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미팅에서는 본격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의례히 예상되는 이른바 ‘선수급’ 참가자나 원로급 지도자의 장황한 발언이 일체 없이 ‘1인1대표’의 평등주의를 지켰다. 발언시간은 공히 3분으로 엄격히 지켜졌고, 발언의 요지는 바로 바로 보조 진행자에 의해 4색의 포스트잇에 갈래지어 요약되었고, 서기는 별도의 기록을 했다. 사회자는 토론촉진자의 역할을 넘어서는 간섭을 최대한 자제하였고, 어떤 발언에 대해서도 맞다 틀리다 하는 판단 없이 어느 것에 해당하는 이야기인가만 구분해서 적시하는 것으로 바로바로 정리되었다.
물론 이번 타운미팅이 이제 시작이라서 많은 테이블로 나뉘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아마도 참가자 수가 많아지고 테이블이 다수로 늘어난다면 각 테이블별로 논의된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모아갈 수 있는 기술이나 기제들이 함께 동원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특히 종교 혹은 심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논의에 있어서 태도를 주로 문제 삼고 규칙이나 방법들을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논의의 문화, ‘논의에 의한, 말의 지배’라고 할 수 있는 평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문화적 성숙은 규칙과 방법의 합의와 진화과정이라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러 의견들을 논점에 따라 효과적으로 묶어내는 방법의 효율화, 소수의 다른 견해들에 대해 충분한 발표의 기회를 주는 인내의 규칙화, 다수를 형성했던 의견이 어떤 조건하에서는 그렇지 않은 의견으로 취급되어 질 수도 있다는 일종의 정치적 연합의 질서변동(의견의 이합집산)에 관한 여유로움이나 관대함 등이 그런 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타운미팅의 경험 정도를 가지고 이처럼 거창한 얘기를 꺼낸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으나, 예로부터 권도(權道) 혹은 방편(方便)이 소홀시 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윤남진/지지협동조합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