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로 산다는 걸 자랑으로 삼도록
불자로 산다는 걸 자랑으로 삼도록
  • 김종만 논설위원
  • 승인 2013.01.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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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종만의 <退月法鼓>-1. 교계 지도자들에게 드리는 고언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팎으로 숨 가쁜 일정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새 대통령 당선자의 출범 준비가 인수위를 통해 진행되고 있고 교계 역시 각 주요종단마다 새해 사업설계를 구상하느라 바쁜 모양새다. 분명한 것은 새해가 시작된 현 시점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국민의 희망과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알찬 내용을 만들어 진정성 있게 다가서는 방법이 최고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쫓겨 포퓰리즘에 의존하거나 단기 처방으로 임했다가 더 큰 상처와 부작용을 남긴 예들은 허다했다. 더욱이 각종 부정부패와 그릇된 사회구조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행태였다는 점에서 이의 척결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재작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세계 148개국 3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민희망국가' 여론조사 발표는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세계경제규모 15위에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가고 싶은 국가로는 50위에 머물렀다. 남북분단의 전쟁 위험이 있는 현실도 배제할 수 없지만 가장 큰 이유로 부정부패와 잘못된 사회구조가 꼽혔다. 이같은 원인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크로아티아 체코 우즈벡 등 옛 소련 치하 동구권 국가보다 뒤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민 관련규제를 철폐할 경우 한국인구가 8%가 줄어든다는 것. 이는 한국을 선망하는 외국인보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한국인이 더 많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불교계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크게 달라질 바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1994년과 98년의 대형 종권다툼과 심심치 않게 터지는 승가 비리 및 부도덕한 행태의 파장 등은 불자로서의 삶에 치명적인 불명예를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계는 불교도를 2천만 운운하며 거대조직을 자랑한다. 자랑할 것은 조직이 아니라 삶이다. 대한민국이 자랑할 수 있는 것이 행정부이거나 국토가 아니듯이 불교계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주요종단의 총무원이 아니라 정법에 기초한 불자들의 삶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계 지도자들이 올해 역점을 두고 시행해 나가야 할 과제는 불자의 삶을 대사회적으로 자랑스럽게 어필할 수 있도록 구조화 제도화해 나가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사업내용과 인식설정에 대한 냉정하고도 엄밀한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제기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를 이뤄내기 위해선 지도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교계지도자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고 지도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그래서 각별한 것이다.

불자로 산다는 걸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교계 차원의 일이 무엇인가?

불교의 본래 색깔을 찾아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무엇이 불교의 본래 색깔인가? 수행이다. 수행은 이웃종교와 다른 불교의 독특한 구원방안이자 나아가 사회의 구제 기능이다. 수행이야말로 불교본분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며, 세속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요체다. 민주화의 거센 바람이 불었던 시대, 세속 사회의 간곡한 ‘한 말씀’마저 외면한 채 산 속 깊은 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던 성철스님이 그래도 존경의 대상으로 추앙된 이유는 수행을 놓지 않아서다.

지금처럼 결제 기간에도 불구하고 종단 일에 매번 산문 밖을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행위는 특정 몇 몇 승려에 그쳐야 할 일이다. 수행은 어떠한 말보다 값지다. 행주좌와 어묵동정이라 하지만 그 속엔 엄청난 변화와 개혁의 힘을 담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달변과 학식을 자랑한다 해도 그들은 수행자를 능가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증거는 부처님 재세 당시에도 확인된다. 육사외도를 비롯한 브라만 장자 등 당대의 지식인과 재력가들도 부처님을 따르는 출가수행자들을 최고로 공경했다. 이유는 기존의 낡은 제도와 인식을 바꿔 낼 힘이 그들 수행자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수행은 진정성과 성취도를 내포한다.

진정성이 없는 수행은 거짓이 된다. 실패만 반복할 뿐 이루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소련 멸망 당시 최고 권좌에 있던 고르바초프는 ‘레닌으로 돌아가자’는 혁명공약을 국민에게 내세워 등단했다. 레닌의 지도노선에 현실개혁의 코드가 있다는 그의 말은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샀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자기가 약속한 말을 지키지 않았다. 레닌 자체를 부인하는 결과였고 국민의 뜻을 이반한 것이었다. 그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말을 바꾸고 열차를 갈아탔다. 계획과 결과 사이에 있었던 것은 언동의 불일치, ‘속임수’였다. 진정성이 없으면 성취도 역시 빈약할 뿐이다. 말을 바꾸는 그의 행태는 결국 소련의 멸망을 재촉했다.

마찬가지다. 불교의 전통인 수행정신이 흐트러진다면, 수행의 힘이 나약해진다면 불교는 이 땅에 설 힘이 없게 된다. 교계 지도자들은 이 점을 잘 헤아려 수행정신을 바탕으로 한 불교가 제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애써주시길 간곡히 고언한다.

둘째는 꾸준한 자기변화의 모색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뛰어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만족하거나 안주한다면 그것 또한 몰락 또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불교는 세계 석학들도 인정할 만큼 아주 뛰어난 교리체계 및 인류 구원의 가르침을 지니고 있는 종교다. 8만4천의 방대한 장경들이 말해주듯 경전 어느 곳에서든 가슴을 적시는 우수한 가르침이 담겨있다. 한 마디로 보물창고다. 그래서 불자가 된다는 것은 보물창고를 저마다 꿰차게 되는 전환점이다. 스님들도 포교할 때 그렇게 말씀하신다. 문제는 가지고 있으면 뭐하랴? 쓸 수 있는 용도는 폐기되고 쓰고자 하는 단순한 의욕마저 자물쇠가 채워져 있으니 이런 허황한 구조가 당황스럽기조차 하다.

부처님은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라고 말씀하셨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는 어리석음을 경계하셨다. 그런데도 뗏목을 고수하고 손가락에 집착하는 게 교계의 현주소다. 그러니 자기변화에 둔감하다. 자기변화에 둔감한 집단은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중세기 유럽의 전설에 나오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하나의 ‘포퓰리즘’이라고 가정했을 때 허망하게 강물에 뛰어드는 쥐들이야말로 자기를 모르는 나약한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만들어내는 종교가 아니라 죽음의 곳으로 몰려다니는 쥐의 귀를 살려내야 할 종교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나를 성찰하고 점검해야 한다. 성찰과 점검은 불교식대로 표현하자면 ‘자자와 포살’이다. ‘자자와 포살’의 기능만 제대로 회복해도 불교는 우리 사회에서 국민이 의지하고 존경할 수 있는 대표적 종교로 우뚝 설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교계 지도자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실천해 주신다면 우리 불자들의 자긍심은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우수한 DNA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난 불자다’고 말 못하고 사는 불자들의 삶을 한 번쯤은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용기가 없어 불자라고 말 못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불교에서 살다보니 창피해서 불자라고 말 못하는 사정을 지도자들께서 먼저 헤아려 달라는 주문이다.

뱀의 해를 맞아 낡은 허물을 벗고 자랑스런 불자로 거듭나길 염원하며 교계 지도자들에게 고언하는 바다.

 

 

   
(사)평화로운세상만들기 정책실장. 충남 논산 출생. 대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불교신문> 기자, (주)일간 <오늘> 기자, 월간 <붓다> 편집인, 대한불교조계종 호계원 행정사무팀장, 국무총리 소속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명예회복추진반장을 지냈다. 주요논문으로 「오도송에 나타난 네가지 특징」, 「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기복불교 옹호론의 문제점」「기복불교 옹호론 재비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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