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추문으로 불거진 조계종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종단 최고 기구와 집행부가 숨가쁘게 움직인 하루였다. 원로회의는 관음사에서 간담회를 열었고, 선원수좌회 지도부는 대구에서 긴급회의, 중앙종회는 중진회의, 총무원 집행부도 각종 회의를 이어갔다.
원로회의는 31일 서울 관음사에서 종하 고우 월탄 암도 현해 스님 등 6명이 모여 점심공양에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6인 원로회동 격론 끝에 “종단 쇄신안 우선 지켜보겠다”
6인 원로 회동은 격론 끝에 종단 집행부의 쇄신안과 중앙종회 임시회 결과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원로회의 개최 역시 의장단의 소집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종하 스님은 “최근 TV와 신문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종단을 걱정하는 마음들이 표출됐다”면서 “현재까지는 어떤 결론도 도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늘 모인 원로의원 스님들은 종단 쇄신안 발표가 있고, 중앙종회가 21일 열릴 예정인 만큼 그 결과를 우선 지켜보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종하 스님은 “섣부르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상황이며 각론으로 결의할 사안도 아니고 결의할 수 있는 모임도 아니다”면서 “TV와 신문 보도가 진실한 건지도 아직 모르는 만큼 좀 더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회의 개최는 임시종회 이후로 관측했다.
종하 스님은 “(지난 17일 모임 이후) 월탄 스님이 종산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의장 스님이 초파일 이후 원로회의 또는 간담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기다려 봐야 한다”면서도 “일단 쇄신안 발표와 종회 결과를 보고 원로회의나 간담회를 열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종하 스님은 “종단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가 ‘가볍게 나서서는 안된다’”는 말로 원로들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이어 “원로의원의 역할은 ‘종헌·종법’이 규정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 종단 현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종단 집행부가 준비하는 ‘쇄신안’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에 원로의원 참석 여부도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하 스님은 “쇄신안이 뭔지 모른다. 나와 봐야 아는 것 아니냐”면서 “지난범 모임에서 범계쇄신위원회가 원로회의 결의에 의한 기구가 아니어서 안된다는 입장이 있었다. 쇄신위원회에 원로의원이 참석하는 문제는 본인들이 어찌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월탄 스님은 “쇄신위원회는 아직 5일이나 남았다. 참석할 수도 있고, 다른 일이 있으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 아니어도 다른 원로의원 스님들이 계시지 않느냐”고 밝혔다. 쇄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월탄 스님은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 발족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6인 원로의원은 ‘점심공양’ 자리로 모임을 규정했지만, 11시 30분께 시작된 모임은 2시 40분께까지 이어졌다. 문 밖으로 들리는 웃음소리가 제법 클 정도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종단 현안에서는 엄중한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한 스님들은 “승단이 무너졌으니 제2정화를 해야 한다”면서 종단 현안에 대해 원로들이 엄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 한 스님은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 6월 5일 전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6월 27일 중앙종회 임시회 이전에 원로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과 “청규를 새롭게 제정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개진해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6인 원로 회동의 결과는 ‘최고의결기구로서 종단 현안을 가볍게 보지 않고, 종단 집행부의 쇄신 작업과 각종 의혹의 진실성, 사회 여론의 흐름을 지켜본 후 원로회의가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수좌회 "종단 사태 급박해 모였다"
조계종 전국수좌회(회장 무여ㆍ지환)는 31일 대구 불교대구회관에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비공개로 개최된 회의에는 화엄사 선등선원장 현산 스님, 前 수좌회장 영진 스님, 수좌회의장 불산 스님, 조계종 선원수수좌회 법인이사장 의정 스님, 종정예경실장 효광 스님 등 전국선원 선원장 및 유나 등 수좌 38명이 참석했다.
무여 스님은 인사말에서 "종단 사태가 급박해 모이게 됐다"고 말하고 곧바로 비공개회의에 돌입했다. 최근 도박 파문 등으로 촉발된 종단 쇄신건이 집중 논의된 회의에서는 “승려대회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강경 발언도 나왔다.
또, “수좌들도 참회해야 한다”는 견해에는 “수좌가 남들이 참회한다고 따라서 참회하느냐. 왜 대세를 따르느냐”는 반박이 나오는 등 한때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 총무원이 종단 현안에 대해 수좌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회의가 진행됨에 따라 수좌스님들은 총무원 집행부에 기회를 주고 지켜보자는 쪽으로 중지를 모았다. 한 스님은 “(대외적으로) 성명서를 내봐야 총무원장이 모두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기회에) 은처승ㆍ대처승만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좌스님들은 수좌회가 정리한 종단쇄신안을 7일 총무원장스님의 쇄신안 발표 이전 집행부에 전달키로 했다. 또, 사부대중과 국민을 위로하는 희망의 글을 일간지 등을 통해 발표키로 했다. 무여 스님 등은 "“다음달 7일 종단 쇄신안 발표까지 기다리겠다. 오늘 수좌회 결의 내용이 7일 발표될 쇄신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종단소임자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밝혔다. 한 스님은 "선거법 개정 없이 종단을 쇄신할 수 없다"며 "수좌회 결의에 선거법 개정 문제가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법 스님 "참담하고 부끄럽다, 쇄신 기회로 삼자"
도법 스님 "참담하고 부끄럽다, 쇄신 기회로 삼자"총무원 집행부는 오전10시 테스크포스팀 회의에 이어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은 낮12시부터 일간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결사 진행에 관해 설명했다.
도법 스님은 "천일정진, 야단법석, 무차법회 등을 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며 "종단이 소수 특권층에 좌우됐는데 이를 통해 불교를 제대로 세워보자"고 말했다.
스님은 "총무원 중앙종회 본사주지 등 제도권의 밀실에서 많은 일을 해왔는데 이제는 사부대중이 주체가 돼 광장에서 문제를 풀어보자. 사즉생의 각오로 쇄신할 것"등을 강조했다.
결사추진본부는 천일정진의 일환으로 10차례 야단법석을 조계사 앞 대웅전 특설무대에서 갖는 방안을 공개했다.
중앙종회는 오후2시부터 40여명의 중진스님들이 모여 '중앙종회 대중공사'를 열었다.