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0조 빼돌린 부자들
880조 빼돌린 부자들
  • 변택주
  • 승인 2013.09.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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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34.유일한
해외 차명계좌로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을 수사를 받고 있는 CJ 그룹 이재현 회장 그리고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 원을 빼돌리고 비자금 139억5천만 원을 만들어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지난 1월 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SK 그룹 최태원 회장. 존 크리스텐스 ‘조세정의 네트워크’ 대표는 전 세계 부자들이 조세피난처에 숨긴 돈이 32조 달러, 우리나라 부자들이 숨긴 돈은 880조로 이른다고 했다. 기업을 일궈 커다란 부를 쌓았다 해도 죽음 앞에서 하얀 보에 놓인 손에는 한 푼도 쥐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애써 고개를 돌리는 움켜쥔 손들.

대학 졸업시켰으니 자립하라
“내가 모은 재산은 모두 여러 사람을 위하는 일에 쓰여야 합니다.” “먼저 유일선 딸, 손녀 유일링에게는 대학 졸업 때까지 학자금으로 1만 달러를 준다. 둘째, 딸 유재라에게는 유한공고 안에 있는 묘소와 둘레 땅 5천 평을 준다. 그 땅을 유한동산으로 꾸며 울타리치지 말고 유한 중·공업고교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해 티없이 맑은 어린 학생들 정신에 깃든 젊은 의지를 지하에서나마 더불어 느끼게 해 달라. 셋째, 내 소유 주식 14만 941주를 모두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유한재단)’에 기증한다. 넷째, 아내 호미리는 재라가 노후를 잘 돌보아주기 바란다. 다섯째,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라.” 유일한(1895∼1971년) 박사가 1971년 3월 11일 77세를 일기로 흙으로 돌아가면서 마지막 남긴 말씀이다.

1980년대 초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도덕 교과서는 유일한 박사 유언을 다음과 같이 적바림하고 있다. “1971년 봄 어느 날, 신문을 받아 본 사람들 마음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진정한 애국자구나! 이런 기업가들이 앞으로 많이 나와야겠는데 가진 자는 더 가지기를 바라건만 이 분만은…’ 하면서 기뻐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약업계에 큰 공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다 간 유일한 선생 유언장이 세상에 공개된 것입니다.”

1904년 아홉 살 소년 유일한은 “바람 앞에 등불인 조선보다 너른 세상에 나아가 배워 큰 뜻을 펴라”는 아버지 뜻에 따라 미국 가는 배에 오른다. 미국에서 구두닦이·식당종업원·신문배달을 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따리장사와 사업으로 학비를 벌어 대학을 마친 일한은 서재필 박사를 찾아가 한국으로 돌아가 일본압제 아래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겨레를 위해 제약산업을 일으켜 건강입국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서재필 박사는 조각가 딸에게 부탁해 깎은 유일한柳一韓 성 버들 유柳에서 착상한 ‘버드나무 돋을새김 목각품’을 선물했다. 커다란 버드나무처럼 나라와 겨레를 위해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건네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인임을 잊지 말고, 버드나무처럼 겨레가 편히 쉴 수 있는 큰 그늘이 되어 주게.”라고 북돋웠다.

1934년 어느 날 밤 해주도립병원에서 맹장수술을 하는데 프랑스제 혈청주사약이 없어 환자가 죽어간다는 연락을 받은 유한양행 숙직사원 홍병규. ‘숙직자는 창고를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혈청주사제를 꺼내 약병을 두텁게 싸서 서울역으로 달려가 경의선 기관사에게 해주도립병원이 있는 토성역을 지날 때 약병을 던져달라고 부탁했다. 간이역에는 열차가 설 수 없었기에. 이렇게 환자 목숨을 살린 숙직사원, 결단을 내린 힘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는 국민보건을 위해 일해야 한다. 유한은 사회를 위해서 있다.”고 강조한 창업 정신에서 비롯됐다.

한국전쟁을 어렵사리 넘기고 휴전협정 회담이 이어질 때 자기 주식 30퍼센트를 내놓아 기술학교를 설립했던 유일한. 1962년 11월 기업을 공개하자마자 사회사업과 육영사업에 더욱 힘을 쏟았다. 한국아동양호회, 허약아동보호소인 광주행복원,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무의탁 장병위문처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선뜻 재산을 내어놓았다. 유일한은 1963년 9월 개인 주식 1만 2천 주를 연세대학교에, 5천 주를 보건장학회에 기증하고 주식 1만 5천 주와 땅 5천 평, 건축비 7백만 원을 들여 1965년 3월 유한공업고등학교 문을 연다. 교훈은 ‘참된인간, 기술연마, 사회봉사’였다. 유한공고는 일찍이 주 5일 공부를 실시해 학생들이 주말에는 집안일을 돕거나 사회봉사를 나가도록 했다. 출입국신고서 직업란에 꼭 교육자Educator라고 썼던 유일한은 1970년 보유 주식 8만 3천여 주를 내놓아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세웠다.

소방차값 치룰 의무
“불이 났을 때 소방서에 불을 꺼달라는 요구가 국민 권리라면, 소방차를 살 돈을 내는 일이 바로 납세의무”라고 늘 얘기했던 유일한은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고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했다. 자유당 정권과 5.16 군사정권이 모두 정치자금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거절하자, 곧바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어졌다. 깨끗한 유한양행 장부 앞에서 할 말을 잃은 세무사찰요원들은 회계조작도 없이 제품함량을 속이지 않고는 그만한 이윤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 과학기술처에 제품함량분석을 요구했다. 돌아온 답은 투명한 회계 못지않게 제품도 우수하다는 말이었다. 정부는 1968년 3월 ‘세금의 날’ 유일한 목에 동탑산업훈장을 걸어줬다.

어느 날 유일한이 측근 조권순 앞에 우체국소인이 찍힌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조권순이 보낸 편지였다. “뭐가 잘못 되었나요?” “모르겠어? 우리나라에 50원짜리 우표가 없나?” “있지요.” “그런데 왜 10원짜리 우표를 다섯 장 붙였느냐는 말이야. 무엇 때문에 소인을 여러 번 찍게 만들어. 국력낭비 아니겠어? 붙이는 힘도 더 들었을 텐데.”

유한양행은 ‘사람이 기업을 만들고,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유일한 박사 뜻을 존중, 1973년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하고, 1998년과 2002년에 걸쳐 우리나라 상장회사로는 가장 먼저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줬다. 유한재단과 유한학원 주식 23퍼센트를 합쳐 공익법인 주식이 40퍼센트나 되는 유한양행은 높은 배당으로 사회공익활동을 지원한다. 2003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 3위에 올랐던 유한양행은 제약부문에서 9년 연속 존경받는 기업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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