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엄 스님(1931~2011)은 뛰어난 율사, 대강백으로 한국 비구니 승단 재건에 앞장선 선지식이다.
이보다 스님이 조계종 제2대 종정 청담 대종사의 친딸이며, 성철 스님의 유일한 제자라는 점은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충분하다.
스님이 활동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구니들은 '은둔의 소수집단'에 불과했다. 비구니의 삶과 수행에 대한 기록은 오늘날까지도 한국불교사에 빈자리로 남아있다.
<<한계를 넘어서>>는 묘엄 스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국 비구니 승단 재건과 정체성 확립 등을 조명한 책이다.
책은 몇몇 행장기에서 보이는 미사여구를 피하고 문헌 연구와 현장연구를 병행한 응용불교학 방법론으로 한국 비구니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묘엄 스님의 제자인 저자 석담 스님은 시대의 격랑 속에서 비구니로 살아온 한 개인이 내린 선택과 결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책을 썼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역사의 주역이나 관찰자 증언 또는 회고와 같은 구술을 바탕으로 진실을 밝히는 구술사 연구방법을 도입해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제공한다.
책은 "묘엄의 출생을 곧 청담의 파계 결과로 인식하는 태도"라는 특별한 상황을 전면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비구니 승가의 일원이면서도 연구자로서의 객관적 성찰과 냉정한 관점을 놀랍도록 시종일관 견지하고 있다.
저자가 연기적 서사로서 재구성한 묘엄 스님의 삶에는 개인과 공동체, 여성과 남성, 보편과 특수의 씨줄과 날줄이 겹겹이 엮여 있다. 승단 내에서의 성차별에 대해 치열하게 도전하고 비구니 승단 정체성을 재확림해 가는 과정에서 스님은 온 생애를 관통하는 수행자의 치열함으로 성의 한계를 넘어선다.
승가공동체에서 묘엄 스님이 '비구니 교육자'로서 '현대 불교 최초의 비구니 율사'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상황'을 넘어서는 결연한 선택의 결과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은 '비구' 중심의 한국불교사 해석을 탈피해 '비구니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한계를 넘어서┃석담 지음┃동국대출판부┃1만5000원
도대체 이딴 표현이 가능한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