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재가자로 산다는 의미는…
이 시대 재가자로 산다는 의미는…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4.02.14 18:27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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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타운미팅] …“재가자지침서 시급…제대로 교육받고 싶다”
“사찰운영매뉴얼 필요…어디까지 스님을 공경할까”

“사부대중이 공감하는 재가불자 지침서와 사찰운영매뉴얼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출·재가자의 화합을 통해 불교미래에 대안 모색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명은심)”

지난 6일 ‘불교개혁을 위한 타운미팅’ 1차 모임에 참석한 재가자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이 시대 재가자로 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 재가자로 사는 재가자는 분노 좌절 기쁨 바람 등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대안’도 스스로 내놓을 줄 아는 재가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재가불자는 ‘소극적’이다는 인식이 많았다. 정말 그럴까. 타운 미팅 참가자들만 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게 답이다. 말 할 기회가 없었다. 재가자는 늘상 듣는 입장이고, 말 할 자리고 기회도 부족했다. 출가자가 주도하는 좌담회와 토론회, 종단이 목적성을 띄고 진행하는 자리에서 재가자의 목소리는 묻혔다는 의견이 많았다.


“재가불자지침서·사찰운영매뉴얼 필요”

재가불자 지침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영음심 불자는 “재가자의 참여가 아쉽다. 재가자가 사찰의 구성원인지 의심이 든다”며 “재가자는 출가자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출·재가는 종속관계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사찰에 가면 담당자가 바뀌어 곤란할 때가 많다. 업무 인계가 안 돼 질문에 답변도 제대로 못해준다. 사찰 행정이 매뉴얼에 따라 보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주관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사찰마다 다르다. 이런 문제에 재가자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수 밖에 없다. 사찰운영매뉴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지 스님이 바뀌면 종무원도 바뀌는 풍토를 꼬집었다.

영은심 불자는 “주지가 바뀌면 신도회도 바뀐다. 종무원도 바뀌는 경우가 많다. 신도는 매번 스님과 만나지 않는다. 재가자 종무원이나 신도회 관계자들과 이야기 할 수도 있는 데 매번 바뀌어서 혼란스럽다”고 했다.

“출가자에 의지 말고 재가자 중심 틀 고민해야”

사찰에 의존하는 법회 풍토를 바꾸자는 요구도 있었다.

불자 월휘 씨는 “출자가에게 의지 하지 않는 재가자 중심의 틀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출가자에만 의지하지 말고 재가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 사찰에 의존하는 신행에 변화를 꾀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또 “조계종 중심의 불교는 결국 귀족승려를 비대하게 할 수 있다. 이를 따르는 대중과 따르지 않는 대중으로 나뉠 것이다.”며 “출·재가의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 개인중심의 수행·명상 불교가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출가자의 폐해는 결국 재가자를 포함한 사부대중의 힘으로 극복되어야 한다. 재가는 출가를 견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재가자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려면 참여와 사명감을 높이는 교육활동이 다시 마련되어야 한다. 재가가가 교육되면 사부대중의 평등성도 확장될 것이다”고 했다.

불자 진인은 재가자 본연의 자세를 물었다. 불교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작은 수행집단이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 공동체의 주인은 누구인가 생각해야 한다. 출가자와 재가자로 주인이 나뉘어져 특정 재산을 점유하는 주체로 나설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자’가 주인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 재가자가 주인이 될 수 있는지, 주인이 되기 위한 실천은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가자를 위한 지혜와 자비행의 실천적 구조가 필요하다.”며 “재가자는 세상의 주인으로 산다는 의식이 부족하다. 특히 스님 앞에서 종속적 관계로 낮은 존재를 자처한다. 주인 정신을 바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재가자는 누구인가, 기준 권리 의무 정리해야”

불자 지지1은 ‘재자가의 기준, 권리, 의무’가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삼귀의에서 ‘스님들께 귀의한다’고 되어 있는데, 재가자는 무조건 스님을 공경해야 하는가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며 “불법 수호의 범위에서 재가자가 어디까지 승가를 수호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출가자에 비해 재가자의 자격이 없다. 재가자는 누구를 말하는지, 기준과 권리 의무가 현재는 부재하다. 현재는 권리의 부정확성 속에 ‘불자’라는 이름만 존재한다. 실천성이 부재한 불교의 현안 해결은 진정한 재가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불자 석준은 재가자를 위한 구체적 수행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계종 간화선 수행프로그램이 출가와 재가를 아우르는 사부대중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승가의 전유물이 되어 불교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수행은 스님의 전유물이 아니다. 수행이 관념화되어 사회성을 잃었고, 재가자의 수행도 재정비 되어야 한다. 최근 사찰에서 행하는 재가자 수행은 재정비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재가자들의 불교는 기복불교에 치중되어 있다. 기복을 사회로 환원하지 못하면 불교에 큰 장애가 되고 불교발전은 요원할 것이다”고 했다.


“재가자는 단호함 없는 무원칙한 자들” 자아비판도

재가자를 '단호함이 부족한 무원칙한 자'라는 따가운 자아비판도 있었다.

불자 청사는 “재가자는 단호함이 부족하다. 비판은 해도 생활 속에서 실천을 하지 않는다.”며 “‘룸살롱 사건’이 불거졌었다. 나는 그 스님 중 일부와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비판하지 못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출가자 계행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재가자 계행도 문제다. 나 역시 그랬다.”고 고백했다.

낙산이라는 별칭을 쓴 재가자는 ‘전문적인 사회 일에 스님들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그는 “출가자가 사회적인 업무를 모두 하기 어렵다. 재가자에게 역할을 분담하고 신뢰해야 한다”며 “전문적인 일에서 스님들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스님이 개입하는 순간 막히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낙산(별칭)은 “나도 착실한 불자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출가자가 중요하다. 좋은 출가자는 재가자의 의지처가 된다. 하지만 지금 스님들에게 무엇을 물어봐도 ‘뭘 묻냐’는 답이 많다. 출가자가 나아져야 재가자도 나아진다”고 했다.

성수라는 참가자는 “재가자 입장에서 ‘아니다’ 하는 일에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정과 부도덕에 재가자가 단호해 져야 한다”며 “반말로 하는 법문, 무당과 다를 바 없는 태도와 언사, 재가자들이 단호하게 지적해야 한다. 우리 시대 재가자는 단호함이 부족하다”고 했다.

화서라는 참가자는 재가자의 불교 지식와 이해의 편차를 지적했다.

그는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정서를 절에 오래 다닌 불자는 다 안다. 하지만 지적 이해는 천차만별이다. 정서에서는 동질감이 있지만 불교의 요체에 대한 이해는 편차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무상이라는 참가자는 절집에 오래 다닌 보살이 부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절에 오래 다닌 보살님들 말을 듣다보면 스님들 법문 뺨치는 이야기도 듣는다”면서 “한 노보살에게 ‘스님들의 음주와 여자 문제 등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하자, 그 보살은 ‘그래도 그들이 먹물 옷을 입고 앉아 있으니, 우리가 부처님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하더라. 이 보살이 부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내 자식 출가시키겠지만 조계종 출가는 반대”

재가자는 가족이 있다. 만약 당신의 자녀 중 한 명이 출가를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성수라는 참가자는 물었다. 외동딸이 출가하겠다고 하자 나는 찬성했지만, 아내가 반대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유리라는 참가자는 “나도 외아들이 있지만 출가하겠다면 찬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조계종에 출가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무명 씨는 “자식이 조계종에 출가하겠다면 말리겠다.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조계종 승가는 보고 싶지 않고, 여기에 내 자식을 맡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낙산 씨는 “딸이 출가하겠다고 했을 때, 말렸다. 비구니 차별이 심하다. 천태종은 더 하다. 내 소중한 딸이 못 된 비구들에게 차별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상상도 하기 싫다”고 했다.

병인 씨는 불자가 아니다. 그는 종교가 없지만 불교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불교에 다가서야 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 가기전에 좋지 않은 말을 많이 들으면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진다. 불교도 그렇다. 절집에 나쁜 이야기가 너무 많다. 불교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불교에 개혁을 하자는 이야기는 많은 데 사찰신도들은 거부한다. 개혁을 하려면 갈라서는 것도 필요하다”며 “스님이 없어지면 선생이 없어져서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신자들이 많다. 그래서 신도들은 스님 비리를 덮는다. 재가자 개혁도 필요한 지점이다.”고 했다.


“재가자는 정법수호·교단발전 수호자”

이 시대 재가불자의 긍정적 측면은 무엇일까. 참가자들은 재가자가 정법수호와 교단발전의 중요한 역할자라는 데 동의했다. 또 수행과 보살행을 통해 세상의 이익과 안락을 추구하는 중요한 역할도 재가자의 몫이라고 했다. 이 시대 재가자는 ‘친절하지만 소극적’이고 ‘기복적이지만 참여’하고 싶은 수행자라는 정의도 있었다.

이 시대 재가자의 부정적 측면은 무엇일까. 출가자에 종속된 자, 교육을 받지 못한 불자, 기복불교에 치중하는 자, 사찰운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변인 등등이었다. 재가자는 ‘단호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바람은 무엇일까. 사찰운영과 종단 운영에 참여하고 싶고, 재가자 중심의 신행문화 개선도 바랐다. 관념적 수행 보다는 사회적 실천이 강조되는 수행과 종속관계를 넘어 세상으로 주인으로 살겠다는 의식을 갖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타운미팅 준비위 기획팀은 이날 첫 모임에서 정리된 주제어를 제안 형태로 정리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타운미팅에서 논의된 내용 이외에도 온라인에 토론방을 열어 각 주제별 의견도 지속적으로 받아 정리할 예정이다.

2차 타운미팅은 ‘스님! 안녕하십니까?’를 주제로 3월 6일 오후 7시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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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귀신 2014-02-28 08:37:56
그래서 스님네들이 출가했다. 출가를 하고 대중속에 묻혀살다 보니 출가귀신이 되고 말았다. 예불에 참석하지 않기-식육음주하기-개인의 돈 챙기기...그렇지만 그네들에게 합장공경 않고-시주 않고 지내지만 나는 불교는 서양의 사막귀신종교 보다 좋다고 확신한다.

재가불자 2014-02-15 22:33:57
활활발발한 논의와 토론 의사교환으로 건강한 대안들을 창출하기를...

무종교 2014-02-14 21:46:53
사막귀신 이스라엘귀신 종교보다 훨씬 불교는 합리적인 종교이다

나,불자 2014-02-15 23:26:16
그리고,인연방식따라 오고가겠지만,
사찰은 명품백화점이 되면 좀 곤란하다는 생각.^^

동참합니다 2014-02-28 06:30:06
"지난 6일 '불교개혁을 위한 타운미팅’1차 모임에 참석한 재가자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그렇습니다. 조계종 전면에 나선 스님들을 보면 이건 非僧非俗이어서 盲目이 아니라면 불교를 신앙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중생을 다 건지겠다고 조석으로 부처님께 약속하면서 그 중생의 아픔을 도외시하는 조계종의 얼굴 스님네들 때문에 양식있는 불자는 절망하고 있습니다. 다 그분들의 출가 이후 교육이 부실하고 전근대적이어서 이렇게 되었겠지만...2차 타운미팅에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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