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박범석 부장판사)는 1일 강모 씨(37) 등 지리산 성삼재 통과 차량 운전자 74명이 지리산 천은사와 전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통행방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천은사와 전남도는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강 씨 등에게 문화재관람료 1600원씩과 위자료 10만 원씩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천은사는 천은사 경내를 관람하지 않고 단순히 지방도 861호선을 통행하는 강 씨 등에게 문화재관람료 1600원을 징수하고 이를 내지 않으면 통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통행의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또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방치한 전남도는 과실에 의한 공동 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천은사 문화재관람료 매표소를 철거해 달라’는 청구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피해라며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문화재관람료의 반환 분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하라는 판결이어서 향후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정신적 피해 보상액으로 관람료의 62.5배를 지급하라는 판결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구례 지리산국립공원의 지방도 861번 일명 성삼재 도로는 그동안 문화재관람료 분쟁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천은사 경내로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경내지를 관통하는 길인 성삼재 도로에 매표소를 설치해 이용하는 등산객들에게 관람료(성인 기준 1,600원)를 징수해 마찰을 빚고 있다.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소장 장채열)는 2010년 지리산 통행료 철폐 범시민 소송단을 결성해 소송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절에 가는 사람들에게 문화재관람료 징수는 당연하지만, 단순 통행객에까지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조계종의 문화재관람료 사찰은 모두 67곳이다. 이 가운데 신흥사 월정사 구룡사 동학사 해인사 쌍계사 백양사 천은사 도갑사 등 22곳이 국립공원 내에 있다. 관람료는 등산객들과의 가장 큰 마찰이다. 백담사 백련사 안국사 등은 종단과 협의해 관람료를 징수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사찰은 조계종 문화재관람료 사찰주지 회의와 종단 승인을 거쳐 관람료를 결정한다.
이번 판결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자연공원법에 따라 공원문화유산지구를 지정해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둔 상태다. 다만 공원문화유산지구 지정과 운영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