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의 매력과 성과 불충분이 원인
회담의 매력과 성과 불충분이 원인
  • 이지범 북한종교연구소 실장
  • 승인 2013.06.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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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북당국회담 무산의 분석

1,5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등록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던 남북당국회담이 격(格)을 논하다 결국 토라지고 말았다. 이번 회담의 목표가 북측은 국면 전환용으로, 남측이 현안문제 해결에 각기 초점을 맞추고 출발했다.

지난 6월 6일 북측이 전격 제안할 당시까지만해도 일말의 가능성이 작동될 것이라는 기대감조차 6월 8일 캘리포니아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핵심과제로 다루어짐에 따라 북측이 남북당국회담 개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회담 준비과정에서 우리가 놓친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보면, 17시간이란 장시간 회의를 가지면서도 이러한 북측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이다.

둘째로 분단 이후 가장 유리한 협상조건 하에서도 원칙만 강조하다 보니 이번 회담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에 관한 한계를 남측이 먼저 노출한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상급(上級)으로 정한 회담대표의 수준에서 다룰 수 없는 의제를 먼저 상정함으로서 북측 당국(평양)이 회담테이블 어젠다(오더)의 제한을 하달함으로서 이미 회담 무산이라는 핑계(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형님으로서 장자로서 자신감 있는 실무 또는 회담 절차를 선도(先行)하지 못한 실무적 판단 부재(miss)가 넷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섯째는 동시에 대표자 명단 교환의 과정에서 1안 이외의 2, 3안에 대한 협상 노하우(experience)를 발휘할 유경험자의 배치가 협소한 상황을 둘 수 있다.

이것은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실무접촉을 하면서 남측의 실무자의 수행 능력을 간파하고, 실행과 미실행에 관한 정책적 출장보고서를 평양에 기 제출한 상황에서 평양이 흡족해 하는 파트너십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참여정부의 그래서요. 실용정부의 잠깐만요. 현 정부가 보여주는 정한대로라는 정서적 아이덴티티(identity)로부터 북측에 충분한 신뢰를 보여 주지 못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소통은 사실에 입각한 전달자의 몫이 크다. 이미 고정된 시각과 원칙 하에서 상급자의 결재 없이 실행할 수 없는 실무자가 ‘용기’조차 부족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다음에요’ 라는 메아리가 들여 올 뿐이다.

북측의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이미 박 대통령의 소신과 능력을 숙지하고 회담 테이블에 나왔는데, 남측 실무자에겐 김성혜 부장의 행동과 이미지가 생경했다는 국내언론 보도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북한의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일부와 비슥한 성격) 외곽 조직이라 할 수 있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민주평통과 비슷한 성격)가 직접 주관한 이번 당국회담은 처음부터 미․중의 압박 수위에 대한 시간벌기용의 성격이 짙었고, 미․중 양국의 정상회담 결과로부터 회담 개최의 동기가 식었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번 회담의 실효성에 대해 먼저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다시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에 집중된 세계의 이목과 공통의 부름에 남과 북이 같이 회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측이 회담 로드맵으로 정했던 ‘쉬운 것부터 해결 가능한 의제 논의’가 다시 추진되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교류를 허용하거나 북측과 확실한 관시(關係)를 가지고 있는 인사나 기관같은 채널을 다시 가동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북간 협상에서는 협상 의제보다는 테이블에서 뻣치기와 ‘어조사’, ‘토시하나’ 고치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현실에서 협상대표의 재량권 또한 극히 제한되어 있고, 협상 시간이 항상 문제로 대두되기 일 수다.

여기에다 이번에 북측 상급대표로 지명되어 당국회담에 참가하려고 했던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 국장 등에 관한 인물연구와 더불어 그들이 차기 회담장에서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부터 재점검하는 인물정보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1970년대 말부터 덩샤오핑(鄧小平)이 말한 흑묘백묘(黑猫白猫)의 격언처럼 실용적 회담이든 분야별 대화이든 하나의 연결고리와 대화 물꼬가 트일 때, 그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협의적 까닭과 방법이 나올 수 있다.

평양이 오는 6월 27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와 더불어 북미간 대화 작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국이 먼저 기회 제공과 장(場)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이 조만간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고 보면, 중국이 6자회담을 주선하거나 미국이 또다시 북한에 손을 내밀 때에는 지난 6년간의 교류 단절의 상태를 또다시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평양 방문 경험이 주요한 동인(動因)으로 작동하여 7월경 6자회담 논의가 한국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8.15를 기해 분명한 유화조치가 선행된다면 이번 당국회담의 무산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기에 식량 및 비료 등 인도주의적 지원과 북한 경제를 위한 에너지 제공까지 이어질 때, 제3차 남북정상회담으로부터 또 다른 한반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베고픔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지범 / 북한종교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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