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스님 원공(圓空), 뛰는 스님 진오(眞悟)
걷는 스님 원공(圓空), 뛰는 스님 진오(眞悟)
  • 월간중앙
  • 승인 2012.10.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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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공스님은 쓰레기 줍고, 진오스님은 후원금 모금

원공 스님과 진오 스님이 걷기와 뛰기를 아무 의미 없이 행하는 것은 아니다. 두 스님이 걷고 뛸 때 반드시 하는 일이 한 가지씩 있다. 원공 스님은 쓰레기를 줍고, 진오 스님은 후원금을 모금한다. 두 스님이 하는 이 일에는 참으로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원공 스님은 “걷기만도 힘든데 왜 쓰레기를 그렇게 열심히 줍느냐?”고 묻자 “쓰레기가 보이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바빠서 지나칠지 모르지만 나는 할 일이 없으니까”라는 뼈 있는 농담(?)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걷더라도 그냥 걷지 말고 쓰레기라도 줍는다면 사람과 자연을 위해 다 좋은 것 아닌가. 사람들 심리가 쓰레기가 있는 곳에는 쓰레기를 더 버리지만 깨끗한 곳은 더 이상 더럽히지 않는다. 내가 가장 꼴불견으로 여기는 모습 중 하나는 젊은이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노인들이 줍고 다니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 지원 차원이라고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그런 노인들을 존경하겠는가. 노인들 품위에 맞는 일자리를 주면 안 되는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걸으면서 쓰레기 줍는 원공 스님

그는 단지 젊은이들의 나아가 시민들의 추락한 공중도덕을 나무라는데 그치지 않았다. 관공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매섭게 질타했다. “내가 전국을 걸어 돌아다니면서 본 것인데 강변 뚝방은 어디나 쓰레기 천지다. 어떤 곳에서는 건축폐기물을 쌓아두거나 쓰레기를 매립하고 축대를 만들어둔 곳도 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과 함께 관계 공무원들을 불렀다. 그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리가 없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직무태만이라고 나무랐다. 빨리 파서라도 치우라고 했지만 그들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무서워하면서 움직였다. 내가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더 근본적으로는 쓰레기를 가능한 적게 만들자는 것이다.”

진오 스님이 뛰면서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도 그 취지가 원공 스님이 쓰레기를 줍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왕 마라톤을 뛰면서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도 위하자는 생각에서 달리는 거리에 따라 시민들이 십시일반 후원하는 모금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국내에서 참가하는 ‘기부 마라톤’ 후원금의 기준은 1㎞에 100원이다. 진오 스님이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남’은 바로 다문화가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다문화 가정 의 범주 안에는 북한이탈 주민도 포함된다.

진오 스님은 마라톤을 할 때 앞가슴에 번호표 대신 같은 모양의 ‘광고판’을 달고 뛴다. 손수건 크기의 작은 천조각 속에 진오 스님이 현재 하고 있는 일, 이루고 싶은 꿈이 그대로 담겨 있다. 거기에는 ‘날개가 필요합니다’라는 큰 제목 아래 ‘다문화 모자원’ ‘108해우소’ ‘www.maha108.net’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란 글귀가 쓰여 있었다. ‘다문화 모자원’은 진오 스님의 봉사활동 주무대인 경북 구미시에 이를 건립할 계획이고, ‘108 해우소’는 베트남 농촌에 108개의 화장실을 지어주는 사업이다.

“가슴에 번호 없는 번호표를 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봉사활동의 자원자를 모집하고 후원금을 모으는데 유용한 도구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뛰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지나치면서라도 이를 읽을 수 있지 않나. 다문화가정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나의 간절한 소망의 표시다.”

그는 ‘다문화 모자원’ 건립을 가장 시급한 숙제로 삼고 있다. 요즘 이혼, 폭력 등의 이유로 파탄이 난 다문화가정의 결혼 이주여성과 그 자식을 돌보기 위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진오스님은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여성을 주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 중 베트남 출신이 4만여 명으로 비중이 가장 높고, 피해 여성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진오 스님이 앞에 내세우는 ‘날개가 필요합니다’라는 슬로건은 모자만 남은 다문화가정은 ‘날개가 부러진 새와 같다’는 생각에서 만든 것이다.

“내가 구미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이주여성 중 모자 가정의 형편은 딱하기 그지 없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든 가정이 깨지면 일단 기댈 곳이 없다. 언어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취업하기도 어려워 생계조차 막막한 경우가 많다. 외모와 피부색의 차이로 사회생활 속에서 받는 차별도 심한 편이다. 이 문제에 내가 앞장서는 것은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무심하기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진오 스님이 구상하는 ‘다문화 모자원’의 성격은 위급한 상황에서 ‘긴급 피난처’이자,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시설’ 같은 것이다. 당장은 ‘다문화 모자원’ 건립을 위해 5억원 후원금 모금을 목표로 정했다. 구미 시내에 지을 부지도 물색해 놓은 상태다. 이 모자원이 건립되면 다문화가정 모자 10가족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절집의 법등은 무명(無明) 세상을 밝힌다. 나는 가진 것이 없다. 내가 법등 하나라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튼튼한 몸 뿐이다. 그래서 나는 법등 대신 내몸을 태우려는 것이다. 나는 당분간 뛰기를 포기하지않겠다.”- 진오 스님

진오 스님 1㎞마다 100원 후원금 모금

진오 스님이 많은 나라 중에서 베트남을 이처럼 의식하는 바탕에는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남긴 상처에 대한 한국인으로서 부채의식도 크게 작용했다.

 

“베트남전쟁 참전 용사들이 우리에게는 잘 싸운 국군이지만, 그로 인해 베트남 사람들은 많은 상처를 입었다. 우리가 불리할 때는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논리와 명분으로 변호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한국과의 경제 관계 등의 이유로 이 문제를 노골적으로 들추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은 한국이 입힌 전쟁의 상처가 치유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착각이다. 그들은 당시 그 사실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이는 진오 스님이 베트남의 ‘108 해우소’ 사업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다 알다시피 해우소(解憂所)는 불가에서 화장실을 이르는 용어로, 글귀대로라면 ‘근심을 풀어주는 곳’이란 뜻이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 국민 사이의 마음속 응어리를 푸는 데 나라도 나서자”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108 해우소’ 사업은 1달에 1개씩 10년 목표로 추진하는 장기 계획이다. 진오 스님은 “올해 말까지 6동을 완공한다”면서 “1동당 170만원 가량 비용이 들어 108동을 짓는데 총 1억8000여 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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