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이 인재불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며 전문인력도 부족한 데다 개인적인 친분이나 계파 학연 등에 따른 인사를 펴는 등 인사종책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사회현안에 대한 대처방안도 매우 부적절하며 개혁종단 초반과 비교해 현재 종파간 화합이 잘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무원 행정 서비스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총무원 재정투명도도 미약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현 총무원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책모임인 화엄회(회장 성직스님)가 지난해 12월16일부터 지난 1월 26일까지 출재가자 539명을 대상으로 종책관련 설문조사 결과 조직관리 재무행정 인사관리 사회복지 포교 사회현안 등 전 분야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종단의 화합정도는 개혁종단 초반과 비교해 '매우 화합하거나 다소 화합함'이라는 의견은 37.6%인데 반해 '변화가 없거나 다소 또는 매우 분열돼 있다'는 의견이 62.4%로 압도적으로 많아 종단 화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종무행정서비스의 경우 만족한다는 의견은 16.6%에 그친 반면 나머지 83.4%는 보통이거나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종무원의 관료적 행태(33.1%), 주먹구구식 행정처리(31.4%), 서비스의 다양성 부족(16.3%), 서비스 접근의 곤란함(15.1%) 등을 불만족 이유로 들었다. 종무행정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종무원의 관료적 행태와 주먹구구식 행정처리를 개선해야 하며, 특히 중앙종무기관의 종무원들은 조계종 산하단체 임직원과 불교계 단체에 대해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명령하는 것과 같은 관료적인 형태를 우선 고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총무원의 재정투명도에 대해서는 보통이거나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80.4%로 투명하다는 의견(19.6%)를 압도했다. 응답자별로 보면 종무행정에 관여하지 않는 선원수좌의 91.6%, 학인스님의 91%가 재정투명성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재가자의 37.1%가 투명하다고 본 반면 출가자는 12.1%만이 투명하다고 봤다. 결국 종도들이 전반적으로 총무원의 재정투명성을 의심하고 있어 재정공개 등 의혹 해소책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찰분담금 분야 설문결과 과중하다는 의견이 44.3%로 가장 많았고 적정하다(31.8%), 다소적음(16.9%), 매우적음(7.1%) 순으로 나타났다. 종도의 48.5%는 분담금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39.3%는 보통, 12.2%는 형평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총무원과 교구본말사간 의식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과 객관성 있는 부과 기준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 조계종단의 수입구조는 전적으로 분담금에 의지하고 있어 총무원을 중심으로 수익사업 필요성도 강하게 제기됐다. 78.5%가 사업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으며,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9.8%에 그쳤다.
총무원의 인사정책에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인재불사 노력을 안한다는 의견이 58.2%로 노력한다는 의견(20.3%) 보다 월등히 많았다. 조계종의 분야별 전문인력 확보에 대해서도 74.9%가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충분하다는 의견은 5.8%에 그쳤다.
특히 주목할 것은 출가자 인사기준 요소에서 주지직의 경우 인사권자와의 개인인연(31.8%)과 문중(25.6),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종무원은 종단내 계파(31.7%)와 문중 학연 등의 인연(26.7%)이 우선적으로 작용한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중앙종무기관에서 재가종무원을 뽑을 때도 사찰 및 스님과의 개인적 친분(39.3%)이 가장 우선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능력과 자질에 따른 인사정책은 실종된 채 문중 계파 학연 인연에 기댄 인사를 자행했음을 반증했다.
사회복지분야에서 향우 주력할 부문은 승려노후복지(34.6%), 청소년복지(13.1%) 아동복지(10.8%), 노인복지(10.8%) 순으로 나타났으며, 승려노후복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0%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독교에 비해 사회참여가 부족하고 대응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종도들의 61.3%는 총무원의 사회문제 대응성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11.3%만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78.1%는 사회문제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고, 이를 위해 상설심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83.7%에 달했다. 황우석 사태로 불거진 생명복제에 대해서는 찬성이 51.4%, 중립 26.4%, 반대 22.2% 순으로 답했다.
향후 종책과제로는 출가정신의 회복(28.5%), 승려교육 체계화 및 내실화(22%), 수행풍토의 진작(20.8%), 승려노후복지의 실현(17.4%), 선거제도 개선(7.1%), 인사의 공평성(3.2%) 순으로 꼽았다. 중점적으로 시행해야 할 제도로는 수행(22.0%), 승려노후복지(21.9%), 포교(17.1%), 승가교육(11.2%) 등을 들었다.
화엄회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부대중의 참여를 통한 종책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10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과 2층 회의실에서 개최한다. 종책모임에서 구체적인 종책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갖는 것은 화엄회가 처음으로 향후 타 계파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번쯤이라도 살펴보시길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