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비들은 최초로 법원리(삼봉산)에서 4명의 나무꾼에게 발각된다. 공비 중 한 명인 김종웅이 본부에 무전연락으로 “민간인에게 발각 됐다, 지시를 내려달라” 했으나 이들은 본부의 답신 난수표를 해석하지 못했다.
남하를 계속한 공비들은 종로구 신영동 세검정 고개에 이르렀다. 고 최규식 종로서장을 필두로 한 경찰과 군 병력을 마주친 공비 중 한명이 “국방군이다. 쏴버려”라 소리 지르고 교전이 시작됐다.
무장공비들의 작전이 실패로 끝난 것은 다행이나 연구차원에서 그 실패요인을 분석하면 결론은 ‘획일주의와 경직성’이다. 나무꾼에게 일제 세이코 시계를 주면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의 경직성, 중대한 목적을 갖고 침투한 자들이 나무꾼을 만난 상황을 임의로 해결치 못하고 본부의 지휘를 받으려 한 지나친 획일주의와 의타성 그리고 수직적 관리체계가 이미 실패를 예견했다.
이후 세검정에서 유연하게 대응치 못하고 국방군이라 외치고 교전을 시도한 점 등 경직된 사고와 행동이 실패의 중대한 한 원인이다.
제18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동정을 보면 경직성과 획일주의로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서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인수위의 폐쇄성에 대한 뉴스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인수위는 가치있는 의제선정과 소통, 투명성, 열린 자세, 국민과의 합일성 추구 보다는 “우리가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너희들(국민과 언론)은 눈감고 귀 닫고 입 다물고 있으라는 음험한 느낌”마저 든다. 조용한 것과 효율적 활동으로 시끄러운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설사 박근혜 당선인의 스타일이 그렇다 해도 인수위원들은 그 연령대나 사회적 직위와 경륜과 전문성을 스스로 인식해서 소신껏 열린 자세로 일을 해야 한다.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의 경직성이 지속된다면 집권이후에도 국정운영에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끝으로 인수위는 국민대통합위원회, 여성문화분과 등 총11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되었다. 그 중에 “여성문화분과”가 “여성”과 “문화” 또는 “여성문화”만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문화 분야”를 홀대했음이 분명하다.
인수위의 분과가 정부기구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현 사회적 현안인 노사문제, 자살, 강정마을, 핵발전소, 4대강문제 등 이슈들을 단독분과 또는 공개된 중요의제로 선정했어야 했다.
실제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당선자 시절 윤리, 이라크, 빈곤, 농촌문제까지도 세부적으로 분류해 24개 분야의 의제를 선택했다. 이제부터라도 박근혜 당선자와 인수위는 지나친 획일, 경직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무장공비가 해석하지 못했던 무전의 내용은 "임무를 포기하고 속히 귀환하라"였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