 것이다.

중국풍수_평야, 일본풍수_지진

중국은 화북평야와 화중평야, 화남평야 등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지재이다. 이런 지형은 범람원으로 사방이 평야지대이므로 바람을 피하거나 홍수를 피하는 방법은 낮은 구릉이나 건물 밖에 없다. 결국은 인간의 경험에 의지하여 계절별로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 이기론이라고 하겠다. 중국은 넓은 땅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풍수도 다르게 발전했다. 광활한 평야에서 발달한 이기론은 한국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전혀 다른 지역의 풍수를 활용하는 데는 약간의 고민이 필요하다.

일본풍수의 특성은 바람과 물외에도 잦은 지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땅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이 아니다. 집을 지었는데 땅이 갈라진다면 무슨 소용인가. 지진으로 재산과 인명의 피해를 지켜본 민족으로써 일본에서는 형세적으로 좋은 땅보다도 경험측상 흔들림이 없는 땅이 좋은 땅이다. 그리고 땅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집이 좋은 집이다. 땅 보다는 잘 지은 건축물, 지진이 나도 무너지지 않는 건축물에 관심을 쏟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풍수는 방안풍수, 책상정리풍수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일본은 형기풍수보다는 방위풍수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지형은 동고서저라서 중국의 서고동저와 반대이다. 기후적으로는 중국은 대륙성기후인 반면 우리는 대륙성기후와 해양성기후가 모두 나타난다. 일본은 섬나라이므로 해양성기후이며, 환태평양지진대에 있어서 땅에 대한 믿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상대국의 풍수를 그대로 수입하거나 모방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중국의 자장면과 우리나라의 자장면이 다른 것처럼, 일본의 라면과 우리의 라면이 다른 것처럼, 풍수가 만고불변의 진리라기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와 기후지형을 반영한 결과물이므로 깊숙이 들여다보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대지가 안정적이고 지형이 잘 발달하여 풍수의 원리를 적용하기 가장 알맞은 땅이다. 일본이 갖고 싶어 하는 나라, 중국이 오고 싶어 하는 나라, 이 얼마나 복 받은 땅인가.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김규순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