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불교…왜 명상인가
미얀마 불교…왜 명상인가
  • 이치란 원장
  • 승인 2014.01.04 17:4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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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한국인이 미얀마에서 수행할까
경·율·아비담마에 능통한 적통 상좌부 불교
▲ 미얀마 불교 위빠사나 수행계의 한 고승이 지난 24일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서 만달레이 지역 삔우린의 국립 식물공원 호숫가의 야단법석에서 국내외의 2천여 명상수행자들에게 자비관을 설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치란@2014불교닷컴

교학에 철저한 승가

부처님 승단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미얀마 불교는 교학(敎學)과 명상을 양대 축으로 하여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제3차 결집 직후인 기원전 3세기에 불교가 전해 졌다고 하지만, 미얀마에 불교가 전해진 것은 기원후 3, 4세기경부터인데, 하 미얀마인 몬(Mon) 지역이다. 몬 지역은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와의 관련 속에서 일찍이 남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상좌부 불교가 전해졌다.

현재 형태의 상좌부 불교는 11세기 바간(Bagan) 왕조 시대부터인데, 스리랑카에서 전해졌다. 수 세기에 걸쳐서 스리랑카 승단이 바간에 이식되었고, 그 규모와 깊이는 현재 바간의 유적에서 그대로 찾을 수 있다. 부처님 승가의 청정성과 순수성을 유지해서 전승한 인도 스리랑카 상좌부의 원형이 확실하게 바간에 정착했고, 이후 만달레이로 이어져서 5차와 6차 결집을 이뤄냈다. 때문에 현재 경·율·아비담마에 있어서 상좌부의 적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 12월 14일 국제테라와다불교전도대학교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 미얀마 국립승가회 회장(종정)과 정부 종교성 장관 등 7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사진=이치란@2014불교닷컴

인도 유럽어족이 아닌 몬족과 버마 족에 의해서, 빨리어 삼장이 정립되었다고 하는 것은 실로 경이롭다. 제 1차 결집 이후 구송 전통을 계승한 빨리 삼장(경·율·아비담마)을 통째로 암송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얀마 불교 역사상 13명의 삼장법사가 배출되었으며, 현재 9명이 생존해 있으며, 이 분들이 사실상 미얀마 불교의 선지식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분들은 명상수행자들의 우위에 있으면서, 삼장에 입각한 명상수행을 점검해주고 있다.

미얀마 승단에는 3단계의 승과고시가 있는데, 시험은 매우 어려우며 30세 이전에 이 시험을 통과하도록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초·중·고급 과정의 이 승과고시는 비구의 일생을 결정짓는 척도가 되는데, 중급과정인 법사만 되면 평생이 보장되고, 고급과정에 합격하면 선지식으로 활동하는데, 빨리어 삼장을 거의 암송은 물론 주석서와 복주서까지도 능통해야한다. 50만 명의 비구·사미·사미니 가운데 2백 명 정도가 비왕사(Vivamsa 지혜의 스승)라고 하며, 이 가운데서 9명의 삼장법사가 빨리어 삼장을 모두 구송해 내고 있다.

▲ 양곤시내에 소재한 모곡 명상센터. 전국에 8백여 개의 명상센터를 거느리고 있으며 해외지부도 두고 있으며 최근 주로 미얀마 불교인들에게 인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이치란 @2014불교닷컴

미얀마 승단은 9개 종파(니까야)가 있는데, 약간의 계율 상의 차이에서 파를 달리하고 있다. 근본 율장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후에 담배를 피울 수 있다든지 아니면 없다든지, 외출 시 가사를 목 부분까지 두른다든지 하는 차이이다. 이들 9개 파에서 추천된 47명으로 구성된 미얀마 국립승가집행위원회가 승단의 제반문제를 통괄하고 있다.

미얀마 승단은 탁발에 의한 오후 불식 등, 위나야(율장)를 수지하는 것은 기본이며, 빨리어 경과 아비담마의 교학을 연마하는 것을 비구의 본업으로 삼고 있다. 명상은 이 과정의 일환이며, 초·중·고급 과정의 승과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명상은 기본이다.

▲ 한국의 스님들과 일반불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쉐 우 민 명상센터. 한국어 통역이 있어서 적응하는데 장점이 있고, 친절한 지도와 숙식이 편리하다. 사진=이치란@2014불교닷컴

한국어 통역 둔 미얀마 명상수행 센터

미얀마 승가에는 몇 개의 위빠사나 바하와나(Vipassanā Bhāvanā 관법수행) 단체(사원)가 있는데, 이들 산하에는 수 백 개의 지부가 있으며, 해외에도 수십 개의 명상센터가 있다. 한국에서도 미얀마 위빠사나 수행은 인기가 있으며, 이미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미얀마 현지의 유명 명상센터에는 한국에서 온 스님과 재가 불자가 상당수이다. 한국어 전문 통역을 두고 매일 인터뷰를 할 정도이다. 주로 양곤과 미얀마 남동부 몬 주의 산속에 위치한 명상 사원에서 명상수행을 하고 있다. 양곤지역의 명상센터에서는 대개 3개월에서 1년 정도, 산간에 위치한 명상사원에서는 1년 이상 3년 정도의 장기간 동안 1일 6시간에서 7시간 30분 정도의 좌선과 경행을 병행하고 있다. 양곤 법대 출신 변호사로 비구가 된 총무와 한 독일인 비구는 18년 동안 동구불출한 채 명상중이며, 한국출신의 한 스님도 8년간 정진중이라고 했다.

미얀마에서의 명상 수행은 1960년대부터 서구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해서 1970년대 절정을 이루었으며 1980년대까지 주로 서구인들이 명상수행의 주류를 이루었다. 미얀마에서 명상수행을 마치고 상당수의 서구인들이 자기나라에 돌아가서 명상센터를 설립하여 보급하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서구인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명상 센터를 꾸준히 찾고 있다.

▲ 미얀마 남동부 몬주의 산간에 위치한 파 욱 명상사원, 주로 장기 수행자들이 산속암자에 기거하면서 공동체생활과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란@2014불교닷컴

아시아인들 가운데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타이완 스리랑카 남인도의 승려와 일반 불자들이 1980년대부터 미얀마 명상센터를 찾았으며, 한국의 스님과 불자들은 1990년대 이후부터이다. 현재 미얀마의 명상 센터 풍경은 다채롭다. 전 세계에서 온 수백 명의 명상 수행인들이 미얀마 비구와 일반 불자들과 함께 적게는 수백 명에서 1,500명의 대중이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

미얀마에서의 명상수행은 왜 인기가 있는가. 우선은 그 분위기이다. 명상 센터나 사원에서는 승가공동체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2,500년 전 부처님과 그의 제자들이 인도에서 실제로 경험했던 과정을 고도의 문명사회인 21세기에도 그대로 맛볼 수 있다는 신비감이다.

▲ 미얀마의 비구. 사미들이 동네 골목길에서 탁발을 하고 있다. 이들은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탁발을 한다. 사진=이치란 @2014불교닷컴

다음으로는 비구나 재가자를 구분하지 않고, 의지가 있고 정진만 할 수 있다면 약간의 경비로 전 세계에서 온 명상 인들과 함께 명상수행을 통해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명상을 한 만큼 마음의 정체를 알아가게 되고, 정신적 안정을 얻는 기쁨이다.

중국 불교의 선종 전통에서 용상방(龍象榜)에 법명을 올려본 경험이 있는 수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위빠사나의 정념(正念:마음 챙김)은 선의 의단(疑團) 참구(參究)와 동일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인터뷰를 통해서 명상수행자의 수행단계의 내용을 점검해 준다는 것이며, 수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방법이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문명인들에게 어필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 정식 비구니는 아니지만, 비구니역할을 하고 있는 사미니들이 탁발을 마치고 사원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이치란 @2014불교닷컴

지난 12월 14일 양곤소재 ‘국제테라와다불교전도대학교(International Theravada Buddhist Missionary University)에서 개최된 ’불교명상수행과 심념처(心念處 찌따누빠싸나 Cittānupassanā)에 주목한 불교심리학‘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한 서구출신 사미니(Sayalay Dr.viranani)는 불교명상의 종교성을 떠나서 현대과학(의학)에서 위빠사나 명상이 정신. 심리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병원들에서는 이미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정념에 기초한 스트레스 감소)과 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정념에 기초한 인식치료)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이 분야의 선구자는 1979년 미얀마 위빠사나의 수행을 통해서 영감을 얻은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라고 했다.

미얀마 불교는 수 세기에 걸쳐서 인도 스리랑카의 상좌부 전통을 고스란히 전수 받았다. 상좌부의 원형과 순수성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미얀마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미얀마는 상좌부의 전통을 스리랑카에 다시 전수해 주기도 했다.

미얀마불교는 가만히 앉아서 전 세계로부터 구법 명상 인들을 스스로 찾게 하고 있다. 미얀마를 찾는 명상인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 바람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란 강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 명상인들과 함께 한국에서도 꾸준히 미얀마의 명상센터를 찾을 것이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어느 시기가 되면 미얀마 명상센터에서 수행한 경험이 이력이 되고, 미얀마 명상센터나 사원에서 수행한 분들이 한국에 명상센터를 설립해서 명상지도자는 물론 조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 미얀마 몬 주에 있는 짜익띠유 파고다인 일명 골든 락(Golden Rock, 황금 바위)은 미얀마 일반 불자들의 귀의처이다. 12월에는 수십만 명의 불자들이 이곳에서 노숙하면서 기도를 하고 공덕을 쌓는다. 사진=이치란 @2014불교닷컴

선·교·율을 갖춘 선지식
미얀마에 직접 가서 명상수행에 심취하는 한국인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명상 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들을 이상하게 보거나 백안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은 왜 미얀마로 가는지 그 저의와 바닥에 흐르는 정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불교에도 선수행의 역사와 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지순례라면 모르겠으나 명상수행을 위해서 미얀마까지 가게 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미얀마를 찾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서 얻을 수 없는 뭔가 있으니까 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불교의 선조사(先祖師)들은 선교율(禪敎律)을 두루 갖춘 선지식을 이상으로 했으며, 또한 수행에 있어서는 통 불교적 관점에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는데, 참선자 의단독로(疑團獨露), 간경자 혜안통투(慧眼通透) 그리고 염불자 삼매현전(三昧現前)이란 명제를 일찍이 제시했음을 꼭 상기했으면 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글, 사진=이치란 원장/해동경전어 아카데미

참고문헌
Buddhism in Myanmar A short History by Roger Bischoff
History of Burma by G.E. Harvey
The State's Role in Purifying & Perpetuating Buddha Sāsana through History: Myanmar's Experience
Dr. Hla My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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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8 16:18:18
마음챙김이 의단참구하고 같다는분들이 왜 의단참구는 못하나요?.....궁금해요~

그런데 2014-01-12 12:50:26
정통수행 명상불교 미얀마는 세계최고의 정토국가는 커넝
세계최악의 독재국가가 됐는지 알려주실분 안계시나요?

무거사 2018-08-12 12:27:48
한국이 남북 전쟁으로 분단되고, 기독교 국가가 되고, 한동안 독재국가가 된 것은 일본의 식민지배 영향으로 그렇게 된 것이고, 미얀마가 독재 국가가 된 것은 영국의 식민지배 영향입니다. 그래도 미얀마는 영국 식민지배 정부로부터 종교박해와 기독교로 개종 강요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지키고 개종하지 않은 강인히고 불굴의 정신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줏대없이 개종하는 것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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