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호 스님 “정신 받들어 ‘굳건한 나라’ 후손에 물려줘야”
“백초월은 승려의 신분으로, 조실과 강백을 역임한 지성적인 큰스님으로 독립운동의 일선에 나섰다. 스님의 행보는 민족불교, 대승불교의 구현이었다. 스님이 있었기에 국내 불교 독립운동은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었다. 백초월 독립운동에 대한 재평가는 지금부터 본격화되어야 한다.”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10일 진관사에서 열린 ‘백초월스님 순국 70주기 추모재 및 학술대회’에서 ‘백초월’ 스님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백초월은 한용운과 백용성이 3·1운동 민족대표로 일제에 피체되어 옥에 수감되자 그들을 대신해 불교의 독립운동을 이끌었고, 상해임시정부와 만주독립군을 국내 불교계와 연결시키고, 군자금을 제공했다.”고 했다.
그는 “백초월은 수차례 일제에 체포돼 갖은 고문을 당했고, 반병신이 되었지만, 미치광이행세를 하면서 일제의 시선을 따돌리고 진관사와 진관사 포교당에서 은신해 지속적인 독립운동을 했다.”고 했다.
또 “백초월은 항일비밀결사체인 일심회를 운영하고 외형으로는 동학사 봉원사 월정사 강사로 활동하면서 학인 승려와 대중에 민족의식을 고취했다.”면서 “이어 용산역 대한독립만세 사건으로 체포돼 징역형을 살았고 일심회 80여명도 체포되는 비운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지속하다 체포돼 순국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스님의 행보는 민족불교 대승불교의 구현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국내 불교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었다.”면서 “그의 시신은 행방불명되었고, 독립정신의 복권은 1986년에 가서야 이루질 수 있었다.”고 했다.
또 “1991년에는 고향에 순국비가 서기도 했고, 초월의 맹렬한 독립운동은 2009년 5월 그가 머물던 진관사에서 태극기를 비롯한 진귀한 독립운동 자료가 대거 발견됨으로써 재확인되었다.”면서 “이로써 백초월의 독립운동에 대한 재평가는 지금부터 본격화되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불교의 항일독립운동을 이끌다 체포돼 옥중 순국한 백초월 스님(사진)의 순국 70주기 추모재가 6월 10일 오전 11시 삼각산 진관사(주지 계호 스님)에서 봉행됐다. 특히 이날 추모재에서는 스님의 독립운동사 공적을 살핀 <독립운동가 초월 스님의 불꽃같은 삶-백초월> 이 봉정됐다.
진관사는 지난 2009년 경내 칠성각 보수 중 백초월 스님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와 〈독립신문〉, 〈자유신종보〉, 〈신대한신문〉 등의 독립운동 자료를 발굴해 조선시대 항일운동의 거점사찰로 주목받았다.
이날 행사는 백초월 스님의 국가보훈처 ‘6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을 기념하기 위해 진관사와 광복회가 공동주최·주관하고 국가보훈처와 은평구청이 후원해 열렸다.
주지 계호 스님은 먼저 국가보훈처가 수여한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기념패’와 광복회가 수여한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축하패’를 백초월 스님의 영단에 봉정했다.
김광식 박사가 집필한 백초월 스님의 일대기 〈백초월〉(민족사)과 애도의 마음으로 사룬 향과 꽃도 스님의 영전에 봉정됐다. 민족정기선양사업회는 진관사에 영구 보존용 태극기를 증정했다.
안중현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에게 '국가보훈처 선정 6월의 독립운동가 기념패'를 증정했다.
이재오 국회의원 등 내빈은 백초월 스님의 애국정신을 기리며 스님의 영단에 향과 꽃을 올렸다.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백초월 스님의 애국정신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계호 스님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목숨 바치신 백초월 스님과 모든 순국선열의 영전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며, 오랜 세월 고통의 시간을 보낸 유가족에게도 위로와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켜준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가슴속 깊이 새겨 더욱 굳건한 나라를 세우는데 동참하고 우리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며 “오늘 추모재를 통해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며, 추모재에 참석한 분들의 공덕으로 우리나라가 행복해지기를 부처님 전에 기원한다”고 했다.
안중현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추모사를 통해 백초월 스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나라사랑과 국가안보를 실천하자고 했다.
안 청장은 “국운이 다한 망국의 설움을 삼키며 일생을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 바친 백초월 선생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며 “국민 모두가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국가안보에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야말로 백초월 선생과 같은 순국선열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청장은 “세월호 참사로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나라사랑으로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백초월 선생이 등불이 돼 달라”고 발원하기도 했다.
안홍순 광복회 부회장은 “백초월 스님은 불제자로서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고난을 당한 민족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시대의 진정한 선각자”라며 “스님의 순국 70주기를 맞이해 국민 모두가 백초월 스님의 사상을 본받고 마음을 모아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국민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우리는 삼각산이고 왜놈들은 계란이다. 왜놈들이 계란이 삼각산을 내리쳐도 삼각산은 끄떡하지 않는다”고 한 백초월 스님의 말을 인용하며 “민족, 국가, 국민 이런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민족의 독립과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큰 일이다. 호국불교, 민족불교를 바탕으로 일제에 끝까지 항거한 백초월 스님의 고결한 정신을 따르자”고 추모사를 했다.
이재오 국회의원은 “불교계에서 한용운 스님과 백용성 스님의 행적은 잘 알려졌는데 백초월 선생은 좀 생소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의원은 “2009년 진관사 칠성각을 보수할 때 3.1운동에서부터 시작된 백초월 선생의 행적이 담긴 이 태극기가 나왔다”며 “승려이면서 독립운동가였고 독립운동가이면서도 인간의 소중함을 깨우쳐주신 백초월 선생의 불도량이자 나라를 지킨 진관사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추모재는 동환 스님의 추모제사와 추모시 낭독, 추모가 합창, 김광식 교수의 백초월 스님 일대기 강연 순으로 진행됐으며, 2부 학술세미나에서는 송명호 중부대 교수가 ‘스토리텔링으로 살펴 본 백초월’을 이동언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위원이 ‘백초월의 민족운동과 혁신공보’를,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가 ‘백초월 민족운동의 성격 및 위상’을 각각 발표했다.
또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와 이정은 3·1운동기념사업회장,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이 토론자로 나서 백초월 스님의 항일활동을 조명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날 행사에는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과 총무 법해 스님, 이재오·이미경 국회의원, 김우영 은평구청장, 안중현 서울지방보훈청장, 안홍순 광복회 부회장, 남기형 민족정기선양사업회장, 백초월스님 증손자 백외식 선생 등 3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