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세청 연말정산 안내책자 회수 삭제 후 재배포
국세청이 ‘49재와 천도재, 우란분절(백중) 등 기도비가 대가성이 있어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서는 안 된다’는 연말정산 안내 책자를 배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불교의 종교의식 행위이자 사찰 경제의 핵심 축인 기도비를 대가성으로 몰아부쳐 기부금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종교행위가 위축되고 사찰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지방국세청은 지난 17일 배포한 ‘원천징수의무자를 위한 연말정산 신고안내’ 책자를 근거로 안내문을 만들어 지침을 시달했다. 국세청 안내 책자와 지방 국세청 안내문에는 “종교단체 기부내용 중 천도재(49재, 우란분절 등) 비용은 공제가 불가하다”고 고지하고 있다.
<불교닷컴>이 입수한 부산지방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49재, 천도재, 우란분절 등 각종 기도 등 대가성 금액의 영수증’은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서는 안 되며, 가짜 기부금 영수증 수수행위는 제보해 달라”는 내용까지 친절(?)하게 고지했다. 또 부산지방국세청은 부산과 경남 지역 사찰을 직접 방문해 기부금영수증 발급에 대한 지침을 설명까지 해 지역 사찰의 공분을 샀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불교의식에 대해 자문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침을 시달해 조계종과 한국불교 전체를 무시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와 연말정산 지침 수정을 요구했다. 또 정부기관의 이런 행위가 불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점에 주목해 앞으로 종교인과세 등 세무관련 법개정에서 불교계 입장이 충분히 반영하는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총무원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종교의식과 신행행위에 대해 대가성으로 해석한 것은 한국불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해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다”며 “불교의 기도행위를 대가성으로 표기해 안내한 자료를 즉시 회수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천도재와 49재, 우란분절 기도 등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기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이에 따라 연말정산 안내책자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국세청은 또 “부산지방국세청의 경우 지역 유사종교단체에서 49재와 천도재 명목으로 과도한 기도비를 요구해 물의를 일으키고, 고발하는 사례가 있어 이 부분을 강조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에 총무원은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관계자들과 만나 “기도비를 대가성으로 치부하는 불교의 몰이해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예규를 개정할 것” 요구했다.
일단 국세청은 조계종 입장을 받아들여 연말정산 안내책자에서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해 재배포하고,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새로운 지침을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또 내년초까지 조계종과 협의해 국세청의 연말정산 안내의 지침인 기획재정뷰 예규를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총무원 관계자는 “천도재 등 각종 재(齋)는 불교교리에 기초한 의례의 하나로 불교문화는 물론 불교의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종교활동이지만 정부 기관이 불교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도비를 대가성으로 해석해 관련 규정을 바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은 “천도재 등에 대해 기부금영수증은 이전부터 사찰에서 발급해주지 않았다.”면서도 “국세청이 기도비에 대해 대가성을 인정하려면 타종교의 일부 헌금도 같은 맥락에서 취급해야 하는데 연말정산안내문에 유독 불교쪽만 언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점은 반드시 짚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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