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등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관련 핵심 4인에 대한 연이은 소환으로 검찰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간 일부 사실이 확인돼 복잡한 쟁점도 몇 가지로 좁혀졌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문 데이터 조작 흐름 등 쟁점 가운데 하나라도 의혹이 풀리면 사건 실체가 자동적으로 드러나는 단계에 와 있다.
2005년 논문 바꿔치기 주범
검찰은 최근 줄기세포 바꿔치기는 있었다고 밝혔다. 누군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에서 배양 중이던 체세포 핵치환 줄기세포(NT) 2, 3번 용기에 섞어 심었다는 것이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범을 찾아낸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가장 의심을 받는 사람은 미즈메디병원과 서울대 연구실을 모두 출입했고 배양을 담당했던 김선종 연구원이다. 하지만 확립된 줄기세포는 검증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어 공모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줄기세포 검증에 관여했던 윤현수 한양대 교수, 이양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 연구실장에게 혐의를 두고 있다.
이 실장은 한양대 선배인 윤 교수의 부탁을 받고 2004ㆍ2005년 논문의 DNA지문분석 검사를 도맡아 했다.
황 교수가 언젠가부터 바꿔치기를 눈치챘을 수도 있다. 만약 그 시점이 논문 제출 전이라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 사기죄로 형사처벌될 수 있다.
2004년 논문조작은 누가
2004년 논문에는 A씨의 체세포와 난자를 활용해 NT_1번을 확립한 것처럼 발표됐지만, 정작 NT_1번은 B씨의 난자로 수립한 처녀생식 유래 줄기세포였다.
그런데도 국과수에서 이뤄진 5번의 DNA 지문분석 검사에서는 모두 A씨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연구원 등이 NT_1 시료를 조작해 보냈거나 이 실장 또는 윤 교수가 검사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으로 나뉜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2005년 논문 조작 연루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04년 논문의 데이터 조작 수법이 2005년 논문 때도 반복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NT_1번의 정체에 대해서는 “체세포 핵치환 줄기세포는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수사발표 왜 늦어지나
검찰은 5일 황 교수, 김 연구원, 윤 교수를 4번째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에 대한 결정은 미루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중간 수사발표는 일러야 다음주, 늦으면 3월 하순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관계자 소환 후 곧장 사법처리 수위를 정했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외국에선 논문을 조작한 연구자들이 대학이나 연구소 차원의 징계를 받는 경우는 많지만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처벌된 사례는 드물다는 점, 수사결과가 국제 특허문제 등에 미치는 영향 등 수사 외적인 상황도 두루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